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19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박정대(39) 씨가 13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아무르 강가에서' 외 13편이다.
박 씨의 시는 "장엄하고 스케일이 크며, 표현력이 뛰어나고, 도전 의식과 가슴을 울리는 묵직함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견 및 원로시인에게 주는 소월시문학상 특별상에는 김춘수 시인의 '쥐오줌풀' 외 9편이 선정됐다. 우수작 수상자로는 이선영, 이정록, 이재무, 정끝별 시인이 선정됐다.
대상 수상자인 박 씨는 고려대 국문학과를 나와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단편집」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등을 발표했다.
시상식은 연말에 이상문학상, 김환태 평론 문학상, 문학사상 신인상, 청소년문학상 등과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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