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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 강성재
섬에
산이 있어
나는 바다로 가네,
월호 개도 지나면
파도는 감성돔 무리처럼
한려수도에 흩어지는데
두둥실 객선은
내외진 항에 나를 내려놓고
엉덩이를 돌린다
갯내음 그리운 길 하나
심포 포구로 앞장서 넘어가는
망산의 초입엔 햇살 물어다 놓은
제비꽃 부부 도란도란 피어
정겹다
임도(林道)를 따라 오르면
산길은 섬소녀처럼 숨었다
나타나고, 얼굴 붉어지는
능선엔 산우물 하나
목을 축이면
미륵바위 미소 지으며
가부좌로 앉아 있다
평원을 지나면 안부(鞍部)
안부가 그리운 이름들은
뭍에서 꽃으로 피어 있다
언제 올랐을까 저 많은 바위들은
산봉오리에 탑을 세운다
천지사방을 둘러보면 눈 안엔
푸른 물감 풀어 두고
섬마을 맵찬 바람
눈물 싹을 티웠다
산정에 오르면 허리 굽은
산길도, 마음도 곧게 펴지는 법
기쁜 소식 피워낼 불꽃 없어
봉수대가 망산에 걸터 앉아
뿔피리를 불고 있는,
금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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