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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 강성재

 

섬에

산이 있어

나는 바다로 가네,

 

월호 개도 지나면

파도는 감성돔 무리처럼

한려수도에 흩어지는데

두둥실 객선은

내외진 항에 나를 내려놓고

엉덩이를 돌린다

 

갯내음 그리운 길 하나

심포 포구로 앞장서 넘어가는

망산의 초입엔 햇살 물어다 놓은

제비꽃 부부 도란도란 피어

정겹다

 

임도(林道)를 따라 오르면

산길은 섬소녀처럼 숨었다

나타나고, 얼굴 붉어지는

능선엔 산우물 하나

목을 축이면

미륵바위 미소 지으며

가부좌로 앉아 있다

 

평원을 지나면 안부(鞍部)

안부가 그리운 이름들은

뭍에서 꽃으로 피어 있다

언제 올랐을까 저 많은 바위들은

산봉오리에 탑을 세운다

천지사방을 둘러보면 눈 안엔

푸른 물감 풀어 두고

섬마을 맵찬 바람

눈물 싹을 티웠다

 

산정에 오르면 허리 굽은

산길도, 마음도 곧게 펴지는 법

기쁜 소식 피워낼 불꽃 없어

봉수대가 망산에 걸터 앉아

뿔피리를 불고 있는,

 

금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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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술 / 최향란

 

어머니 당신이 꽃술 담그던 그 날처럼

진달래꽃 따러 장수리에 갔어요

무심히 꽃잎 따는데 햇살 바다위에 반짝이고

진달래꽃 흐드러지게 마주 앉아

왜 그 바닷가에 갔는지 잊었지요

꽃잎 켜켜이 설탕 재워

넉 달 동안 돌아보지도 말아야 한다기에

여름이 다가도록 또 잊었지요

설탕에 재워진 달큰한 꽃잎

꽃잎을 먹었는지 꽃잎에 절여진 술을 먹었는지

유년의 달밤도 이토록 푸르렀을까요

꽃잎 한 송이 한 송이

꽃향기 날 때까지 꽃술 마시는데

바다가 붉게 꽃잎에 앉았어요

봄날 장수리 바닷가 꽃 따러가고 싶어

밤새 뒤척이다 목 아프고 열이 나면

당신이 다녀간 흔적이라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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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 장목, 세포, 달포 / 정은주

 

순천만을 따라 여수로 가다보면

바다가 오른쪽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이목 장목 세포 달포

바다는 수시로 방향을 바꾸어 내 옆구리를 친다

잔물결 일렁이지 않는 바다는 하늘인지, 바다인지

산 위에 바다가 걸리고

발아래 하늘이 펼쳐진 듯 하다

왜 바다에 가는지

살다보면 옹색한 생애는 분명한 대답을 못할 때가 더 많다

곤두박질치듯 바다로 뻗은 길을 내려간다

나뭇잎들이 더러 바다에 쓸리기도 하고

모래 속에 박히기도 하면서

시나브로 삭아가는 것이 보인다

저 나뭇잎

썩어가면서 물이 되고 소금이 되고 물고기가 되는,

몇 칸의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나도 어느새 소금간이 든다

견딜 수 있겠다

 

* 이목 장목 세포 달포 : 여수반도의 지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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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집 / 엄정숙

 

어쩌다가 바닷가 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알고 보니 빈 집이 아니라

벌써부터 바다가 살고 있었다

집을 지을 때 누군가가 베란다에 서서

꽝꽝 못을 박고 바다를 가둔 채

지붕을 얹어 버렸나 보다

할 수 없이 나는 바다에 갇혀

하루 종일 바다와 함께 지낸다

아침마다

바다가 먼저 세수하고

바다가 먼저 거울을 닦는다

푸른 식탁 위에 아침해를 올려 놓고

가막섬 경도 소경도 불모섬

오래된 식구들을 불러 앉힌다

이 집에서 나보다 더 잘 사는 바다는

흐린 날이면 온종일 자리에 앓아 눕고

비가 오면 속으로 깊이깊이 울다가도

드센 바람이 불면 천길 벼랑끝을 마다않고

달려가 섬들을 껴안는다

만신창이가 된 몸뚱아리, 어머니처럼

제가 품고 사는 것들 하나도

다치지 않게 하는 바다는

아무리 바쁜 날에도

하루 두 번씩 집을 비우며

내게 마음 비우며 사는 법을

말없이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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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3회)

시 : 윤정순(부산) 바다에 쓰는 편지,

소설 : 유정미(익산) 고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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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2회)

시 : 임정윤(의왕시)의 오동도 외,

소설 : 김용필(서울)의 '어부의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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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항 / 김종안


소백이 남으로 달리다

섬진을 건너 뛰고

반도의 끝자락

종고산에 와

우뚝 멈추어 선 곳


임진년

쓰러지는 조국을

온몸으로 일으켜 세우고

여순사건의 아픔을 말없이 웅변하며

의연히 앉아 있는

여수항


여기 

오동도 동백꽃보다 더 붉은

충무혼을 보듬고

겨울 눈 속에 오히려 푸르른 보리싹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신새벽

아직 여명이 눈뜨기 전

밤새 남해를 헤쳐온 어선들이

부두에 닻을 내린다

어시장에 부려지는

푸르디 푸른 몸짓들

어부들 잠시

아침의 시장기마저 잊는다


좌판을 앞에 놓고

인정을 퍼주는

아낙네들의 남도 사투리가 정겹고

몇 잔 해장술에

진한 농담을 던지던

억센 사내들도

하나 둘 귀가를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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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전라남도 여수시의 자연과 삶을 문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전국민 대상으로 공모하는 여수의 문학상이다.

 

[개설]

1999년에 처음 공모하여 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가 주관하고 여수시가 주최하는 여수 해양문학상은 시와 소설부문에서 매년 3월부터 8월 말까지 공모하며, 10월 중순에 시상하는 문학상이다.

여수의 자연과 인간, 삶을 문학적으로 접근하고 그 아름다움을 온 국민과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로 1999년에 제정된 지 올해로 11회를 맞는 여수해양문학상 작품 공모는 이제 한국 해양문학의 지평을 여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매년 전국 유명 시인과 소설가 등이 응모하여 우리 지역의 삶을 문학적으로 접근할 뿐만 아니라 여수 문학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제1회 때는 시, 소설, 수필, 노래가사 등 4개 부분으로 나누어 공모하다 2회 때부터 시, 소설 부문에서만 공모를 하고 있다.

 

[제정경위 및 목적]

여수의 자연과 인간, 삶을 문학적으로 접근하고 그 아름다움을 온 국민과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로 1999년에 제정되어 2010년까지 12회를 맞는 여수 해양문학상 작품 공모는 이제 한국 해양문학의 지평을 여는데 기여하고 있다.

 

[변천]

1999년에 제정된 여수 해양문학상은 매년 전국 유명 시인과 소설가 등이 응모하여 우리 지역의 삶을 문학적으로 접근할 뿐만아니라, 여수 문학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제1회 때는 시, 소설, 수필, 노래가사 등 4개 부분으로 나누어 공모하다 제2회 때부터 시, 소설부문에서만 공모를 하게 되었다.

 

[시상부문]

시, 소설 각 부문별로 대상, 우수상, 가작 등 총6명을 시상하며 대상에게는 300만원, 우수상 100만원, 가작 50만원의 창작지원금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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