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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 , 쇄빙선 / 석연경

 

붉은 낙엽 몇 남기고 사라진 공 여인이 한겨울 성층권을 지날 때 하늘과 땅의 신음소리를 들었네 단지 혼자 들었을 뿐이네 유성우 스치는 동안 지상 오래된 정원에는 나비가 나네 어딘가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네 아무도 모르게 숲 속으로 별 하나 깃들고

오래전 헤어진 사람을 생각하네 인어가 사는 바다에 얼움이 얼었으나 꿈에서만 비명을 질렀네 죽게 그냥 두라고 살아 있는 것은 폭력이라고 여자가 차가운 유리창에 비친 얼굴을 보며 우네 얌전 표정 없는 사람이 창 안을 보네 멀리 쇄빙선이 눈보다 희네

밖은 캄캄하고 안은 너무 밝네 전구 수십 개가 하얗게 사물을 지우고 빛중심에 창백한 여자가 있네 불이 꺼지지 않네 몸이 자꾸 투명하게 바래가네 절대 잊지 않겠다 하니 섬광이 창문을 부수고 튕겨나가네

정적이 세계를 감싸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네 대숲에는 푸른 대나무가 꼿꼿이 서 있고 지난여름 해바라기 검은 씨앗이 언 땅 아래 까맣게 엎드려 있네 지상의 섬광이 하늘로 솟네 처음 보는 붉은 별이 여자의 머리 위에 뜨네 우주의 실핏줄이 투명하게 비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네 숙명인 듯 쇄빙선이 출항하네

 

 

 

섬광, 쇄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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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전남 고흥군은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고흥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4회 송수권 시낭송대회 및 시문학상’시상식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사진)

한국대표 서정시인으로 평전 송수권 시인의 문학세계와 정신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개최한 이번 행사는 시낭송 경연과 시문학상 및 시낭송대회 시상식으로 진행 되었다.

시낭송대회는 전문가와 시낭송가로 이루어진 심사위원(위원장 이은봉) 5명이 맡은 가운에 공정하고 엄격하게 이뤄 졌으며,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44명이 열띤 경연을 펼친 결과 전남 여수 김정애 씨가 “우리나라의 숲과 새들“을 낭송해 영예의 대상을 차지해, 전남도지사상과 상금 일백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더불어, 제4회 송수권 시문학상 본상은 김선태 시인의 “햇살택배”가 남도시인상은 김완 시인의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올해의 젊은 시인상은 석연경 시인의 “섬광, 쇄빙선”이 선정되어 각각 3천만 원, 1천만 원, 5백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군 관계자는 “송수권 시문학상 및 시낭송대회가 문학 콘텐츠를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와 연계하여 문화예술의 가치를 더욱 새롭게 하고 문학적 공감대를 키워나가는 행사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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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변주곡 / 이광석

 

 

바다는 제 혼자 다니는 길이 있다

고급 세단 같은 상어가 다니는 길을 비켜

토종 전어 고등어떼 마실 다니는 작은 골목길을 달빛으로 간다

세월의 파편이 된 낡은 기억들 하나 둘 사라지고

돌아갈 수 없는 낯선 길 앞에 바다는 지금 아프다

보아라 물 어디에도 내가 적실 그리움은 없다

각혈하듯 시의 꽃을 피우던 가포 겨울바다도

조개껍데기처럼 개펄에 엎드려 있다

바다가 마지막 종점인 사람들에겐 바다는 더 이상

내 줄 어깨가 없다 세상의 집들이 어둠에 업혀

잠들 때 밤새 뒤척이던 바다는 제가 숨겨놓은

옛길 하나 불러낸다 그 길섶에 문신처럼 박힌 묵은 통증,

등지느러미 날 세운 쪽빛 너울로 환급 받고 싶다

 

 

 

 

바다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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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와 청마문학회가 공동으로 수상하는 올해 청마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들이 선정됐다.

 통영시는 제11회 청마문학상 수상작 본상에 이광석 시인(75)의 '바다 변주곡'이 결정됐다고 17일 밝혔다.

 또 신인상에는 류인서 시인(50)의 '여우'와 박지현 시조시인(54)의 '저물 무렵의 시'가 각각 확정됐다.

 지난해까지는 본상만 시상해왔으나 신진작가들의 창작 의욕 고취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신인상을 제정해 본상과 함께 시상한다.

 본상은 3000만 원이 신인상에는 각각 10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시상식은 통영문학제 개막식인 10월1일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에 마련된 무대에서 열린다.

 '청마문학상'은 청마 유치환 시인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문학인의 창작의욕을 높이기 위해 통영시가 2000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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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가정 / 박선희

 

 

열무 썰어 소금 뿌리자 숨이 죽었다

한길을 흐르는 물관과 체관

뻣뻣한 아빠의 티격을

태격으로 되받는 엄마의 말끝처럼

소금은 단단한 쪽과 부드러운 쪽을 오가고 있었다

 

삐죽삐죽 고개 드는 열무는 다독여 재우고

햇살을 팽팽하게 당겨 질겨진 잎은 흔들어주고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에서 건너와

한국말 익히며 김치라는 발음을 섞어 만든 김치를 익히는 여자들

그들의 어둔한 말투만큼 싱거워진 김치맛에 주고받는 눈빛은 짜다

 

소금을 머금고 뱉으면서 수위 조절하며

단단한 성질 절여질 때를 기다리는 엄마

펄펄 뛰던 숨 부드러움에 절여지는 아빠

기세 조금씩 역전되고

소금은 열무를 통째로 뒤집게 만든다

이국땅서 온 저들도 곧 이렇게 버무려질까

 

풀 죽은 아빠의 등 뒤,

물속으로 녹아들지 못해 오소소한 소금들

갓 취직한 나는 언제쯤 숨죽여야 하는지

자꾸만 태어나지도 않은 베트남 엄마 아기가 걱정된다

 

하늘로 땅으로 뻗던 힘 다 빼고

함께 버무려져

아! 아른한 맛

밀물도 썰물도 모세도 다녀간

모래펄을 맨발로 걷는 해변의 맛

모래알이 숨죽일 때까지 

바다는 소금을 뿌릴 것이다

 

 

 

 

그늘을 담고도, 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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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은 제11회 천강문학상 수상자와 제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결정, 발표했다. 11회 천강문학상 부문별 대상으로 소설 부문에는 노경자(필명 노령)<의령, 의령>이 차지했다.

 

시 부문 안광숙(필명 안이숲)<나비정첩>, 시조 부문에는 서희정(필명 서희)<지금 함박눈이>, 아동문학 부문에는 최영란의 <산이> 수필 부문은 김희정(필명 조이)<러시아워>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별 우수상은 소설 부문에 정남일의 <냉장고의 미래>, 시 부문 박선희의 <가정>, 시조 부문에는 김성애의 <다시 쓰는 자술서>, 아동문학 부문은 조현미(필명 조은결)<배추흰나비>, 수필 부문은 문경희의 <겨울소리>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대상은 초등학교(저학년부) 부문에 부림초등학교 박준효의 <달리는 눈썰매>, 초등학교(고학년부) 부문에 유곡초등학교 김다희의 <까칠이 왕자님 드디어 김치를 드시다이>, 중등부 부문에 의령여자중학교 김도원의 <개인주의 사회>, 고등부 부문에 신반정보고등학교 강해솔의 <그날의 감정을 기록하다>가 영광을 차지했다.

 

대상 이외에도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등부, 고등부 각 학년별로 최우수상 1, 우수상 2, 장려상 3명이 수상했다.

 

지난 131일까지 접수한 제11회 천강문학상은 1164명에 5951편이 접수, 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은 175명에 272편이 접수됐다.

 

분야별로 보면 시에 3292329, 시조에 1421007, 소설에 183308, 아동문학에 2881640, 수필에 222667편이 접수됐다.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 1000만원, 우수상 500만원,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각 대상에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다.

 

심사는 곽재우 장군의 생애와 사상, 철학, 문학의 업적 등에 대해 비중을 두었으며, 비공개로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 수상자는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결정되었다.

 

한편 제11회 천강문학상 및 제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422일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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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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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학자인 강희근(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시인이 제1회 고흥 송수권시문학상에 선정됐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고흥 송수권시문학상은 고흥에서 출생한 송수권 시인의 문학세계와 정신을 기리고 지역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고흥군에서 시행했다.

대상 강희근 시인 외에 우수상에 이지엽 시인, 하 린 시인. 장려상에는 정지윤, 조수일 시인이 각각 선정됐다. 대상 상금은 3000만원, 우수상은 1000만원, 장려상은 500만원이 주어진다.

산청 출생의 강희근 시인은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한국시단의 중진이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으로 월간문학 편집인, 부설 문학표절문제연구소 소장으로 1인 3역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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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얼굴 / 성찬경

 

 

남한에서 나무가 연간 빨아들여 간직하는 물의 양이

150억 톤은 된다고 한다.

큰 저수지 여러 개가 저장하는 물의 양과 같다고 한다.

크고도 착하구나 나무가 하는 일.

그렇기나 하니까 나무의 자태가

저렇듯 늠름하고 멋있는 거지.

들에 솟은 몇 그루 나무의 시정(詩情).

보라 나무의 집단 저 숲의 위용을.

수목의 바다 센 바람이라도 불면

출렁이는 잎의 파동 웅혼한 율동.

저런 나무를 마구 학대하니까

세계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는 거지.

보아서 좋은 것은 본질도 곱다.

착한 모습은 착한 마음의 거울.

무섭다 독을 품은 버섯은 역시 독버섯.

절대 어김없다 사기꾼 얼굴은

나는 사기꾼이요 하고 말하고 있다.

판독을 잘못하여 더러 속긴 하지만.

풀밭에 둥실 뜨는 달빛처럼

모습을 칠하는 본질.

안과 밖 이 조응(照應)이 큰 신비다.

늘 푸르고 천연한 나무여.

 

 

 

 

송운松韻 성찬경 시세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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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올해로 시력(詩歷) 반세기를 맞는 성찬경 시인은 전통적인 서정시나 역사적 현장성의 사회의식의 시가 주류를 이뤄온 한국 시단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학의 이단아인데, 따지고 보면 공초 선생 또한 근현대 시단의 한 이단아였다. 이단이어서 좋다는 뜻이 아니라 두 시인이 추구해온 역정은 다른데도 도달점에 가까워지면서 이렇게 닮을 수가 없다는 점이 새삼 소중하게 평가받은 것이다. 가히 한국 현대시단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특이한 시학적 개성이 돋보인다는 뜻이다.

 

공초 선생이 불교를 중심한 동양사상의 주관적 인식론에서 출발했다면, 성 시인은 가톨릭적 가치관으로 자연과학적인 존재론에서 시적 형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전자가 인과응보에 의한 존재의 총체적인 인식론에 자리했다면, 후자는 약간은 난삽한 과학과 문학이 혼음한 듯한 존재의 분석론에 치중해 왔다.

 

공초의 시가 서정적 감성만으로는 근접하기 어려운 불교와 동양사상의 합성 위에 펼쳐지는 오묘한 사유의 언어라면, 성 시인의 시세계는 모더니즘 이론만으로는 근접이 어려운 요인을 간직한 광물성적인 미의식의 결정체로 구축돼 있었다.

 

그런데 성 시인은 최근 시집에서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둔 탁류 속의 은둔자였던 공초의 시세계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그는 가톨릭과 불교는 물론이고 과학과 문학, 식물학과 광물학까지도 핵 융합시켜 모든 존재의 진실을 인식하는 방법론을 터득한 것 같다.

 

마음과 얼굴은 바로 이런 성찬경 문학의 한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 “보아서 좋은 것은 본질도 곱다./ 착한 모습은 착한 마음의 거울이라고 외모만 보고도 속내의 가치를 판단하는 비의를 전수하는 이 시는 가히 화엄의 세계에 이른 시인의 원숙함이 스며 있다. 설사 판독을 잘못하여 더러 속긴 하지만/풀밭에 둥실 뜨는 달빛처럼/모습을 칠하는 본질이라는 구절에서 존재와 본질이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임을 깨닫는 선시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 시인은 우주율(宇宙律), 밀핵시(密核詩), 요소시(要素詩), 반투명 이론이라는 숱한 관문을 거쳤다. 그 미학적 고행이 시인으로 하여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들 수 있다는(시집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를 연상하시라) 터득을 가져온 셈이다. 실로 반세기만의 득도로 이룩된 이 시집은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세대에게 두루 읽힐 수 있는 명상시의 오롯함을 간직하고 있다. 즐거운 상상 여행길 같다. 문단 선배에게 드리는 공초문학상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 심사위원 이근배·임헌영·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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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녀들의 마을 / 이형기

 

 

내 소싯적 벚꽃놀이 때는

꽃나무 밑에 서면 웅웅대는 벌들의 날개짓소리

온몸 후끈후근 닳아오른 꽃들은 그 소리에 홀려

자궁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황홀한 꽃가루받이의 집단 오르가즘

부끄러움이 없었다

 

오늘 이 과수원에도

만발한 사과꽃을 토플리스로 치장하고 나서서

소싯적 그때처럼 홀려대는 그 소리 기다리고 있건만

벌 한 마리 날아오지 않는다

아 활짝 열어만 놓고

아무 것도 받아들일 게 없는 그녀들의 자궁

무참한 부끄러움!

 

꽃들이 모두 석녀가 되어버린 마을

위생적으로 멸균(滅菌) 처리가 된 무기질(無機質) 침묵

침묵만 가득 찬 마을 한복판에

심약한 레이젤 카아슨*’여사가 새파랗게 질려 있다

가을에 사과가 열지 않으면 어떡하지요?

걱정도 팔자군, 수입하면 그만이지!

 

* 레이젤 카슨 : 미국의 과학자이자 녹색 운동가. 침묵의 봄의 저자. 1964년 작고.

 

 

 

이형기 시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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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사와 공초오상순선생숭모회(회장 구상)는 선생의 서른 번째 기일을 맞아 3일 상오 11시 문인·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수유리 빨래골 묘소에서 기제를 올린다. 이와 함께 하오 4시부터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올해 처음 제정한 공초문학상시상식을 개최한다. 1회 수상자로는 이형기 시인이 선정됐다.

 

오상순 선생을 기리는 공초문학상의 첫 번째 수상자 선정된 이형기 시인은 시단의 선비로 후배들에게서 존경받는 이형기 시인(60·동국대 국문과 교수)상의 가치는 수상자에 의해 결정되며 그 상의 이미지의 팔할은 첫 수상자에 의해 지워진다는 통설을 되새기는 듯 기쁨에 앞서는 두려움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경남 진주산으로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16살 때인 1949문예지를 통해 등단, 천재 소리를 들었다.적막강산」「심야의 일기」「예보」「풍선심장등 시집을 펴냈으며 감성의 논리」「한국 문학의 반성」「시와 언어등 비평집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를 신문기자 이형기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서울신문 정치부 기자를 거쳐 고 이병주 선생이 주필을 맡고 있던 부산 국제신문에서 폐간 당시 마지막 편집국장을 지내는 등 20여 년을 정치부 기자로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특이한 경력 때문이다.

 

이번 제1회 공초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른 시인으로는 성찬경· 박재삼· 박성룡· 김남주 ·고은· 박희진 씨등 쟁쟁한 한국 시단의 중진들이었다.

 

심사는 박두진· 이근배· 설창수씨 등 시인 3명과 박철희(서강대)교수, 신동욱(연세대)교수 등 문학평론가 2명 등 모두 5명이 맡았다. 선정이유는 공초문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한 연구에도 일가견을 가진 가장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초는 그의 문학성뿐만 아니라 근대정신사에서도 특출난 인물이었습니다. 무소유· 무정처의 그의 생애 자체가 시를 뛰어넘는 한 편의 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신 공초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씨와 공초의 인연은 서울 명동 청동다방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유명한 공초의 청동문학속에 자신의 단상도 몇 점 들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10여 년 전부터 공초문학에 관심을 가져 오상순의 시와 공사상이란 논문을 남겼다. 게다가 이번에 고인을 기리는 문학상까지 타게 됐으니 공초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굵다란 인연의 동아줄로 얽혀 있었던 셈이다

 

 

 

* 공초와 공초문학상

 

“공정성, 객관성, 작품성은 문학상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3대 조건이다. 공초문학상은 이것을 다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렇기에 수상자들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시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공초 오상순

이근배 시인의 말이다. 20년 동안 이어 온 공초문학상의 의미를 적확하게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공초 오상순(1894~1963)은 1920년대 한국 신시운동의 선구가 된 동인지 ‘폐허’를 결성하며 서구의 폐허 의식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이후 ‘허무흔의 선언’ ‘방랑의 마음’ ‘아시아의 마지막 밤풍경’ 등 명시를 발표하고 지론이던 독신주의를 지키며 혈육 한 점, 집 한 칸 없이 그득한 담배 연기처럼 살다 간 기인이었다.

공간을 초월해 시간 속에 영원히 산다는 의미로 ‘공초’라 불렸고 즐겨 피운 담배 연기 속에 묻혀 있다고 해서 ‘꽁초’라 불리었다고도 한다. 무일푼, 무소유로 일관하며 문학을 교리처럼 설파하고 세계 평등사상과 인간 해방의 꿈을 품은 뜨거운 지식인이자 ‘시를 몸소 체험한 유일한 시인’으로 불린다.


공초문학상 역시 공초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상자들을 냈다. 1993년 첫 수상자인 이형기 시인부터 박남수, 홍윤숙, 김여정, 박제천, 신경림, 오세영, 이탄, 정진규, 김종해, 김지하, 정현종, 천양희, 성찬경, 이수익, 조오현, 신달자, 이성부, 정호승 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시에 대한 열정과 인간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문학적 절정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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