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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 / 윤효

 

 

9년에 걸쳐

히말라야 14좌에 오른 산악인이

대답하였다.

 

열네 번 모두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와

내려갈 걱정뿐이었다고.

 

참말은 참 싱겁다.

 

 

 

 

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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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제는 국민시가 된 나태주 시인의 풀꽃시를 기념해 공주시가 지원하고 공주문화원이 주관하고 풀꽃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준관)가 집행한 제1회 풀꽃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수상자는 윤효(尹曉) 시인(서울 오산중학교 교장)으로, 수상시집은 참말(시학사)이다. 심사위원은 권달웅 시인, 김유중 서울대 교수, 유재영 시인 등이 맡았다.

 

시상식은 오는 1121일 오후 3시 공주문화원 대강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지난 9월 말로 마감된 이 상에는 63명의 시인들이 근작시집을 응모해주었다.

 

심사위원 중 김유중 교수는 수상자 선정 이유로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던 후보작은 윤효 시인의 참말’(시학), 천수호 시인의 우울은 허밍’(문학동네) 등 두 시집이었다윤효 시인의 근작 시집 참말은 소박하고 평범한 시어들만으로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표현과 시상을 선보인 시집이었다고 말했다.

 

김유중 교수는 그의 말처럼 얼핏 싱겁게 느껴지기도 하나, 읽으면 읽을수록 은은하게 배어드는 서정적 진실의 향취가 묻어나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이에 비해 천수호 시인의 시집 우울은 허밍은 구조적으로 짜임새있고 정교한 감이 돋보인다발상이나 표현면에서 무리없이 참신하면서도 일정 정도 깊이가 느껴져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유중 교수는 두 시집을 대상으로 좀 더 세부적인 토론을 진행해본 결과 천 시인의 시집도 그 나름의 분명한 특색과 장점을 갖춘 것은 사실이나 이번 상의 제정 취지에 비추어볼 때 윤 시인의 시집이 좀 더 부합되는 특징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뜻 깊은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된 윤효 시인과 그의 시집 참말에 진정으로 축하의 뜻을 전한다,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 주변에서 피어났다 지는 이름 없는 풀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듯한 그런 시들을 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수상자 윤효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나대지 말 것, 치장하지 말 것, 단칸살림을 하되 단아와 절제를 잃지 말 것, 외롭고 쓸쓸한 자리가 가장 정결한 성소(聖所)임을 알 것, 다만 그 낮은 자리에서 조촐히, 다만 조촐히 나부낄 것………. 꾀죄죄하니 짧고 옹색한 제 시가 작디작은 풀꽃만큼의 울림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순전히 그들 풀꽃에게서 배운 것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낮은 자리를 골라 푸르게 물들이고 그 위에 또 저마다의 빛깔을 골라 예쁘게 수를 놓을줄 아는 풀꽃의 미학, 풀꽃의 시학을 앞으로도 내내 보듬고 뚜벅뚜벅 걷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윤효 시인은 56년 논산 출생으로 본명은 창식(昶植)이다.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후 시집 물결,얼음새꽃,햇살방석,참말등을 출간했다. 16회 편운문학상 우수상, 7회 영랑시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작은,채송화> 동인으로 서울 오산중학교 교장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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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가 살고 있다 / 김일태  

 

 

내 안에

겁이 많아

겁의 힘으로 진화된 뿔을 가진

코뿔소가 살고 있다

 

제 뿔에 가려 앞을 보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 온몸 뿔 삼아

킁킁거리고 쭈뼛거리는

우스꽝스런 코뿔소

 

부러뜨릴 수도

뽑을 수도 없는

몸인 뿔에 갇혀

사바나의 허공을 들이 받는

아프리카 코뿔소처럼

무시로

내가 나를 들이받고 있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지 못한 채

 

 

 

코뿔소가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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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김달진창원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로 김일태(사진) 시인이 선정됐다. 김달진문학상운영위원회는 22일 "언어를 조립하고 그 정서를 세우는 면에서 우리 문학의 익숙한 포즈를 비범하게 보여주었다"며 그의 시집 〈코뿔소가 사는 집〉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창녕 출신으로 MBC경남에서 특임국장으로 재직 중인 김일태 시인은 그간 〈바코드속 종이달〉, 〈그리운 수개리〉, 〈어머니의 땅〉 등의 시집을 펴낸 바 있다.

 

김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아직 문학적 수련이 부족한 내게 큰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들께 절을 올리며, 내게 와서 시가 되어준 이 땅의 모든 것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제17회 김달진문학제'가 열리는 오는 9월 8일 오후 4시 창원시 진해구민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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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만이 집이 아니고 / 오세영

 

 

출가出家라니

정녕 어디로 간단 말이냐.

머리 깎아 바랑 메고

산으로 간단 말이냐.

장삼 걸쳐 법장法杖 짚고

바다로 간단 말이냐.

바람 따라 향기 좇아 이른 계곡엔

도화桃花는 시나브로 꽃이 지는데

하염없이 개울물은 흘러가는데

강물 따라 소리 좇아 이른 바다엔

파도는 실없이 부서지는데

출가라니

누굴 따라 어디로 간단 말이냐.

집만이 집이 아니고

집 밖에 있는 것이 또 집인데

비로봉 만물상 곰바위 밑에

앉은뱅이 민들레나 되란 말이냐.

지리산 세석대 널바위 밑에

가지 꺾인 소나무나 되란 말이냐.

출가라니

집 밖이 또 집인데

정녕 어디로 가란 말이냐.

 

 

 

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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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올해로 7회를 맞은 공초문학상은 시 부문에 시상하는 문학상으로 그동안 수상자들의 면면을 볼 때 그 높이와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상이다.

 

이에 부응해 5명의 심사위원들은 운영 규정에 명시된 ‘20년 이상의 문단 경력이 있는 작가로 작품의 우수성뿐 아니라 수상자의 인품도 고려한다’ ‘전년도 6월부터 당해년도 5월까지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취지에 맞는 시인의 작품을 고르기 위해 3명 이상 대상자를 추천한 뒤 다수 득표자 2명으로 압축, 의견을 개진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문학상의 참뜻을 살리기 위해선 국외자적 위치에서 고독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시인들에게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시집 벼랑의 꿈을 펴낸 오세영 시인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수상작은집만이 집이 아니고’. 오세영 시인은 시력(詩歷)30년 넘게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해오면서 일관되게 한국시의 정체성을 모색해온 중진 시인이다. 이번에 펴낸 제10시집 벼랑의 꿈은 고승들에게서나 접하던 선시의 내밀한 정서를 현대적 삶에 새롭게 접목시키고 있다. 특히 수상작은 자기 존재의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표출되는 정신적 방황을 서정적이고 모던한 언어로 포착, 현대 서정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이런 성과는 저 무소유의 존재론적 시사상을 펼쳤던 공초의 문학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하겠다.

 

- 심사위원 대표 이근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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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시인 / 정일근

 

 

우리나라 어린 물고기 이름 배우다 무릎 탁! 치고 만다. 가오리 새끼 간자미, 고등어 새끼 고도리, 청어 새끼 굴뚝청어, 농어 새끼 껄데기, 조기 새끼 꽝다리, 명태 새끼 노가리, 방어 새끼 마래미, 누치 새끼 모롱이, 숭어 새끼 모쟁이, 잉어 새끼 발강이, 괴도라치 새끼 설치, 작은 붕어 새끼 쌀붕어, 전어 새끼 전어사리, 열목어 새끼 팽팽이, 갈치 새끼 풀치...., 그 작고 어린 새끼들 시인의 이름보다 더 빛나는 시인의 이름 달고 있다. 그 어린 시인들 시냇물이면 시냇물 바다면 바다를 원고지 삼아 태어나면서부터 꼼지락 꼼지락 그들의 방언으로 시를 쓰고 있다는 것 생각하면 그 생명 모두 시인이다. 참 착한 시인이다.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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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진해 출신인 월하 김달진 시인(1907~89)을 기리자는 취지로 하는 김달진문학상의 여섯 분야 수상작가가 모두 정해졌다. 같은 목적으로 벌이는 제14회 김달진 문학제 일정도 짜였다.

 

20회 김달진 문학상은 지난 4월 일찌감치 정해졌다. 시에 황동규 시인의 시집 <겨울밤 05>, 평론에 최유찬 평론가의 비평집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이 그것이다.

 

5회 월하지역문학상과 제2회 월하진해문학상을 받을 사람은 8월 말 결정됐다. 창녕 출신 이우걸 시조시인의 작품집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와 진해 출신 정일근 시인의 시집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이 제각각 해당된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는 심사평에서 "이우걸의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는 삶에 대한 통찰과 문학적 형상이 잘 어우러진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한 편 한 편의 시들이 주는 울림이 다른 어떤 시집들보다 진폭이 크다. 또한 시조라는 짧은 시 형식 속에 삶의 깊이를 잘 갈무리하고 있으며, 섬세하면서도 자유로운 상상력은 시조가 자유시와 더불어 현재진행형의 형식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정일근의 시는 해를 거듭할수록 자유로운 상상력에 스스로를 놓아두고 놀고 있는 형상이다. 바슐라르가 말한 바와 같이 '시가 정신의 형이상학이라기보다 영혼의 현상학'이라는 명제에 시의 몸을 얹어두고 있다. 보이지는 않으나 보이는 영혼에 불을 밝히고, 존재 인식의 끝자락에서 바람 한 줌을 얻어 시의 피리를 불고 있다"고 했다.

 

월하 지역문학상은 1회 김륭(김영건) 2회 노춘기 3회 이서린 4회 성선경 시인이 받았다. 이번 이우걸 시인 수상은 앞선 수상자들이 40~50대 중견이라는 데 견줘 60'원로급'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를 의식한 듯 이우걸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상이란 귀한 것이고 더구나 훌륭한 심사위원들의 여러 견해가 반영된 결정이라 감동스럽기도 한 것이라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저로서는 이 귀한 상을 받을 적임자가 못 된다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우걸 시인의 수상작품집은 본인 응모가 아니라 추천으로 심사 대상에 들어갔다.

 

월하지역문학상이 경남에서 나거나 경남에 살고 있는 시인이 대상인 한편, 지난해 제정된 월하진해문학상은 진해 관련 문인이 대상이다.

 

이미 서정시인으로 이름이 높은 이번 수상자 정일근은 "진해에서 태어나 말을 배우고 글을 배워 시인이 되었고 진해에서 첫 시집을 묶었다. 그래서 진해는 어머니와 같은 말이다. 누구의 고향인들 어머니 같지 않을까만 진해에 어머니 아직 홀로 살고 계시니 저에게 더욱 사무치는 말이다"면서 "수상의 영광은 가난했지만 빛났던 그 시절에 돌리고, 수상의 기쁨은 그 시절의 가슴 뜨거운 시인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0일 오후 4시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 김달진문학제 기념식에서 치러진다. 특히 이번 문학제는 주민을 위해 소리꾼으로 이름난 장사익 축하공연을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무료로 마련한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20일 오후 5시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지는데 주최 쪽은 "자리가 모자라면 입장을 못할 수도 있으니 일찍 오셔서 자라잡아 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20일 오전 10시에는 제3회 동화구연대회(진해시민회관)와 김달진 생가·문학관 방문(현장)이 이뤄지고 오후 1시에는 제14회 문학심포지엄이 경남문학관 2층 세미나실에서 '지역문학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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