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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의 기쁨 / 이동순

 

 

누더기처럼

함석과 판자를 다닥다닥 기운

낡은 창고 벽으로 그 씨앗은 날려 왔을 것이다

거기서 더 이상 떠나가지 못하고

창고 벽에 부딪쳐

그 억새와 바랭이와

엉겅퀴는 대충 그곳에 마음 정하고 싹을 틔웠을 것이다

사람도 정처 없이

이렇게 이룬 터전 많았으리라

다른 곳은 풀이 없는데

창고 틈새에만 유난히 더부룩 돋았다

말이란 놈들이 그늘 찾아

창고 옆으로 왔다가 그 풀을 보고

맛있게 뜯어먹고 갔다

새 풀을 발견한 기쁨 참지 못하고

연신 발굽을 차며

히히힝 소리 질러댔다

 

 

 

발견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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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회(회장 유자효)는 올해 제22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이동순 시인(60)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 '발견의 기쁨'이다. 문학평론가 김재홍 씨 "이동순 시인의 몽골 시편이 일깨워주는 가장 큰 미덕은 진정한 삶의 길이 어떠한 것이며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이라며 "그것은 한마디로 소유의 삶이 아니라 존재를 누리는 삶의 길이며, 탐욕과 구속의 삶이 아니라 해방과 자유의 삶"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김남조 시인은 수상작이 "시의 현장감이 좋았고 거기에 투사된 시인의 모습과 자의식의 독백 같은 것이 모두 적절히 표현됐다"고 평가했다.

 

상금은 1000만원이며 시상식은 제23회 지용제가 열리는 내달 15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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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켜는 여자 / 도종환

 

 

바이올린 켜는 여자와 살고 싶다

자꾸만 거창해지는 쪽으로

끌려가는 생을 때려 엎어

한손에 들 수 있는 작고 단출한 짐 꾸려

그 여자 얇은 아랫턱과 어깨 사이에

쏙 들어가는 악기가 되고 싶다

왼팔로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진

내 몸의 현들을 그녀가 천천히 긋고 가

노래 한 곡 될 수 있다면

내 나머지 생은 여기서 접고 싶다

바이올린 켜는 여자와 연애하고 싶다

그녀의 활에 내 갈비뼈를 맡기고 싶다

내 나머지 생이

가슴 저미는 노래 한 곡으로 남을 수 있다면

내 생이 여기서 거덜 나도 좋겠다

바이올린 소리의 발밑에

동전바구니로 있어도 좋겠다

거기 던져 주고 간 몇 잎의 지폐를 들고

뜨끈한 국물이 안경알을 뿌옇게 가리는

포장마차에 들러 후후 불어

밤의 온기를 나누어 마신 뒤

팔짱을 끼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

바이올린 켜는 여자와 살 수 있다면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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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정지용문학상의 수상자로 도종환 시인이 선정 됐다.

 

지용회(회장 이근배. 시인)는 충북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이 이 지역 출신인 정지용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문학인들의 창작 의욕 고취를 위해 주최한 제21회 정지용문학상의 수상자로 도종환 시인(수상작 '바이올린 켜는 여자')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심사위원인 김남조 시인은 수상작에 대해 "명민한 관찰과 시정신의 깊고 따뜻함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문체의 순탄한 운행이 이 또한 좋았으니 바로 번쩍거리지 않으면서 광채가 있는 수사법이란 장점이 있어 수상결정이 쉽게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또 "시적 역량의 성숙도와 함께 수상작품인 '바이올린 켜는 여자'가 심사위원들의 찬동을 얻게 돼 무리 없이 전원 합의의 선을 넘었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정지용문학상은 제1회 박두진 시인을 비롯해 김광균, 박정만, 오세영, 이가림, 이성선, 이수익, 이시영, 오탁번, 유안진, 송수권, 정호승, 김종철, 김지하,유경환, 문정희, 유자효, 강은교, 조오현, 김초혜 시인이 차례로 수상 했다.

 

시상식은 제22회 지용제가 열리는 내달 16일 오후5시 옥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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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화상(火傷) / 김초혜

 

 

그대가

그림 속의 불에

손을 데었다면

나는 금세

3도 화상을 입는다

 

마음의 마음은

몇번이고 몇번이고

화상을 입는다

 

 

 

사람이 그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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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정지용 문학상에 김초혜 시인(65)'마음 화상'이 선정됐다.

 

지용회는 이번 정지용 문학상의 경우 고은, 김남조, 김윤식, 이가림 씨 등이 심사위원으로 2007년 발표된 시() 작품 가운데 김 시인의 '마음 화상'을 당선작으로 심사·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김 시인은 "시문학에 주어지는 상의 목적은 절대가치의 창출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객관적 신임에 불과한 것이고, 더 크게는 격려의 뜻이 아닌가 싶다""활자 문화가 빈곤해지는 사회적·문화적 악조건 속에서도 시()지를 발행하는 어려움을 불구하고 시상제도를 마련한 '시와 문학사'와 심사위원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이가림 시인(인하대 교수)"정지용 문학상의 성격과 특징에 잘 부합하는 작품이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김초혜 시인의 '마음 화상'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동의했다""눈물겨운 인간적 마음 교류의 깊은 경지를 군더더기 말을 극도로 배제한 '균제의 언어 미학'을 통해 날렵하게 형상화했다는 데에 이 시의 미덕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국대학교를 졸업한 김 시인은 1985년 제18회 한국시인협회상과 1984년 제21회 한국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자는 창작지원금으로 1000만원을 받는다. 시상식은 517일 오후 5시 충북 옥천군 옥천읍 관성회관 강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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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성자 / 조오현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아득한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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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문학정신을 기려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한 '정지용 문학상' 19회 수상자로 시인 조오현(법명 무산·霧山·75) 스님이 12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계간 시와시학’ 2007년 봄호에 발표한 아득한 성자이다.

 

조오현 스님은 1958년 밀양 성천사에서 사미계를, 1968년 범어사에서 비구계를 받았으며 불교신문 편집국장과 주필을 거쳐 현재 강원도 낙산사와 신흥사 회주를 겸하고 있다. 1968'시조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심우도' '설악시조집' 등을 발표했다.

 

고은 시인은 심사평에서 벽에 그림을 그려 두었더니 그 그림이 살아나서 그린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게 되다니! 안개 자욱한 내설악, 안개 걷힌 외설악을 아우르고 있게 되다니! 과연 오현음(五鉉吟)의 높이로다고 말했다.

 

김남조 시인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조오현 스님의) 스승이고 동문임에 틀림없다짧은 생애의 풍요로운 충족을 읊고 있어 충격적이고 시의 지평 확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지용 문학상은 향수로 유명한 정지용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용회(회장 이근배 시인)가 제정했다. 상금은 1000만 원이다. 박두진 김광균 오세영 오탁번 유안진 정호승 시인이 이 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지용문학축제 기간인 512일 오후 230분 충북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1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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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초록 거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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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의 문학정신을 기려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해 시행하는 정지용 문학상은 올해 18회째를 맞이한다.

 

강은교 동아대 국문과 교수가 올해 제18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문학정신을 기려 지용회가 제정해 시행하는 문학상이다. 수상작은 시집 초록거미의 사랑에 수록된 시 너를 사랑한다이다.

 

시상식은 지용문학축제 기간 중인 오는 513일 오후 230분 충북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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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 유자효

 

 

뼈가 시리다

넋도 벗어나지 못하는

고도의 위리안치

찾는 사람 없으니

고여 있고

흐르지 않는

절대 고독의 시간

원수 같은 사람이 그립다

누굴 미워라도 해야 살겠다

무얼 찾아 냈는지

까마귀 한 쌍이 진종일 울어

금부도사 행차가 당도할지 모르겠다

삶은 어차피

한바탕 꿈이라고 치부해도

귓가에 스치는 금관조복의 쓸림 소리

아내의 보드라운 살결 내음새

아이들의 자지러진 울음 소리가

끝내 잊히지 않는 지독한 형벌

무슨 겨울이 눈도 없는가

내일 없는 적소에

무릎 꿇고 앉으니

아직도 버리지 못했구나

질긴 목숨의 끈

소나무는 추위에 더욱 푸르니

붓을 들어 허망한 꿈을 그린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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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파리 특파원으로 알려졌던 유자효(59·SBS 이사 라디오 본부장) 시인이 제17회 정지용문학상을 받게 됐다.

 

부산 출신인 유자효 시인은 서울대 사범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KBS 공사 2기 기자로 입사해서 현 SBS 이사 라디오 본부장에 있을 때까지 82년 시집 성 수요일의 저녁’(평민사), 90년 시집 짧은 사랑’(전예원), 산문집 피보씨는 지금 독서중입니다’(열음사), 93년 시집 떠남’(문학수첩)부터 2003년 시집 아쉬움에 대하여’(책 만드는 집) 8개의 시집과 4개의 산문집을 낸 시인이다.

 

이번 정지용문학상 심사는 고은 시인과 김재홍(경희대) 문학평론가, 김윤식(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김남조(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시인 등이 맡았다.

 

유자효 시인은 지용의 시혼 쏟아지기를이란 제목의 수상소감에서 고등학교 시절 친구 집에 가서 불온문서처럼 만난 책들이었다프랑스 특파원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지용제에 참석하러 옥천을 찾은 적이 있다고 했다.

 

심사위원 김재홍 문학평론가는 심사평에서 유자효의 시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를 오브제로 하여 삶의 외로움과 예술의 의미를 집약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 된다시인은 이 시에서 유배생활의 절망적 상황과 그로 인한 깊이 모를 고독과 슬픔, 적막과 허망감의 표출을 잘 표현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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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 문정희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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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한 제16회 정지용문학상에 시인 문정희 씨(57)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돌아가는 길'이며 시상식은 정지용문학축제 기간인 오는 15일 오후 3시 충북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린다.

 

올해 '서울지용제'13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지용제는 시인 허영자, 김후란, 이가림, 김종해, 성찬경, 신달자, 류자효, 장석주 씨 등의 시낭송과 함께 김복희 무용단의 무용공연, 가수 이동원과 테너 임태경 등의 음악 무대 등으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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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가는 길 3 / 유경환

 

 

세상에

큰 저울 있어

 

저 못에 담긴

고요

달 수 있을까

 

산 하나 담긴

무게

달 수 있을까

 

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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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김지하 시인에 이어 제 15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유경환(67)씨가 선정됐다.  지용회(회장 이근배)와 계간 ‘시와 시학’이 주관하는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은 유경환 시인의 ‘낙산사 가는 길 3’.
 
유경환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45년전 〈현대문학〉지에서 추천을 받아 처음 시인으로 등단했을 때, 현대문학지를 사들고 집에 오기까지 걸으면서 다 읽었을 만큼 기뻤고, 더구나 스승인 혜산 박두진 시인이 받았던 지용문학상(제1회 수상)이라 더 없이 기뻤다고 밝혔다.
 
유 시인은 지용문학상을 받은 의미를 자기가 접어든 길이 막다른 길이거나 막힌 길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경환 시인은 “옥천은 2년 전에 문인들과 함께 지용생가를 볼 요량으로 방문한 적이 있는 친근한 고장”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부분적으로 알던 정지용 시인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시 공부를 할 생각이고 옥천과 계속되는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1936년 황해도 장연군에서 태어난 유경환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을 했고, 1970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첫 동시집 〈꽃사슴〉과 첫 시집 〈감정지도〉를 비롯해 동화집〈오누이 가게〉, 〈원미동 시집〉등이 있고 지난해 연작시집 〈낙산사 가는 길〉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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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봉 1 / 김지하

 

 

멀리서 보는

백학봉(白鶴峰)

 

슬프고

두렵구나

 

가까이서 보면 영락없는

한 마리 흰 학,

 

봉우리 아래 치솟은

저 팔층 사리탑

 

고통과

고통의 결정체인

저 검은 돌탑이

왜 이토록 아리따운가

왜 이토록 소롯소롯한가

 

투쟁으로 병들고

병으로 여윈 지선(知詵)스님 얼굴이

오늘

웬일로

이리 아담한가

이리 소담한가

 

산문 밖 개울가에서

합장하고 헤어질 때

검은 물위에 언뜻 비친

흰 장삼 한자락이 펄럭.

 

아 이제야 알겠구나

흰 빛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을.

 

 

 

절, 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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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김지하(61) 씨가 선정됐다. 한국 현대시의 모더니즘을 개척한 정지용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참여 시인인 김씨가 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여러모로 뜻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상작은 백학봉(白鶴峰·1)’이다.

 

김씨는 유신 독재에 항거하다 8년 동안 옥고를 치렀으며 황토’‘오적’‘타는 목마름으로등의 시집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저항 시인으로 자리 잡았다.

 

김씨는 나에게 지용상을 주겠다고 한다. 기쁘다기보다 두렵다.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접한 이래 40여 년을 내내 아직까지도 두려운 분이 지용 선생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6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에서 치러지는 서울 지용제행사와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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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불 시편 1 / 김종철

 

등신불을 보았다.

살아서도 산 적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그가 없는 빈 몸에

오늘을 떠돌이가 들어와

평생을 살다간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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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으로 김종철 시인의 등신불연작이 선정됐다. 이번 `정지용 문학상' 심사를 맡은 김남조, 고은, 김윤식, 오세영, 김재홍씨는 선정 이유서에서 아래와 같이 김종철 시인의 작품을 분석했다.

 

"이 시는 인간 존재를(중략) `빈 몸' 혹은 `떠돌이'의 모습으로 표상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허무한 것 또는 무소유로 게시하고 있다.(중략) 인간의 본성, 즉 육신과 정신의 양면성에 대한 질문을 근본문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중략)"

 

등신불연작은 뒤집어보기라는 역설에 의해 진실과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존재에의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구도시(求道詩)또는 증도가(證道歌)로서의 특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가작이라고 평했다.

 

특히 "한국 현대시에서 종교적인 명상 또는 진지한 존재에 관한 형이상적 성찰이 부족한 점에 비추어 이 작품이 지니는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고 문학사적인 측면에서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종철 시인은 47년 부산출생으로 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시집으로는 서울의 유서,오이도,못에 관한 명상등이 있으며 윤동주 문학상과 편운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지용 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8일 이기윤, 유안진, 오세영, 신달자, 정구관 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오후 6시부터 열릴 계획이다.

 

한편 옥천의 대표적 시인인 정지용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지용회(회장 이근배 시인)가 제정한 정지용 문학상은 계간 `시와시학'이 수상작을 선정해 매년 5월 중 시상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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