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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 박라연

 

 

누군가의

따뜻함은 흘러가 꽃이 붉어지게 하고

상처는 흘러가 바다를 더 깊고 푸르게 할까

 

티끌,이라는 이름부터 피라미 여치 패랭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이름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어디까지 나아갈까 태평양

 

혹은 장미라는 이름으로 계급으로

붐비고 여물어가지만

 

제 이름의 화력만큼 이글거리는

애간장들에게

 

가만히

저를 열어 뿌려주는 엔도르핀을 만날 때

어떻게 인사하면 좋을까

 

사방이

그저 붉게 두근거리며 울어버릴 때

 

헤어진 이름이

깊고 푸른 바다로 걸어 들어가버렸을까

 

내 떨림의 물결 한가운데서 붉은

해가 떠올랐다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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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제17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자로 박라연 시인이 선정됐다.

 

영랑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신달자)는 강진군청 회의실에서 가진 제3차 회의에서 예·본심을 거쳐 최종 수상 후보에 오른 박라연 시인의 시집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를 제17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수상작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는 괴로움이나 슬픔이 개인 차원을 넘어 만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랑시문학상 본심 심사위원에는 운영위원단의 추천에 의해 오탁번·김기택 시인과 문학평론가 김주연씨가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박라연의 시는 자아에 갇히지 않고 바깥을 향해 열려 있는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오만 가지 밥 생각오만 가지 꽃으로피어나황하 코스모스 천지와 호랑나비 천지의 아름다운 농사가 되는 상상력은 일상의 걱정거리나 괴로움이 사물로 변화하며 자연적·우주적 에너지를 품어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보성에서 태어난 박 시인은 원광대 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중진이다.

2008년 윤동주 문학상과 2010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박두진 문학상 등을 수상한 그는 시집으로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생밤 까주는 사람’,‘공중 속의 내 정원’,‘우주 돌아가셨다등이 있다.

 

이승옥 강진군수는 "우리 군과 동아일보가 올 봄 업무교류 협약식을 갖고 영랑시문상을 함께 운영키로 했는데, 첫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면서 "특히 영랑 시인의 시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평을 받은 박라연 시인의 수상은 인문도시 강진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상식은 다음 달 16일 오후 2시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 3000만원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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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받습니다 / 박라연

 

 

蘭은 추위를 받아야 꽃망울이 맺히고 별은 영하 90도서

드디어 빛났죠

 

나는 病을 받아야 부지할 수 있는 목숨이어서 별, 받으며

얼어보려고

 

중국 고원 靑海성까지 왔는데 빗줄기 사이사이에 도란도란

제 속내를 떨구는

 

초원장막호텔 공안요원들의 정담을 대신 받네요 뼈처럼

단단해진 情에

 

말이 붙어 있어서 雨中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걸까요?

아무리 춥고 곤궁해도

 

그게 설움인 것도 모르고 눈동자들이 수십 소쿠리의 별을

구워낼 것 같아요

 

사는 이야기를 장작처럼 잘 말려 활활 타오르게 하는

그녀들의 담소가

 

내 안의 당신들을 뱉어내게 했죠 먼지와 탐욕, 부풀린 말

따위를

 

뱉어낸 자리에 초원 위에 뜨는 별을 담아갈 수 있을까요?

그늘도 그림자도

 

별이 될 것 같은 여기서 내 안의 당신들을 다 떠나보내고

싶죠 거대한 가스와 먼지가 살을 섞어 별을 낳는다면

그 별, 받을 수 있다면

 

 

 

 

노랑나비로 번지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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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천연 진주는 조개가 실수로 먹은 모래 혹은 이물질이

진주가 된 것이라지요?

인공 진주는 잠수부가 해저에서 조개를 일단 열어

일부러 일정량의 모래를 넣어버린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인 모래를 온 힘을 다해 밀어내려 하지만

조개의 입은 열리지 않는다지요?

모래를 밀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할 때 나오는

분비물과 모래가 섞여져서 진주가 되는 점은

두 종류의 진주 모두 공통점일까요?

 

수상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저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습니다. 마치 오랜 세월 모래를 물고

살던 저의 입술이 열리려는 순간처럼.

 

시인이 된 후 저는 공교롭게도 이사를 열 번 이상을 했습니다.

두 해에 한 번 꼴로, 그것도 서울과 지방을 오갔습니다.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이삿짐을 쌌고

쌌던 짐도 가족이 원하면 다시 풀어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저런 사람이라면 쌀과 연탄만 안 떨어지면 된다, 였는데

쌀과 연탄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결혼 생활이 아니더군요.

 

실수로든 잠수부의 힘을 빌려서든 진주로 살아가기엔

너무 늦은 나이지만 시를 놓지 않으려면

저의 시 한 편 한 편이 진주의 태생처럼

혹독한 시련을 통해 저를 빠져나오게 할 것입니다.

 

저의 하느님은 저를 살려는 주시되 거의 죽어 살게 하시는 것

아닌가, 하고 화를 낸 적도 많았습니다.

 

무슨 이유로든 입 속에 모래를 물고 살지 않는 날이

드물었다는 고백으로

이 글을 쓰는 순간에 흘러넘치는 눈물로

이 상을 받는 죄책감을 용서받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빛의 사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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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혜산 박두진문학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그 위상과 품을 높여가고 있다. 우리 시단 중견 시인들의 미학적 정점을 평가하고 승인하는 권위있는 장이 되어가고 있다. 특별히 이번 제5회 박두진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중량감있는 중견 시인들을 만나보았다. 수준 높은 시적 진경을 경험한 셈이다. 예심위원의 손을 거쳐 본심에 올려진 중견 시인 다섯 분들은 이미 등단 20년을 모두 넘긴 터라, 각자의 미학적 완결성과 개성을 두루 갖춘 시인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심사 과정에서는 미적 품격에서 그 어느 해보다 미더운 성취를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제출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여러 차례 집중적 윤독을 하여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였는데, 그 결과 최근 매우 활달하고 균질적인 성취를 보여주면서 서정적 아취와 단단한 미적 함량을 결속한 박라연 시인을 제5회 혜산 박두진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게 되었다.

 

박라연 시인은 그동안 한없는 존재론적 슬픔과 타자를 향한 연민과 헌신의 시세계를 보여왔다. 그녀의 시편들은 시인의 내면에서 상상적으로 구성되고 추구되는 사랑의 힘에 의해 추구되어온 것이다. 이번 시편들에도 여전히 그녀만의 힘인 슬픔과 연민과 헌신의 힘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편들이 보여주는 남다른 개성은, 그 발원지가 좀 더 근원적이고 서정적인 차원으로 옮겨진 데 있다. 삶과 죽음, 성과 속, 상상과 실재의 단층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려가는 품을 견고하게 보여주면서 시인은 근원적이고 서정적인 미학을 완성해가고 있다.

 

수상작으로 뽑힌 「별, 받습니다」의 경우, 존재론적 슬픔과 초원 위에 뜨는 별의 심상이 아름답게 교차하면서, 그 별을 받고자 하는 열망과 수긍의 마음을 보여준 가편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재회」라는 작품이 보여준, 짤막하지만 관계론적 자각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표현을 보여준 사례 또한 단단한 성취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게 생의 단순한 슬픔을 벗어나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생의 여러 겹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도정에 들어선 시인은, 힘찬 자가 발전의 동력으로 사랑의 시학을 완성해갈 것이다. 거듭 수상을 축하하면서, 박라연 시인만의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유종호 김용직 이영섭 조남철 유성호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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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5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박라연(朴蓏娟, 문학박사,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출강) 시인이 선정되었다.

 

혜산 박두진 시인의 시세계를 기리는 취지로 안성시에서 주최하고 있는 이 상은, 그동안 제1회 신대철 시인, 제2회 천양희 시인, 제3회 최문자 시인, 제4회 최동호 시인을 선정하였고, 이번에도 공정하게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박라연 시인을 선정하게 되었다.

 

심사위원은 유종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예술원 회원), 김용직(문학평론가, 학술원 회원), 이영섭(시인, 경원대 교수),조남철(한국방송통신대학 총장, 문학평론가,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선생님이 참여하였다.

 

박라연 시인은 그동안 한없는 존재론적 슬픔과 타자를 향한 연민과 헌신의 시세계를 보여왔다. 그녀의 시편들은 시인의 내면에서 상상적으로 구성되고 추구되는 사랑의 힘에 의해 추구되어온 것이다. 이번 시편들에도 여전히 그녀만의 힘인 슬픔과 연민과 헌신의 힘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편들이 보여주는 남다른 개성은, 그 발원지가 좀 더 근원적이고 서정적인 차원으로 옮겨진 데 있다. 삶과 죽음, 성과 속, 상상과 실재의 단층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려가는 품을 견고하게 보여주면서 시인은 근원적이고 서정적인 미학을 완성해가고 있다.

 

수상작으로 뽑힌 「별, 받습니다」의 경우, 존재론적 슬픔과 초원 위에 뜨는 별의 심상이 아름답게 교차하면서, 그 별을 받고자 하는 열망과 수긍의 마음을 보여준 가편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재회」라는 작품이 보여준, 짤막하지만 관계론적 자각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표현을 보여준 사례 또한 단단한 성취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게 생의 단순한 슬픔을 벗어나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생의 여러 겹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도정에 들어선 시인은, 힘찬 자가 발전의 동력으로 사랑의 시학을 완성해갈 것이다. 거듭 수상을 축하하면서, 박라연 시인만의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러한 시세계를 기려, 제5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박라연 시인을 결정하였다.

 

시상식은 10월 30일(토) 오후 3시 경기도 안성시 안성문예회관 공연장에서 제10회 혜산문학제 때 있으며 상금은 일천만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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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사서함 / 박라연

 

 

빛을 열어보려고

허공을 긁어대는 손톱들

저 무수한 손가락들을 모른 척

 

오늘만은

온 세상의 햇빛을 수련네로

몰아주려는 듯

휘청, 물 한 채가 흔들렸다

 

헛것을 본 것처럼 놀라

금방 핀 제 꽃송이를 툭 건드리는데

 

받은 정을 갚으려고 빛으로 붐비는

다이애나 와 오드리 햅번까지

 

활짝 눈을 떴다

팔뚝만 한 쇳덩이가 바늘이

될 때까지 불덩이에 얹혀살다가

 

불의 그림자로 바느질한 빛의 사서함

그녀들의 사서함이 끊긴 수련들을

붉고 노란 웃음소리로 불러냈을까

 

깊은 울음만이 진창으로 흘러들어가

붉고 노랗게 웃을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수련이 또 수없이 피어났다

 

잘 익은 근심들을 붉고 노란 웃음소리로

뽑아내듯

 

 

 

 

빛의 사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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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와 계간 '서시',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공동 주최하고 대구 서구청이 주관하는 제3회 윤동주상 문학상 수상자로 박라연 시인이 16일 선정됐다.

 

평화상에는 오오무라 마스오 전 와세다대 교수, 민족상에 이종환 관정이종환장학재단 이사장, 예술상에는 서양화가 김종학 씨가 뽑혔다.

 

이와 함께 중국 옌볜대 교수 겸 수필가인 김관웅 씨와 문학평론가 김우종 씨에게는 각각 해외동포문학상과 특별문학상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내달 29일 오후 대구 서구문화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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