728x90

 

 

그런 너 / 나태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너를 사랑한다

 

거리에도 없고 집에도 없고

커피잔 앞이나

가로수 밑에도 없는 너를

내가 사랑한다

 

지금 너는

어디에 있는 걸까?

 

네 모습 속에 잠시 있고

네 마음속에 잠시 네가

쉬었다 갈 뿐

 

더 많은 너는 이미 나의

마음속으로 이사 와서

살고 있는 너!

 

그런 너를 내가 사랑한다

너한테도. 없는 너를

사랑한다.

 

 

 

마음이 살짝 기운다

 

nefing.com

 

 

30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에 나태주 시인(74)'마음이 살짝 기운다'가 선정됐다.

 

문학사상은 지난 8월 소월시문학상 본심을 거친 신작 시집들 중에서 '풀꽃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마음이 살짝 기운다'를 대상작으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소월시문학상은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김소월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6년 제정된 상이다.

 

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공주사범학교와 충남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작가 겸 교육자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50여 년간 수천 편에 이르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쉽고 간결한 시어로 소박하고 따뜻한 자연의 감성을 담은 시로 사랑을 받아왔다.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일상의 경험과 밀착시켜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 모든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최근 펴낸 시집들을 통해 소박하면서도 간결한 언어에 명징한 심상을 실어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놓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나태주 시인은 흔히들 김소월 선생의 시를 쉽다고, 연애시 어름이라고 그러는데 그건 시를 제대로 깊게 읽어보지 않아서 그렇다, 가슴으로 느끼면서 영혼으로 무겁게 읽으면 그분의 시처럼 어려운 시도 드물 것이라며 언감생심, 김소월 선생의 작품을 따를 수는 없겠지만 보다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부단히 마음을 모으고 실수하지 않는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이상문학상 및 신인문학상과 함께 12월 열릴 예정이며 상금은 1000만원이다. '2019년 제30회 소월시문학상 기념 시집'은 내년 상반기 발간되고 나 시인과의 인터뷰 등은 월간 '문학사상'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728x90

 

 

북천 / 유홍준

- 까마귀

 

 

어제 앉은 데 오늘 앉아 있다

 

지푸라기가 흩어져 있고 바람이 날아다니고

 

계속해서

 

무얼 더 먹을 게 있는지,

 

새카만 놈이 새카만 놈을 엎치락뒤치락 쫓아내며 쪼고 있다

 

전봇대는 일렬로 늘어서 있고 차들은 휑하니 지나가고

 

내용도 없이

 

나는 어제 걸었던 들길을 걸어 나간다

 

사랑도 없이 싸움도 없이, 까마귀야 너처럼 까만 외투를 입은 나는 오늘 하루를 보낸다

 

원인도 없이 내용도 없이 저 들길 끝까지 갔다가 온다

 

 

 

 

북천 - 까마귀

 

nefing.com

 

 

 

하동 이병주문학관 사무국장을 맡은 유홍준(51·사진) 시인이 제2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학사상사는 유홍준 시인의 '북천-까마귀' 24편을 제2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품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11월 초 열리며, 상금은 1000만 원이다.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김남조·오세영·김승희·문태준·권영민)"죽음에 관한 시인의 사유방식이 그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한국 현대시 가운데 주목되는 성과에 해당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시인은 '북천'을 죽음의 거처로 단순화하지 않고 생명의 종말과 그 새로운 탄생이라는 순환적 의미의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고 덧붙였다.

 

소월시문학상은 지난 1년 동안 문예지 등에 발표된 전국의 시인 100여 명의 작품을 1차로 심사하고 나서 이 중 10여 명의 작품을 추려 2차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유홍준 시인은 "내 시가 심사 대상이 되는 줄도 몰랐다. 다른 어떠한 말도 필요 없다. 그러나 금방 이 상을 잊어먹도록 하겠다. 그리고 그냥 지금 나한테 주어진 북천의 삶과 시로 살겠다"고 독특한 소감을 밝혔다.

 

1962년 산청에서 태어난 시인은 1998'시와반시' 신인상에 '지평선을 밀다' 등이 당선돼 등단했다. 시집 <喪家(상가)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가 있다.

 

그는 2005년 한국시인협회 '1회 젊은 시인상'에 이어 2007년 제1'시작문학상', 2'이형기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는 그는 순천대 문예창작학과와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한편 소월시문학상은 향토성 짙은 서정으로 한국시의 영역을 넓힌 소월 김정식의 시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1987년 문학사상사(文學思想社)가 제정한 상으로, 해마다 수상작을 선정·시상한다.

 

1회 오세영 시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송수권, 정호승, 황지우, 천양희, 김용택, 안도현, 문태준 시인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728x90

 

 

길 위의 식사 / 이재무

 

 

사발에 담긴 둥글고 따뜻한 밥 아니라

 

비닐 속에 든 각 진 찬밥이다

 

둘러앉아 도란도란 함께 먹는 밥 아니라

 

가축이 사료를 삼키듯

 

선 채로 혼자서 허겁지겁 먹는 밥이다

 

고수레도 아닌데 길 위에 밥알 흘리기도 하며 먹는 밥이다

 

반찬 없이 국물 없이 목메게 먹는 밥이다

 

울컥, 몸 안쪽에서 비릿한 설움 치밀어 올라오는 밥이다

 

피가 도는 밥이 아니라 으스스, 몸에 한기가 드는 밥이다

 

 

 

길 위의 식사

 

nefing.com

 

 

문학사상은 제27회 소월시문학상에 이재무 시인의 '길 위의 식사' 23편을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 김남조·오세영·문정희·권영민·문태준)는 지난 4일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의 주재로 열린 본심 심사에서 이 시인의 '길 위의 식사' 등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심사위원회는 "이재무 시인의 '길 위의 식사' 등은 각박한 현실의 삶과 그 고뇌를 인간적인 사랑으로 끌어안고 이를 정신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시적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회는 올해부터 대상 수상작과 함께 선정했던 우수작 수상작 제도를 폐지했다. 따라서 매년 발간해온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소월시문학상 수상 기념 시집'으로 바꾸어 수상자의 대표 시선집 형태로 발간될 예정이다.

 

소월시문학상의 상금은 13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1월 초에 열릴 예정이다.

 

728x90

 

 

복사꽃 아래 천년 / 배한봉

 

 

봄날 나무 아래 벗어둔 신발 속에 꽃잎이 쌓였다.

 

쌓인 꽃잎 속에서 꽃 먹은 어린 여자아이가 걸어 나오고, 머리에 하얀 명주수건 두른 젊은 어머니가 걸어 나오고, 허리 꼬부장한 할머니가 지팡이도 없이 걸어 나왔다.

 

봄날 꽃나무에 기댄 파란 하늘이 소금쟁이 지나간 자리처럼 파문지고 있었다. 채울수록 가득 비는 꽃 지는 나무 아래의 허공. 손가락으로 울컥거리는 목을 누르며, 나는 한 우주가 가만가만 숨 쉬는 것을 바라보았다.

 

가장 아름다이 자기를 버려 시간과 공간을 얻는 꽃들의 길.

 

차마 벗어둔 신발 신을 수 없었다.

 

천년을 걸어가는 꽃잎도 있었다. 나도 가만가만 천년을 걸어가는 사랑이 되고 싶었다. 한 우주가 되고 싶었다.

 

 

 

 

2011 제26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nefing.com

 

 

문학사상사는 금년으로 제26회를 맞이하는 소월시문학상의 대상 수상자로 배한봉 시인이 선정되었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수상작인 복사꽃 아래 천년은 배한봉 시인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생명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진실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배한봉 시인이 한국적 서정에 뿌리를 두면서도 인간의 삶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를 통해 생명력의 본질적 순수를 새롭게 해석했고 평범한 자연 속에서 비범한 생명을 발견하는 시인의 깊은 통찰이 시인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시적 긴장을 살려냈다고 평가했다.

 

지난 1998현대시신인상으로 등단한 배한봉 시인은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한국 서정시의 자연을 새롭게 해석해 시집 우포늪 왁새’,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등을 내놓은 중견 시인이다. 배시인은 또 2001년부터 매년 우포늪 시생명제를 주재하는 등 한국 생태주의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한편 우수상에는 고영민, 손택수, 여태천, 윤제림, 조용미 시인이 선정되었으며 대상 수상자는 1300만원, 우수상은 각각 100만원을 받는다. 시상식은 11월 초 열릴 예정으로 있다.

 

728x90

 

 

공중 / 송재학

 

 

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서 온 곤줄박이 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리고 있다 비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허공이라 가끔 연약하구나 회색 깃털과 더불어 뒷목과 배는 갈색이다 검은 부리와 흰 뺨의 영혼이다 공중에서 묻혀온, 공중이 묻혀준 색깔이라 생각했다 깃털의 문양이 보호색이니까 그건 허공의 입김이라 생각했다 박새는 갈필을 따라 날아다니다가 내 창가에서 허공의 날숨을 내고 있다 허공의 색을 찾아보려면 새의 숫자를 셈하면 되겠다 허공은 아마도 추상파의 쥐수염 붓을 가졌을 것이다 일몰 무렵 평사낙안의 발묵이 번진다 짐작하자면 공중의 소리 일가(一家)들은 모든 새의 울음에 나누어 서식하고 있을 게다 공중이 텅 비어 보이는 것도 색 일가(一家)들이 모든 새의 깃털로 바빴기 때문이다 희고 바래긴 했지만 낮달도 선염법(渲染法)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공중이 비워지면서 허공을 실천중이라면, 허공에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있다 바람결 따라 허공 한 줌 움켜쥐자 내 손바닥을 칠갑하는 색깔들, 오늘 공중의 안감을 보고 만졌다 공중의 문명이라 곤줄박이의 개체수이다 새점을 배워야겠다

 

 

 

2010 제25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nefing.com

 

 

송재학(55'사진) 시인이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25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공중' 14편이다.

 

심사위원회는 "송 시인은 특유의 언어 감각과 조사법을 바탕으로 시적 진술의 이완과 긴장을 동시에 포괄하는 산문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문학사상사는 이와 함께 박라연, 손택수, 이재무, 조용미, 황인숙 시인을 소월시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상금은 대상 1300만원, 우수상 100만원이다.

 

송재학 시인은 197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1986'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진흙얼굴' '기억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등이 있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고뇌하는 지적 체험, 존재가 보내는 눈짓을 감춤의 언어로 이전해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728x90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 박형준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들려줄 게 없는봄 저녁나는 바람 냄새 나는 머리칼거리를 질주하는 짐승짐승 속에 살아 있는 영혼그늘 속에서 피우는회양목의 작은 노란 꽃망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눈꺼풀에 올려논 지구가 물방울 속에서내 발밑으로 꺼져가는데하루만 지나도 눈물 냄새는 얼마나 지독한지우리는 무사했고 꿈속에서도 무사한 거리질주하는내 발 밑으로 초록의 은밀한 추억들이자꾸 꺼져가는데

 

 

 

2009 제24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nefing.com

 

 

200924회 소월 시 문학상대상 수상자로 박형준(43)씨가 선정됐다. 박 씨는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시인세계 봄호) 14편으로 대상을 받았다.

 

박 시인은 1991가구의 힘으로 등단 빵 냄새를 풍기는 거울’(1997),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2002) 등 시집을 냈다.

 

심사위원회는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가장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지와 감성의 결합, 언어와 율조의 긴장, 감각과 서정의 균형 등을 통한 시적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이 상의 상금은 1300만원이다. 시상식은 11월 초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728x90

 

 

크나큰 잠 / 정끝별


한 자리 본 것처럼
깜빡 한 여기를 놓으며
신호등에 선 목이 꽃대궁처럼 꺾일 때
사르르 눈꺼풀이 읽던 행간을 다시 읽을 때

봄을 놓고 가을을 놓고 저녁마저 놓은 채
갓 구운 빵의 벼랑으로 뛰어들곤 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사과 냄새 따스한
소파의 속살 혹은 호밀빵의 향기
출구처럼 다른 계절과 다른 바람과 노래

매일 아침 길에서 길을 들어설 때
매일 저녁 사랑에서 사랑을 떠나보낼 때
하품도 없이 썰물 지듯
깜빡깜빡 빠져나가는 늘 오늘

깜빡 한 소식처럼
한 지금을 깜빡 놓을 때마다
한 입씩 베어먹는 저 큰 잠을 향해
얼마나 자주 둥근 입술을 벌리고만 싶은가

벼락치듯 덮치는 잠이 삶을 살게 하나니
부드러워라 두 입술이 불고 있는 아침 기적
영혼의 발끝까지 들어올리는 달콤한 숨결
내겐 늘 한 밤이 있으니
한 밤에는 저리 푹신한 늘 오늘이 있으니


 

2008 제23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nefing.com

 

 

시인 정끝별(44·명지대 국문과 교수) 씨가 문학사상사 주관 제23회 소월 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한다.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4일 본심에서 정씨의크나큰 잠14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일상 언어에 시적 감각을 새롭게 부여하면서 반복적인 일상의 삶 자체에 숨겨져 있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이 있게 해석해 내는 새로운 시법을 완성해 가고 있다. 이러한 정끝별 시인의 시적 탐구 작업이 한국 서정시의 전통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소월시문학상 우수상은 고형렬, 장석남, 조용미, 박라연, 박형준씨가 받는다. 상금은 대상 1300만원, 우수상은 각 100만원이다. 시상식은 11월 초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728x90

 

 

섶섬이 보이는 방 / 나희덕
- 이중섭의 방에 와서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껍데기처럼 입을 다물던 방,
게를 삶아 먹은 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껍데기를 그릇 삼아 상을 차리는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있었다
꿈 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새를 타고 날아다니고
복숭아는 마치 하늘의 것처럼 탐스러웠다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섶섬이 보이는 이 마당에 서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 한 날 많았더라도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
게와 물고기는 아이들과 해질 때까지 놀았다
게가 아이의 잠지를 물고
아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물고기는 아고리의 손에서 파닥거리던 바닷가,
그 행복조차 길지 못하리란 걸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빈 조개껍데기에 세 든 소라게처럼

* 화가 이중섭과 그의 아내가 서로를 부르던 애칭.


 

2008 제22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nefing.com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나희덕 시인이 문학사상사 주관 제22회 소월 시문학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5일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김남조, 오세영, 송수권, 문정희, 권영민)에 따르면 나희덕 시인의 '섶섬이 보이는 방-이중섭의 방에 와서' 2008년도 제22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뽑혔다.

 

또 심사위는 박라연, 이승하, 이정록, 손택수, 송찬호, 정끝별 시인을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지난달 27일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의 주재로 본심을 거친 심사위원회는 "나희덕 시인의 대상 수상작은 시인이 꿈꾸는 자연과 인간의 화해로운 세상에 대한 소묘적 묘사와 생태주의적 해석법이 돋보인 작품"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나 시인은 "슬픔을 줄곧 노래해 왔다는 점에서, 서정적 전통의 자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시적 사물보다는 자연을 통한 발견에 주로 의존해 왔다는 점에서, 저는 소월의 식솔 또는 후예인 듯 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나희덕 시인은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728x90

 

 

그 맘 때에는 / 문태준

                                 

 

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

 

빈 손이다

 

하루를 만지작만지작 하였다

 

두 눈을 살며시 또 떠보았다

 

빈 손이로다

 

완고한 비석 옆을 지나가 보았다

 

무른 나는 金剛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 맘 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 맘 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 갔을까

 

후두둑 후두둑 풀잎에 내려앉던 그들은

 

 

 

2007 제21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nefing.com

 

 

문학사상사 주관 소월시문학상심사위원회는 제21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문태준(37․불교방송 PD) 시인의 <그맘때에는> 외 15편을 선정했다고 11일 발표했다.

 

 또 송찬호 <만년필> 외 2편, 김완하 <그늘 속의 그늘> 외 7편, 김신용 <도장골 시편- 부빈다는 것>외 7편, 나희덕  <와온(臥溫)에서> 외 7편, 이정록 <갈대> 외 7편(등단연도 순)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우수상 수상 시인으로 결정됐다.

 

심사위원으로는 오세영 서울대 국문과 교수, 김명인 고려대 문창과 교수,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 권영민  서울대 국문과 교수, 문정희 시인 등 5명이 참여했다.

 

제21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문태준 시인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맨발》이 있다. '시힘' 동인이며, 동서문학상․노작문학상․유심작품상․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불교방송 포교제작팀 PD로 재직 중이다.

 

오세영 교수는 "문태준 시의 본질은 사물을 통해 삶의 본원적인 문제들을 성찰하는 것에 있다"며 "생에 대한 철학적 깨달음을 미학적 형상성과 잘 결합시킬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그의 탁월한 시적 재능"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오 교수는 또 "수상작 <그맘때에는>에는 유년의 어느 초가을에 잠자리를 잡았다 놓친 손의 허전함을 문득 추억하면서 생의 덧없음과 적멸의 의미를 깨우치는 불교적 세계관이 잔잔히 반영돼 있다"며 "그 깨달음은 단순히 관념적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저리(imagery)로 형상화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명인 교수는 "문태준의 시는 아름답다. 수상작으로 선고된 <그맘때에는>에서는 하늘에서 놀던 잠자리 떼가 사라졌다는 지극히 범상한 관찰로,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찾아들 이 지상에서의 공허를 예사롭지 않게 유추해낸다"며 "앞으로 더욱 성숙한 문학적 깊이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권영민 교수는 "문태준의 시는 사물에 대한 섬세한 감각과 함께 깊은 통찰을 동시에 보여준다"며 "시적 상상력의 폭과 깊이를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 미학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수상작 <그맘때에는>에 대해 "수상작에서 볼 수 있는 관조의 미학은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하여 그 시적 긴장을 더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문정희 시인은 "결코 가볍지 않는 존재에 대한 비의(悲意)를 진솔한 언어로 포착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고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최동호 교수도 "서정시의 정도를 보여 주는 문태준의 시편들은, 새로운 시대의 서정시의 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728x90

 

 

시간의 동공 / 박주택

 


이제 남은 것들은 자신으로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만 바다를 그리워한다
백사장을 뛰어가는 흰 말 한 마리
아주 먼 곳으로부터 걸어온 별들이 그 위를 비추면
창백한 호흡을 멈춘 새들만이 나뭇가지에서 날개를 쉰다
꽃들이 어둠을 물리칠 때 스스럼없는
파도만이 욱신거림을 넘어간다
만리포 혹은 더 많은 높이에서 자신의 곡조를 힘없이
받아들이는 발자국, 가는 핏줄 속으로 잦아드는
금잔화, 생이 길쭉길쭉하게 자라 있어
언제든 배반할 수 있는 시간의 동공들
때때로 우리들은 자신 안에 너무 많은 자신을 가두고
북적거리고 있는 자신 때문에 잠이 휘다니,
기억의 풍금 소리도 얇은 무늬의 떫은 목청도
저문 잔등에 서리는 소금기에 낯이 뜨겁다니,
갈기털을 휘날리며 백사장을 뛰어가는 흰 말 한 마리
꽃들이 허리에서 긴 혁대를 끌러 바람의 등을 후려칠 때
그 숨결에 일어서는 자정의 달
곧이어 어디선가 제집을 찾아가는 개 한 마리
먼 곳으로부터 걸어온 별을 토하며
어슬렁어승렁 떫은 잠 속을 걸어 들어간다

 

 

2006 제20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nefing.com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20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박주택(경희대 국문학과 교수·46)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간의 공동' 13편이다.

 

소월시문학상심사위원회(심사위원 김남조·송수권·오세영·권영민·최동호·조정권·김성곤)7"탁월한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균형미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시적 성취를 보였다"며 박씨를 수상자로 발표했다.

 

중진·원로시인들에게 시상하는 소월시문학상 특별상의 세 번째 수상자로는 유안진(서울대 교수·64)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불을 마신다' 9. 이와 함께 추천 우수상 수상자로는 이재무, 김완하, 조용미, 문태준, 권혁웅, 김선우 시인이 선정됐다.

 

상금은 대상 1500만원, 특별상 500만원이다. 시상식은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이상문학상 등과 함께 오는 11월 열린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