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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나룻배 / 김정애

 

어디 갔을까

한 배 타고 다녔던 파도 소리, 천지간에

해가 솟고 갈매기 날고 다시 잠기는데

개펄에서 늙고 있는 신발 한 척

뻘구멍에서 게가 기어 나오고

실 눈 뜨듯 계절이 열린다

귓바퀴 묶고 있는 밧줄 없다

섬사람 뭍사람

갯일 갈 때 마실 갈 때

층층이 신고 다닌 신발 이였다

짠 내 나는 신발

졸고 있는 갯벌 위에서

놓았던 물소리 다시 쥐고

제 속을 헤 집는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뭍을 향할 때나 섬을 향할 때나

그리움 앞세우고도

늘 그리움 남기고 건넜다는 걸

뭍 도 섬 도 아닌 그가

섬을 건네주고 뭍을 건네주는

길이 되고 싶어 했다는 걸

지느러미 뭉툭해지도록

길이 되고 있었다는 걸

 

 

 

 

 

 

[당선소감]

 

 

산에 오름니다.

아침에 오르고 저녁에 오르고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앞 선이의 땀방울이 보이고 휙 지나가는 서러움도 보입니다.

나무들의 그늘이며 그늘이 슬어 놓은 입김이며

미처 헤아리지 못한 흐느낌까지 보입니다.

그렇게 오르고 오르다 보면

구릉이 나오고 평지가 나오고 내리막이 나오고

약수 물 소리도 들립니다.

 

 

거짓말 같은 당선 소식을 듣고

또 산에 오름니다.

더 높이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급한 마음에 미처 다독이지 못한 시의 안자락을

꼭 안아주기 위함입니다.

 

 

산이 좋았습니다.

시가 좋았습니다.

무작정 올랐고 무작정 썻습니다.

내일도 오르고 내일도 쓸 것입니다.

시 속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고 길을 만들 것입니다.

틈틈이 종포 해안 도로, 돌산 대교, 향일암 종소리,

두루두루 살필 것입니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너무 많습니다.

침묵으로 때론 호령하듯 시의 중심을 잡아 주신 신병은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화요일을 꼭 붙들고 싶을 만큼 똘똘 뭉친 화요 문학회 회원들과

전남대 여수 평생 교육원 원우들과 기쁨을 함께 하겠습니다

아직 나약하기만 한 제 시의 발목을 잡아 주신 심사 위원께 감사드립니다.

 

 

 

 

 

김정애

- 1966년 여수 출생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전남 대학교 여수 평생 교육원 문예 창작 과정 수료

- 제12회 여수 시민 백일장 장원

- 제15회 광주, 전남 여성 백일장 대상

- 2009년 토지문학제 하동 소재(素材)문학상 시 부문 당선

- 여수 화요 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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