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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대상
- 문성해 ‘오동도에서’
우수작
- 김한결 ‘붉은 바다거북’
가작
- 김정애 ‘겨울 향일암 뒷산’
겨울, 향일암 뒷산 / 김정애
향일암 뒷산에 눈이 내릴 거라는 예보를 듣고
먼저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미 내린 눈은 눈이 아니어서
땅에 떨어져 죽은 눈은 눈이 아니어서
동백 숲 뒤로 하고,
살아있는 눈 보기 위해
내 앞을 가로막는 일주문, 단숨에 뛰어 넘었다
갈매기 줄지어 떨어지는 향일암
오늘만은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
산정에 오르기 전에 눈이 내리면 어쩌나
조급한 마음에 무엇이 밟히는지
내가 길을 만드는지 지우는지 마음 두지 않았다
언제 내렸을까
뒤쪽으로 하얀 눈이 앞서온 발자국을 지우고
소복이 쌓여있다
앞만 보고 온 나를 피해 뒤쪽으로 왔을까
눈은 수시로 방향 바꿔 내린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뒤돌아본 후에야
땅에 떨어진 눈도 살아있다는 걸 알았다
동백꽃 눈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고
갈매기 떨어져 내리다 말고 향일암 종소리에 맞춰
낭떠러지를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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