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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돔 / 배기환
비늘과 비늘 사이 파도가 번쩍이는 감성돔 한 마리 오동도 갯바위로 싱싱하게 뛰어 오른다.
단칼에 쓱싹 배를 갈라 치더니 창자를 까뒤집고 내장 속 깊이 감춰둔 바다를 철썩 꺼내 보인다.
쩍-쩍 벌리는 아가미 사이로 일몰에 삼켜둔 주홍빛 노을이 질질 흘러내리고 살 속 깊이 뿌리박고 자란 뼈들이 삐걱삐걱 걸어 나와 도마 위에 주저앉는다.
물고 물리는 심해의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 그래도 네가 이제까지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천적이라도 나타나면 사정없이 콱 물고 씹어 버리는 너의 날카로운 이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네가 깊은 바다 속을 마음껏 유영하며 무사히 한 생애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거친 풍랑과 암초더미를 잘 다독거려준 너의 날쌘 꼬리와 예민한 지느러미 덕분이리라
섬뜩한 칼날도 그의 사정을 아는 듯 좀처럼 숨이 끊어지지 않고 꿈틀꿈틀하는 꼬리와 지느러미는 싹둑 잘라 다시 바닷물 속으로 휙 집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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