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나비 판화 / 최영희
요양병원 치매 병동의 노인들은
일어나면 끌을 가지고 저마다 뭔가를 새긴다
삐꺽거리는 침대에 걸터앉아
혀끝에서 사라진 말을 곰곰이 떠올린다
양각으로 드러나는 동그라미 얼굴
조각조각 파내면
초록 비린내를 풍기는 눈동자
병실 밖 세상이라도 다녀오고 싶은
한 마리 날갯짓이 방향을 잃는다
끌로 깊이 그어낸 네모난 집
풍경을 잘못 도려내 사라진 어린 시절
난해한 지도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닫힌 출구에서 문고리만 덜컹거린다
어둠이 깃들어 기억할 순 없어도
바람의 문신을 채워 날개를 그린다
균형이 맞지 않아 한쪽으로만 기우는 기억
물감 자국만 남아있을 뿐
지워진 그림자는 볕으로도 찍을 수 없어
꽃이 피지 않는 그림은 미완성이다
날카로운 끌로 파내기를 반복해도
좌우가 뒤섞인 노인의 오늘은
판화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한다
올해 20회를 맞는 김포문학상의 대상에 소설부문 박하성(경북 김천)씨의 <떠도는 섬들>이 선정됐다.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회장 송병호)와 의)우리의료재단 김포우리병원(이사장 고성백)이 함께하는 제20회 김포문학상 전국공모에 전국의 신인 작가 및 문인들이 응모해, 예심과 본심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김포 문학상 및 신인상 부문별 선정 결과가 나왔다. 김포문학상은 올해로 20회째로 회가 거듭할수록 응모율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으로, 현재 총 상금은 1,500만원이다.
올해 김포문학상의 우수상에는 시 부문 최영희(서울 금천)씨의 <나비 판화 외4편>과 시조부문 이숙자(경기 파주)씨의 <바리스타 카페 외4편>이, 수필부문 수상작품은 고옥란(광주광역시 광산)씨의 <덤 외 1편>등 총 4명이 선정됐다.
한편, 김포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김포문학 신인상에는 장년부 수필부문 문승운(운양동)씨의 <우리의 딸들 외1편>과 장년부 시부문 김옥란(고촌읍)씨의 , 청년부 시부문 홍지은(풍무동)씨의 <3초 외 4편>등 총 3명이 선정됐다.
이번에 본심 소설과 수필 부문을 심사한 백시종 소설가는 심사평을 통해 "본심에서 올라온 수십 편의 글들이 모두 아쉽고 안타까웠다. 작품의 완성도와 범상치 않은 문체, 잘 짜여진 스토리 등 깊은 사유 속에서 건져낸 존재의 의미와 자유로운 영혼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우수한 작품들이 많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 부문을 심사한 허형만 전 목포대교수는 "탄탄한 시적 사유와 따뜻한 시선으로 본심에 올라온 시들이 각기 실존적 삶의 의미와 깊은 사유를 드러내고 있었다"라고 전하며, 심사를 하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소감으로 "요즘 시를 왜 어렵게만 쓰려고 하는지, 독자와의 원활한 소통은 물론 작품을 통해 내면적 삶을 성찰하게 하고 따뜻하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고 전했다.
한편, 김포문학상 시상식은 2021.12.4.(토) 오후 ‘2021 김포문인협회 송년의 밤’에 앞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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