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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술 / 최향란

 

어머니 당신이 꽃술 담그던 그 날처럼

진달래꽃 따러 장수리에 갔어요

무심히 꽃잎 따는데 햇살 바다위에 반짝이고

진달래꽃 흐드러지게 마주 앉아

왜 그 바닷가에 갔는지 잊었지요

꽃잎 켜켜이 설탕 재워

넉 달 동안 돌아보지도 말아야 한다기에

여름이 다가도록 또 잊었지요

설탕에 재워진 달큰한 꽃잎

꽃잎을 먹었는지 꽃잎에 절여진 술을 먹었는지

유년의 달밤도 이토록 푸르렀을까요

꽃잎 한 송이 한 송이

꽃향기 날 때까지 꽃술 마시는데

바다가 붉게 꽃잎에 앉았어요

봄날 장수리 바닷가 꽃 따러가고 싶어

밤새 뒤척이다 목 아프고 열이 나면

당신이 다녀간 흔적이라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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