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사랑을 위하여 / 문정희
대장간에서 만드는 것은
칼이 아니라 불꽃이다
삶은 순전히 불꽃인지도 모르겠다
시가 어렵다고 하지만
가는 곳마다 시인이 있고
세상이 메말랐다고 하는데도
유쾌한 사랑도 의외로 많다
시는 언제나 천 도의 불에 연도된 칼이어야 할까?
사랑도 그렇게 깊은 것일까?
손톱이 빠지도록 파보았지만
나는 한번도 그 수심을 보지 못했다
시 속에는 꽝꽝한 상처뿐이었고
사랑에도 독이 있어
한철 후면 어김없이
까맣게 시든 꽃만 거기 있었다
나도 이제 농담처럼
가볍게 사랑을 보내고 싶다
대장간에서 만드는 것은
칼이 아니라 불꽃이다
꽃아, 너도 거짓말을 하는구나
어제 그 모습은 무엇이었지?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 붉은 입술과 향기
오늘은 모두 사라지고 없구나
꽃아, 그래도 또 오너라
거짓 사랑아
2001년 가을
문정희
한국시사랑문인협회(회장 손근호)는 21일 제1회 천상병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문정희씨(56·동국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선정했다.
수상작은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된 시 10편이다.
1969년 등단한 문씨는 시집 ‘찔레’ ‘아우내의 새’ ‘남자를 위하여’를 냈으며 현대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천상병문학제가 열리는 5월4일 오전 11시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귀천시비’ 앞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