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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천무 / 송수권

 

사랑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말자
인연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말자
만남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말자

오직 한 사람을 찾아 밤하늘 은하계를 떠돌았다
대기권을 진입하면서 불타버린 돌맹이 하나로
그녀는 이 지상에 나를 찾아왔다

내가 태어나던 해에 그녀도 똑같이
우리 고향 성두리 뒷산에서 한 나무꾼에 의해
발견되었고, 한 일본인 손에 들려 두원운석이란 이름으로
도쿄 제국 박물관에 누워 있다가 환갑을 넘기고서야
이렇게 현해탄을 넘어왔다.

삐뚜름한 모자를 쓰고 금빛 단추를 달았던 흔적,
백조좌의 황금 수레를 타고 몇억 광년을 떠돌며
황금 수레의 말채찍을 휘둘렀던 흔적,
하늘과 숲과 내를 대질렀던 그녀의 함성,
그녀 또한 이 지상에 서서
밤하늘을 노래하는 나를 만나러 왔다.

사랑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말자
인연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말자
만남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말자

 

 

 

파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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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영랑기념사업회(회장 조만진)는 제1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송수권(63.순천대 문예창작과 교수)씨를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영랑시문학상은 영랑 김윤식 선생(1903~50)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뜻에서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한 시인에게 주는 상으로, 첫 번째 수상자인 송수권 씨를 선정했다

 

송 시인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75문학사상신인상 산문에 기대어로 문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 꿈꾸는 섬’ ‘파천무’, 산문집 쪽빛 세상’ ‘남도의 맛과 멋등 다수가 있으며 금호문화예술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25일 전남 강진문화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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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숲과 새들 / 송수권

 

나는 사랑합니다 우리 나라의 숲을, 늪 속에 가라앉은 숲이 아니라
맑은 신운神韻이 도는 계곡의 숲을, 사계四季가 분명한 그 숲을
철새 가면 철새 오고 그보다 숲을 뭉개고 사는 그 텃새를
더 사랑합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든가 뱁새가
작아도 알만 잘 낳는다든가 하는 그 숲에서 생겨난 숲의
요정의 말까지를 사랑합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소쩍새가 소탱소탱 울면 흉년이 온다든가
솔짝솔짝 울면 작다든가 하는 그 흉년과 풍년 사이
온도계의 눈금 같은 말까지를, 다 우리들의 타고난 운명을 극복하는
말로다 사랑합니다, 술이 깬 아침은 맑은 국물에 동동 떠오르는
동치미에서 싹독싹독 도마질하는 아내의 흰 손이 보입니다, 그 흰 손이
우리 나라 무덤을 이루고, 동치미 국물 속에선 바야흐로 쑥독쑥독
쑥독새가 우는 아침입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햇솜 같은 구름도 이 봄날 아침 숲길에서
생겨나고, 가을이면 갈꽃처럼 쓸립니다, 그보다도 광릉 같은 데,
먼 숲길쯤 나가보면 하얗게 죽은 나무들을 목관악기처럼 두들기는
딱따구리 저 혼자 즐겁습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텃새, 잡새, 들새, 산새 살아넘치는
우리 나라의 숲을, 그 숲을 베개삼아 찌르륵 울다 만 찌르레기새도
우리 설움 밥투정하는 막내딸년 선잠 속 딸꾹질로 떠오르고
밤새도록 물레를 감는 삐거덕, 삐거덕, 물레새 울음 구슬픈
우리 나라의 숲길을 더욱 사랑합니다

 

 

 

산문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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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송수권 시인이 선정되었다

 

지난 75山門에 기대어로 문단에 정식 등단한 송 시인은 시집 山門에 기대어’(80), ‘꿈꾸는 섬’(83), ‘아도’(85) ‘새야 새야’(87), ‘우리들의 땅’(88), ‘사랑이 커다랗게 날개를 접고’(89) 등을 잇따라 펴냈으며 지역사회 문화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86년 금호문화재단 예술상과 87全南도문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88우리들의 숲과 새들로 영예인 소월시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작은 자질구레한 일상사와 하늘과 바다와 우주를 모두 아우르며 새로운 빛깔로 되살리는 무궁한 생명력의 시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그의 에는 우리 민족 정서인 이 짙게 배어있는데 그의 은 슬픔과 체념의 이 아니라 을 부정하는 역동성으로서의 이라고 문학 평론가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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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상자 : 송수권

 


2. 수상작품 : 「쪽빛」 외 6편

 


「쪽빛」 

 

아무도 없다

내가 앉은 자리
때늦은 숨비기꽃 몇 송이 막 피어나고
신신한 아침 햇빛 입을 대다
기절한다

아무도 없다

내가 앉은 자리
무심히 조약돌을 던지면
팽팽한 수평선이 입을 벌리고
바다는 서슬진 유리처럼 퍼어런
금이 선다

아무도 없다

저 물 밖 물쟁이로 떠돌다 온 세월
이젠 떠나지 않으리라
내 영혼 속에 잠든 바다
쪽빛 물발로 깨워서 당신의 이름
뜨겁게 부르리라

 

 

 

허공에 거적을 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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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심사위원 : 유종호(문학평론가, 연세대 교수),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김재홍(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최동호(시인, 고려대 교수), 박태일(시인)

 


4. 심사평

「가락과 서정적 안정감」
꼬불꼬불하여 읽기 힘든 산문화 경향이 시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긴다. 또 억지춘향의 재담도 여기에 끼어든다. 이런 가운데 가락과 정감을 아울러 지닌 작품을 대하면 시의 본령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는 흐뭇함을 경험하게 된다.
송수권 씨의 작품을 대하면서 그러한 반가운 마음을 경험하였다. 정감과 가락과 격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상의 수상작이 빌려서 이름을 칭송하는 바 문인의 작품 세계와 반드시 일치하거나 유사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김달진 문학상이 전통적인 가락과 정감과 서정적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송수권 씨에게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럽고 또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유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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