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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 김영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를 지금 여수에 데려다 주오

남도의 끝자락 오동도에 가

하루를 살겠네

오늘을 살겠네

삼만 육천오백 날 보다 더 아름다운

하루를 살겠네

남녘 둔덕마루 깎아지른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서서

푸르게 빛나는 우듬지에

시뻘겋게 불타는 가슴을 연다면

 

보아라,

만 리에서 달려 온 물결들이

하얗게 부복을 하는 바다

 

오늘을 사는 거다

오늘 하루를 사는 거다

하루만이라도 이렇게 붉은 가슴을 열고

꽃처럼 살다 가는 거다

살 에는 해풍에 맞서

파도를 껴안은 마음

이리 붉을 때

너에게 못다 한 말은

단 하루라도 우리

꽃답게 살 걸 그랬다

불같이 살 걸 그랬다

게으른 봄을 위하여

이 겨울을 다 태울 걸 그랬다

 

초록이 쫓겨 온 땅 끝

벽오동 지는 섬 둔덕에 서서

우리 이렇게 동백으로 핀다면야

생에 어찌 한 자락의 여한이 남으랴

하루가 천 날 같은

내 생의 마지막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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