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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 아프다 / 길상호

 

 

술 취해 전봇대에 대고

오줌 내갈기다가 씨♡팔씨♡팔 욕이

팔랑이며 입에 달라붙을 때에도

전깃줄은 모르는 척, 아프다

꼬리 잘린 뱀처럼 참을 수 없어

수많은 길 방향도 없이 떠돌 때에도

아프다 아프다 모르는 척,

너와 나의 집 사이 언제나 팽팽하게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인연이란 게 있어서

때로는 축 늘어지고 싶어도

때로는 끊어버리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감전된 사랑이란 게 있어서

네가 없어도 나는 전깃줄 끝의

저린 고통을 받아

오늘도 모르는 척,

밥을 끓이고 불을 밝힌다

가끔 새벽녘 바람이 불면 우우웅...

작은 울음소리 들리는 것도 같지만

그래도 인연은 모르는 척

 

 

 

모르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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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천상병 시상 수상자로 선정된 길상호 시인. 수상작은 '모르는 척'

 

시작시인선 0082권.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길상호 시인이 2007년에 출간한 『모르는 척』을 수정·증보한 개정판 시집이다.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기존의 자연친화적인 서정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펼쳐져 있는 불안과 고통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추천 글에서 이재무 시인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그의 시에서는 사물어들의 형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집에서 눈길을 끄는 사물어 ‘물고기’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일그러진 형태를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화상을 입었거나, 광어가 되어가고 있거나 지독한 비린내(언어)를 풍기고 있다.

이는 시인과 동일시되는 시적 주체가 외적 억압의 현실 속에서 수인囚人의 시간을 가까스로 견인해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반면 그 상한 몸의 물고기들을 가슴에 담아놓고 보듬는 시인의 모습을 통해 그가 지니고 있는 세상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병들어가는 세상에 초점을 맞춘 시인의 눈도 붉게 충혈이 심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통을 모르는 척하며 詩作에 더욱 몰두하는 시인, 세상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 하나를 이 시집을 통해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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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림 / 길상호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의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스위치를 끄면 어둠이 고여 드는 방,

밤은 적당히 짜고 달고 매콤하고

 

얽힌 손길에 더는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지금은 저 방에 나란히 갇혀야 해요

 

배꼽 속 지루한 인연이 모두 우러나오고

눈에 담긴 통증도 흐물흐물 풀리면

 

액자 속 다정했던 시절로 우리

찰칵 찰칵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요

 

방 안 가득했던 어둠이 졸아들면

정수리에 모여든 쓸쓸한 거품을 걷어주면서

 

이제 어떤 말에도 쉽게 상처받지 않는

짭조름한 심장을 갖고 살기로 해요

 

한없이 뒤척이게 되더라도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배어들기 위한 일,

 

검은 밤이 너무 일찍 끝나버리면 안 되니까

심장의 불꽃을 중불로 내려주세요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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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김종삼시문학상 시상식이 예술가의 집에서 열렸다. 본 시상식은 김종삼 시인 기념사업회와 대진대학교가 주최하고 김종삼시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했다. 3회 김종삼시문학상 당선작은 길상호 시인의 시집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이다. 길상호 시인에게는 김종삼 시인을 형상화한 트로피와 1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김종삼 시 문학상은 김종삼 시인(19211984)을 기념하기 위해 2017년도에 대진대학교가 후원·제정한 상이다. 김종삼 시인은 황해도 은율 출신으로 1947년 월남하여 시집 돌각담으로 데뷔하였고 민간인이라는 시로 현대 시학상을 수상했다. 김종삼 시인은 사람들의 가난함과 고독함에 대한 순수시를 써오며 과감한 생략을 통해 여백의 미를 추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작품집으로는 개인 시집인 누군가나에게물었다외 두 편, 시선집 북치는 소년’, ‘평화롭게’, 연대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 공동시집인 본적지가 있다. 1984년 사후에는 김종삼 시인의 모든 시집과 시를 담은 김종삼 전집이 출간됐다.

 

본 상의 심사기준은 김종삼 시인의 시 정신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데뷔한지 10년 이상의 작가들의 작품집 중에서도 해당 연도에 발매한 시집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수상자인 길상호 시인은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하였으며 현대시동인상,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 등을 받았다. 현대인들의 외로움에 대한 서정시를 쓰는 것으로 알려진 길상호 시인은 우리의 죄는 야옹”,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3편의 시집을 출간했다.

 

김종삼 시 문학상의 심사는 김명인 시인, 정호승 시인, 김승희 시인이 맡았다. 심사평을 맡은 김승희 시인은 “2020년에 심사 작들 모두 개성이 강하며 주제가 다양한 시집들이 많았다. 요즘 시인들의 재능이 빛나고 있다.”라며 문학상에 투고한 모든 작품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김 시인은 김종삼 시인은 가장 추상적인 현대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생활의 밑바닥을 사실적으로 잘 보여주는 내용 있는 생활 시인이다. 이 때문에 현실의 무게가 깃들어있는 길상호 시인의 시집에 마음이 갔다.”라고 말했다.

 

단상에 나온 길상호 시인은 이번 시의 시제를 준비하면서 이름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부모님 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잘 달고 있는가 고민했다. 48년을 돌아보니 지금 내 스스로가 내 이름을 너무 방치한 듯하다.”라며 울먹였다. “김종삼 시인의 시처럼 제 시도 어떤 사람들에게 목마름을 해소 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내 이름을 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모르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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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뉴스 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길상호 시인은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었던 김종삼 시 정신에 대한 질문에 김종삼 시 정신이란 사람, 동물 가리지 않는 세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 중에서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인 듯하다. 아마 저와 제 시 속에서 김종삼 시인의 그런 정신을 봤기 때문에 이 상을 주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축사를 맡은 이숭원 운영위원장은 길상호 시인을 축하했다. 이어 원래 순서였던 이면재 대진대학교 총장은 개인 일정으로 인하여 불참하였고 대신 신재희 기념사업회 회장이 대리로 전했다. 이면재 총장은 “3회째인 시문학상이 점차 커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라 말했다. 그리고 작년 봄에 김종삼 시인의 부인이신 정귀례 여사가 돌아가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여사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이 시문학상을 기념하기 위해 팝페라가수 팀 라클라쎄Westlife‘You raise me up’과 뮤지컬 이순신의 나를 태워라공연이 있었다.

 

내년에도 더욱 다양하고 개성 강한 작품들이 나오길 바라며 김종삼 시인과 시인의 시 정신을 기념하고 그와 같은 시인을 발굴해 내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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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심장을 받았네 / 길상호

 

당신은

새벽 첫 눈을 뭉쳐

바닥에 내려놓았네

그것은

내가 굴리며 살아야 할

차가운 심장이었네

눈 뭉치에 기록된

어지러운 지문 때문에

바짝 얼어붙기도 했네

그럴 때마다

가만히 심장을 쥐어오던

당신의 손,

온기를 기억하는

눈의 심장이

가끔 녹아 흐를 때 있네

 

 

 

 

눈의 심장을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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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네르바는 금년으로 제2회를 맞는 질마재문학상에 조정권 시인의 시집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 질마재해오름문학상에 길상호 시인의 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 김남조, 김종해, 문효치 시인은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각 부문 10권씩의 시집들 중에 각각 수상작을 선정하였는데 시집들은 모두 문학적 우수성과 개성적 세계를 보여주는 가편들이었다고 평가했다.

 

두 작품집 모두 새로운 의미 창조의 탁월한 언어적 성취를 이룸으로써 본 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충분히 값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길상호 시인은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이래 오동나무에 잠들다』 『모르는 척』 『눈의 심장을 받았네등의 시집을 펴내며 활동해왔다. 그 역시 2000년대의 주목받는 시인으로 문단의 관심을 모아왔다.

 

그의 시적 관찰력도 매우 예리하다. 그에게 걸려드는 대상들은 조금도 예사로울 수 없는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된다. 그는 힘들이지 않는 말로 매우 경이로운 세계를 말할 줄 안다. 깜깜한 세상에 잠들어 있는 무수한 가치들을 마치 주술자처럼 흔들어 깨우는 마술적인 힘이 그에게는 있다.

 

질마재 문학상은 2010년 미당 서정주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그분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계간 미네르바에 의해 제정되었으며 우리 시문학을 이끌어갈 중량감 있는 작가를 선정하여 매년 한 번씩 수여하는 이 문학상은 제1회에 장석주, 고영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하여 시상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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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야생의 꽃 / 허만하

 

 

의미에서 풀려난 소리는 비로소 아름답다.

숲속에서 새의 지저귐 소리 들어보라.

물에 비친 가지 끝 섬세한 떨림을 보라.

의미는 스스로를 노출하지 않는다.

말이 되기 이전의 의미를 그대로 머금고 있는 꽃나무.

지는 꽃잎은 소리를 가지지 않는다.

침묵의 배후에 펼쳐지는 끝없이 넓은 들녘을 보라.

사람의 시선이 머문 적 없는 야생의 꽃들이 있다.

흰 색 가운데서 흰 꽃잎은 희지 않은 것 가운데서 흰 것보다 본질적으로 희다.

꽃들은 정직하게 미래를 믿고 있다.

흰 꽃은 순결한 미래를 믿기 때문에 희다.

이름 없는 들꽃들이 저마다 다른 빛깔의 꽃가루를 만들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씨앗을 보라. 목숨은 역사 이후의 다른 별까지 날아간다.

지구가 사라진 뒤의 낯선 천체 위에서 꽃들은 바람도 없이 온몸을 흔들 것이다.

불멸의 언어처럼 인류를 추억할 것이다.

 

 

 

 

야생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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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 길상호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낮 동안 바람에 흔들리던 오동나무

잎들이 하나씩 지붕 덮는 소리,

그 소리의 파장에 밀려

나는 서서히 오동나무 안으로 들어선다

평생 깊은 우물을 끌어다

제 속에 허공을 넓히던 나무

스스로 우물이 되어 버린 나무,

이 늦은 가을 새벽에 나는

그 젖은 꿈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때부터 잎들은 제 속으로 지며

물결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도 이제 허공을 준비해야지

굳어버린 네 마음의 심장부

파낼 수 있을 만큼 나이테를 그려봐

삶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질 때

잔잔한 파장으로 살아나는 우물,

너를 살게 하는 우물을 파는 거야

꿈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면

몇 개의 잎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오동나무 저기 멀리 서 있는 것이다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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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대구방송이 제정한 제3회 육사시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시집 '야생의 꽃'의 작가 허만하(74) 시인이 선정됐다. 이 상은 이육사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된 상.

 

시집 '야생의 꽃'"주체적 시선으로 자연과 사물을 지적으로 통찰하면서 고도의 사유 축적만이 일궈낼 수 있는 개성적인 시세계를 펼쳐보여 높이 평가된다"는 심사평을 들었다. 허 시인은 "중앙이 아닌 세상의 도처에 시를 벼리는 자가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 부산 시()의 위상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묵묵히 시의 길을 가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1957'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허 시인은 제32회 한국시인협회상, 15회 이산문학상, 5회 청마문학상을 수상했었다.

 

신인상에는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를 냈던 길상호(33) 시인이 뽑혔다. 길 시인은 2001년 한국일보로 등단, 2004'현대시동인상'을 수상했었다.

 

시상식은 1013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시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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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인이 지은 집 / 길상호

 

 

그는 황량했던 마음을 다져 그 속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먼저 집 크기에 맞춰 단단한 바탕의 주춧돌 심고

세월에 알맞은 나이테의 소나무 기둥을 세웠다

기둥과 기둥 사이엔 휘파람으로 울던 가지들 엮어 채우고

붉게 잘 익은 황토와 잘게 썬 볏짚을 섞어 벽을 발랐다

벽이 마르면서 갈라진 틈새마다 스스스, 풀벌레 소리

곱게 대패질한 참나무로 마루를 깔고도 그 소리 그치지 않아

잠시 앉아서 쉴 때 바람은 나무의 결을 따라 불어가고

이마에 땀을 닦으며 그는 이제 지붕으로 올라갔다

비 올 때마다 빗소리 듣고자 양철 지붕을 떠올렸다가

늙으면 찾아갈 길 꿈길뿐인데 밤마다 그 길 젖을 것 같아 새가 뜨지 않도록 촘촘히 기왓장을 올렸다

그렇게 지붕이 완성되자 그 집, 집다운 모습이 드러나고

그는 이제 사람과 바람의 출입구마다 준비해둔 문을 달았다

가로 세로의 문살이 슬픔과 기쁨의 지점에서 만나 틀을 이루고

하얀 창호지가 팽팽하게 서로를 당기고 있는,

불 켜질 때마다 다시 피어나라고 봉숭아 마른 꽃잎도 넣어둔,

문까지 달고 그는 집 한 바퀴를 둘러보았다

못 없이 흙과 나무, 세월이 맞물려진 집이었기에

망치를 들고 구석구석 아귀를 맞춰나갔다

토닥토닥 망치 소리가 맥박처럼 온 집에 박혀들었다

소리가 닿는 곳마다 숨소리로 그 집 다시 살아나

하얗게 바랜 노인 그 안으로 편안히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2001 신춘문예 당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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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언제부터인가 집에 대한 생각이 쾅쾅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생각들은 몇 달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결국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내 마음 속에 자리잡은 집이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새벽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발을 들여놨다가 좁아서 나가버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빗물 뚝뚝 떨어져 돌아서 버리고, 누구도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래도록 그 허술한 집을 지키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허물어진 담을 다시 쌓아주면서, 새는 지붕을 덮어주면서 저의 집을 지탱해준 사람들. 그들 때문에 마음속 집은 아직 허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서라도 따뜻한 집 한 채 세우고 싶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시를 쓰는 일은 저에게 집을 짓는 일이 되었습니다.

 

모든 일에 아직 서툴기만 한 저의 집짓기는 언제 끝이 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머리칼 허연 노인이 되어도 끝끝내 그 아름다운 집을 이루겠다는 마음 변치 않을 것입니다.

 

부족한 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기대도 앞으로 튼튼한 기둥으로 저를 받쳐줄 것입니다. 선생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많은 지도와 관심을 베풀어주신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강정희ㆍ신익호ㆍ김균태 선생님 외 여러 선생님들, 문예창작학과의 김완하 선생님, 글쓰기의 고통을 함께 했던 청림문학동인회 선후배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누구보다도 부모님께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더욱 힘찬 걸음으로 걷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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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편이나 이번 시 부문 심사만은 그렇지 않았다. 기대가 큰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 여러 편 있었다. 최종심까지 올라온 작품은 김상호의 '그 노인이 지은 집', 김남극의 '마른 물푸레나무 한 묶음', 정선용의 '달팽이', 박판식의 '장지', 최요기의 '2월의 강' 등 모두 다섯 편이었다.

 

'마른 물푸레나무 한 묶음'은 역동성과 천진성이 돋보였으나 '가련한 생들 아니랴'와 같은 미숙한 표현이 지적되었다. ''이라는 말을 직접 쓰지 않고 생을 노래하는 것이 시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달팽이'는 달팽이에 대한 생태학적 관찰을 통해 인간의 생태학적 여정을 충실히 그린 작품이었으며 , '장지'는 할머니를 땅에 묻고 돌아와 통닭을 먹는 나와 가족들의 회한과 상처를 깊게 그리고 있었으며, '2월의 강'은 침묵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모두 '그 노인이 지은 집'에는 못미치는 작품이었다.

 

'그 노인이 지은 집'은 군계일학이었다. 한 편의 시가 마치 한 권의 책과 같은 질량감과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다. 한 노인이 집에 들어가는 과정, 즉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아무런 무리 없이 균등한 밀도를 바탕으로 통일감을 형성한 점이 크게 돋보였다.

 

특히 서사적 요소에 서정적 요소를 차근차근 잘 어우러지게 한 데서 오는 감동이 커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이번 심사를 통해 심사위원들은 한국의 서정시가 본 궤도에 오른 느낌을 받았다. 한때 과도한 부담으로 느껴졌던 현실참여라는 짐을 이제 비로소 내려놓은 것 같았다는 점을 부기한다. 당선자는 부디 노력을 통해서 대성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김남조 김광규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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