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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2005 제19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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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19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박정대(39) 씨가 13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아무르 강가에서' 13편이다.

 

박 씨의 시는 "장엄하고 스케일이 크며, 표현력이 뛰어나고, 도전 의식과 가슴을 울리는 묵직함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견 및 원로시인에게 주는 소월시문학상 특별상에는 김춘수 시인의 '쥐오줌풀' 9편이 선정됐다. 우수작 수상자로는 이선영, 이정록, 이재무, 정끝별 시인이 선정됐다.

 

대상 수상자인 박 씨는 고려대 국문학과를 나와 1990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단편집」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등을 발표했다.

 

시상식은 연말에 이상문학상, 김환태 평론 문학상, 문학사상 신인상, 청소년문학상 등과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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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밥상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 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2004 제18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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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일근(45)씨가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소월시문학상 18회 수상자로 47일 결정됐다. 수상작은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13. 정 시인의 시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따스하고 편안한 시적 매력과 치열한 시 정신이 돋보이면서도, 생명존중 사상과 평등정신, 그리고 사랑의 철학을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시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소월시문학상은 김남조, 김성곤, 김재홍, 문정희, 오세영, 오탁번, 조정권씨 등이 심사위원을 맡았고, 지난해 신설된 특별상은 최근 췌장암으로 투병중인 임영조 시인이 수상했다. 수상작은 "오이도". 정일근 시인과 경합한 김선우, 최영철 시인 등 7명은 추천 우수작상을 각각 수상했다.

 

정 시인은 "5년 전 5월에 쓰러져 뇌종양진단을 받고 두 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빈손이 되었을 때 제 주머니 속에 남은 것이 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저를 받아준 것이 자연이었습니다. 시가 고맙고 자연이 고맙기에 저는 자연의 시인으로 남고 싶은 것입니다. 진실로 열망하는 상이 제게로 왔으니 머리 숙여 수상의 영광을 받습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1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정일근 시인은 195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편지>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등의 시집을 상재했으며,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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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가을 / 이문재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나는 두려워 헤아리지 못합니다
마음의 눈 크게 뜨면 뜰수록
이 눈부신 음식들
육신을 지탱하는 독으로 보입니다

하루 세 번 식탁을 마주할 때마다
내 몸 속에 들어와 고이는
인간의 성분을 헤아려보는데
어머니 지구가 굳이 우리 인간만을
편애해야 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주를 먹고 자란 쌀 한 톨이
내 몸을 거쳐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커다란 원이 보입니다
내 몸과 마음 깨끗해야
저 쌀 한 톨 제자리로 돌아갈 터인데

저 커다란 원이 내 몸에 들어와
툭툭 끊기고 있습니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린다 해도
이 음식으로 이룩한 깨달음은
결코 깨달음이 아닙니다

* 지리산 실상사 공양간(식당) 배식대 앞에 붙어 있는 공양게송이다. 인용하면서 '보리'를 '깨달음'이라고 바꾸었다.

 

 

 

 

지구의 가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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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문재(43. 시사저널편집위원) 씨가 문학사상사 주관 제17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구의 가을> 9편이다. 그의 시는 선정 위원들로부터 탁월한 시적 상상력과 지적인 탐험가적 시선으로 물상을 포착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심사위원:김남조 김용직 송수권 김명인 김승희 신범순 조남현). 상금은 1천만원이다.

 

또 김선우의 <능소화>, 문인수의 <대숲>, 정일근의 <서리꽃> 8인의 작품이 추천 우수작, 문정희의 <새우와의 만남> 등이 기수상작가 추대작으로 각각 뽑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문학사상사 창사 30주년 기념식과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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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동백숲길에서 / 고재종

 


누이야, 네 초롱한 말처럼
네 딛는 발자국마다에
시방 동백꽃 송이송이 벙그는가.
시린 바람에 네 볼은
이미 붉어 있구나.
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
내 딛는 발자국마다엔
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
검푸르게 얼어붙은 동백잎은
시방 날 쇠리쇠리 후리는구나.
누이야, 앞바다는 해종일
해조음으로 울어대고
그러나 마음속 서러운 것을
지상의 어떤 꽃부리와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너인가.
그리하여 동박새는
동박새 소리로 울어대고
그러나 어리석게도 애진 마음을
바람으로든 은물결로든
그에 씻어 보겠다는 나인가.
이윽고 저렇게 저렇게
절에선 저녁종을 울려대면
너와 나는 쇠든 영혼 일깨워선
서로의 무명을 들여다보고
동백꽃은 피고 지는가.
동백꽃은 여전히 피고 지고
누이야, 그러면 너와 나는
수천 수만 동백꽃 등을 밝히고
이 저녁, 이 뜨건 상처의 길을
한번쯤 걸어 보긴 걸어 볼 참인가.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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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 1957년 전남 담양 출생.
- 1984년 실천문학사의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에 「동구밖집 열두 식구」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 1993년 제11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음.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 시집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에서
- 시집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사람의 등불』『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 현재 <시와사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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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사과 / 김혜순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 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보다 더 차가운 한 송이 구름이 하늘에서 내려와 내 손등을 덮어주고 가네요 그 작은 구름에게선 천 년 동안 아직도 아가인 사람의 마음 냄새가 나네요 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을 만날 때마다 둥글게 둥글게 길을 깎아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마을만큼 큰 사과가 소리없이 깎이고 있네요 구멍가게 노망든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그렇게 큰 사과를 숟가락으로 파내서 잇몸으로 오물오물 잘도 잡수시네요

 

 

 

잘익은 사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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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은 1955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원도 원주에 이사해 거기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원주여고를 거쳐 1973년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78동아일보신춘문예에 처음 써본 평론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하고, 이어 1979문학과 지성담배를 피우는 시인,도솔가등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나온다. 대학 졸업 뒤 평민사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그는 1993김수영 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1998'김수영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그의 시 세계는 비로소 문단의 공인을 받는다.

 

김혜순의 시는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 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 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 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 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상상력이 빚어낸 시집이다.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이고 자명한 것의 평화와 질서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난폭하게 찌르고 괴롭힌다.

 

김혜순 시의 착지점은 '', 그것도 해탈이 불가능한 '여성의 몸'이다. 해탈이 불가능한 몸에서 출발한 그의 시적 상상력은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식육적 상상력으로까지 뻗친다. 이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를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의 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는 자기 시의 발생론적 근거를 '여성''여성의 몸'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라고 말한다.

 

시집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우리들의 陰畵,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불쌍한 사랑기계,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한 잔의 붉은 거울, 당신의 첫, 슬픔치약 거울크림, 피어라 돼지, 죽음의 자서전, 날개환상통, 시론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연인, 환자, 시인, 그리고 나), 여성, 시하다, 여자짐승아시아 하기, 시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등을 출간했으며,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문학상, 올해의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형기문학상, 그리핀 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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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나는 / 김정란

 

 

사랑으로 나는 내가 보았던 매미 날개와 매미 날개에 머무는 햇살과 그 햇살의 순간의 예민한 망설임들을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내가 보지 못했던 오로라와 그 오로라가 우주 먼 곳 태어나지 않은 역사와 맺는 관계를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내 내장 깊은 곳까지 박힌 칼들을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언젠가 그 칼들이 나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못한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죽어 가는 세계의 모든 생명들과 이제 막 태어나는 어린 생명들과 하나가 되고 싶다. 될 것이라고 믿는다. 될 것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이며 너이며 그들인가. 사랑으로 나는 중심이며 주변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의 상처의 노예이며 주인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의 상처를 세계의 상처 위에 겸손 위에, 나처럼 아프고 불행한 세계의 상처 위에, 가만히, 다만 가만히.

 

 

 

사랑으로 나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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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란 시인(46, 상지대 불문학과 교수)이 제14소월시문학상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사랑으로 나는7편이다.

 

1976현대문학으로 등단한 김정란 시인은 다시 시작하는 나비〉 〈매혹, 혹은 겹침〉 〈그 여자, 가만히 뒤돌아보네등의 시집을 낸 바 있다.

 

그간 김정란 시인은 여성적 글쓰기를 시험하는 작품을 발표해와 한국의 버지니아 울프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한편 김정란 시인은 평론 활동과 번역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수상 작품집에는 고재종, 나희덕, 송찬호, 이윤학, 장석남, 정끝별, 함민복 씨의 작품이 추천 우수작으로 수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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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기다리며 / 안도현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고래를 기다리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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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사는 제1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안도현 시인을 선정, 발표했다. 수상작은 <고래를 기다리며> 7편이다.

 

선정 위원들은 안도현 시인은 일상적 언어의 정감 있는 구사와 대상에 대한 진지한 인식 방법으로 시 정신의 균형과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했다.

 

안도현 시인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1981매일신문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외롭고 높고 쓸쓸한』 『북항을 비롯해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까지 11권의 시집을 냈다.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이번 수상 작품집에는 안도현의 '고래를 기다리며' 7편과 고재종, 김정란 등 6인의 추천 우수작을 함께 묶어 소월시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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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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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사는 3일 제12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 씨를 선정, 발표했다. 수상작은 <사람들은 왜 모를까> 7편이다.

 

김용택 시인은 82년 등단한 이후 첫 시집 섬진강(85)을 비롯한 6권의 시집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순리의 철학을 인정과 세태에 연결시켜 서정적으로 노래해왔다. “절제된 언어로 시적 정서의 긴장과 전형을 살려내고 있으며 특히 시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경험적 현실로 인식하고 그것을 상상력의 세계 속으로 끌어올리는 형상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이번 수상작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이다.

 

한편 우수작 수상 시인으로는 곽재구, 김정란, 나희덕, 남진우, 유안진, 정해종 씨가뽑혔다. 수상 작품집은 다음 주중 출간되며 시상식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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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남자를 보면 / 문정희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 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키 큰 남자를 보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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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8회 소월시문학상에 문정희 시인이 선정됐다. 대상 수상작으로 <키 큰 남자를 보면> 등 작품 20편을 싣고, 추천 우수작을 함께 묶었다.

 

문정희 싱인은 일상의 경험을 초월하는 상상력과 정서의 심연에서 건져 올리는 언어의 비범성을 보여주는 자유로운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문정희 시인은 일상의 현실에 스며 있는 삶의 허무를 균형 잡힌 시적 형식 속에 담아 내어놓는 작업을 꾸준히 지속하여 오고 있다. 일상을 경험을 초월하는 상상력과 정서의 심연에서 건져 올리는 언어의 비범성은 이 시인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적인 미덕이다.

 

선정 위원들은 문정희 시인의 시들이 우리 서정시의 새로운 전통을 이어 가는 소중한 작업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은 시적 언어의 자유로움과 시적 정서의 균형 있는 변주라고 할 것이다. 이 시인의 관심이 인간적인 것에서 문명적인 것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더욱 주목해 볼 수 있는 변화이다. 이 시인에게 소월시문학상이 더 깊고 넓은 시의 세계를 일구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선정 이유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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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단추를 채우면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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