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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마술 / 신용목

 

 

삼성역을 나왔을 때

유리창은 계란 칸처럼 꼭 한 알씩 태양을 담았다가 해가 지면 가로등 아래 깨뜨린다.

그러면 차례로 앉은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싱싱해지는 것이 보인다.

 

그들이 스스로 높이를 메워버린 후 인간은 겨우 추락하지 않고 걷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잃어버린 날개 때문에 지하철을 만들었다고……

삼성역 4번 출구 뒷골목을 걷다가 노란 가로등 아래를 지나며 울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유리창에 비친 뺨을 벽에다 갈며 지하철이 지나간다. 땅속의 터널처럼, 밤이 보이지 않는 뒷골목이라면 가로등은 끝나지 않는 창문이라고……

냉장고 문을 닫아도 불이 켜져 있어서 환하게 얼어 있는 얼굴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15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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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가 주최하고 화성시문화재단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관하는 제15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신용목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우리 모두의 마술5편이며 상금은 2천만원 이다.

 

심사를 맡은 노작문학상 심사위원회(홍신선, 신대철, 이문재, 장옥관, 유성호, 박대진, 이덕규)는 신용목의 최근 시편은 삶의 구체성과 그 구체적인 것들이 늘 관계적 그물망에 걸려 있다는 감각을 동시에 보여주며, 분열과 유목 대신에 타자의 목소리를 통해 심미성과 현실 연관성을 통합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평가했으며, 특히 수상작 우리 모두의 마술은 깊은 상처와 절망에도 불구하고 삶과 시와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마술이라는 은유로 이어 나가고자 하는 미학적 고투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용목 시인은 1974년에 태어나 2000년 계간작가세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아무 날의 도시등이 있고, 시작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건너며, 동인지 白潮(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 노작(露雀) 홍사용(洪思容.1900-1947)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부터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 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되고 있다.

 

1회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이후 이면우, 문인수, 문태준, 김경미, 김신용, 이문재, 이영광, 김행숙, 김소연, 심보선, 이수명, 손택수, 장옥관 시인이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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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그날도 요로코롬 왔으면 / 정희성

 

 

감꽃 지자 달린

하늘 젖꼭지

그대여 날 가는 줄 모르고

우리네 사랑 깊을 대로 깊어

돌아다보면 문득

감이 익겠네

 

 

 

 

돌아다보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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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목

 

 

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을 말하는 일은 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러미가 캄캄한 탑신을 돌아 젖은 아가미 치통처럼 끔뻑일 때

 

숨은 별밭을 지나며 바람은 묵은 이빨을 쏟아내린다 잠시 구름을 입었다 벗은 것처럼

허공의 연못인 의 골짜기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새가 앉았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천년은 가지 않고 묵는 것이니 옛 명부전 해 비치는 초석 이마가 물속인 듯 어른거릴 때

목탁의 둥근 입질로 저무는 저녁을

 

한 번의 부름으로 어둡고 싶었으나

중의 목청은 남지 않았다 염불은 돌의 어장에 뿌려지는 유일한 사료이므로

 

치통 속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가 파닥인다

 

허공을 쳐 연못을 판 의 골짜기

나는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물려 있다 천년의 꼬리로 휘어지고 천년의 날개로 무너진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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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방송(TBC)은 제5회 육사시문학상 본상 수상자에 정희성(63) 시인의 '돌아다보면 문득', 젊은시인상에 신용목(34) 시인의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를 각각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육사시문학상은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19041944.본명 이원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TBC가 지난 2004년 제정한 상으로, 올해 심사는 김종해 전 한국시인협회장과 김주홍 경희대 교수 등이 맡았다.

 

정 시인은 내면에 격조 있는 역사의식과 단아한 선비정신을 담고 있으면서 이를 예술의식으로 통합한 것이 육사의 문학정신과 상통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신 시인의 작품은 동시대적 삶에 드리워진 어둠과 상처를 깊고 연민에 찬 시선으로 들여다 본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TBC측은 전했다.

 

시상은 다음달 초 안동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에서 있을 예정이며 본상 수상에는 1천만원, 젊은시인상 수상에는 500만원의 상금이 상패와 함께 각각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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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목

 

 

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을 말하는 일은 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러미가 캄캄한 탑신을 돌아 젖은 아가미 치통처럼 끔뻑일 때

 

숨은 별밭을 지나며 바람은 묵은 이빨을 쏟아내린다 잠시 구름을 입었다 벗은 것처럼

허공의 연못인 의 골짜기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새가 앉았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천년은 가지 않고 묵는 것이니 옛 명부전 해 비치는 초석 이마가 물속인 듯 어른거릴 때

목탁의 둥근 입질로 저무는 저녁을

 

한 번의 부름으로 어둡고 싶었으나

중의 목청은 남지 않았다 염불은 돌의 어장에 뿌려지는 유일한 사료이므로

 

치통 속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가 파닥인다

 

허공을 쳐 연못을 판 의 골짜기

나는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물려 있다 천년의 꼬리로 휘어지고 천년의 날개로 무너진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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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천년의시작과 계간 '시작(詩作)'이 주관하는 제2'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신용목(34)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인의 자의식을 어금니 꽉 깨물고 인내하는 듯 토해 낸 시집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창비).

 

상금은 1천만원이며, 시상식은 530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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