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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는다 / 유홍준

 

 

깜박.

눈을 붙였다

깼을 뿐인데 누가

내 머리를 파먹은 거야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누가 내 눈동자를 쪼아먹은 거야 수박덩어리처럼

누가 넝쿨에서 내 꼭지를 잘라낸 거야 배꼽이

빠지도록 웃는다 숟가락으로 파먹다 만

뒤통수를 감추고 웃는다

이렇게 파먹힌 얼굴

이렇게 파먹힌 뒤통수로

이렇게 쪼아먹힌 눈 이렇게 갈라터진 흉터로

누가 내 뒤통수에 빨간 소독약 묻힌 솜뭉치를 쑤셔넣다 놔둔 거야

누가 내 웃음에 주삿바늘을 꽂아놓은 거야 누가

내 웃음에 링거 줄을 꽂고 포도당을 투약하는 거야

누가 바퀴 달린 이 침대를 밀며 달리는 거야

복도처럼 아득하게 웃는다 미닫이처럼

드르륵 웃는다 하얀 시트가 깔린 이 수술대 위에서

배를 잡고 웃는다 이 흉터 같은 입술

이렇게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흉터 같은 입술로 누가

흉터 위에

립스틱을 바르는 거야

누가 이 흉터끼리 뽀뽀를 시키는 거야

 

 

 

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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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제는 진주시가 주최하고, 이형기 기념사업회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동 주관하는 이형기문학상에 유홍준(45) 시인을 선정했다. 유 시인은 지난 1시작문학상첫 수상자로 선정된데 이어 이번에는 이형기문학상을 받는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두 번째 이형기문학상 수상시인으로 유 시인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단체는 2005년 작고한 이형시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제정된 문학상으로, 지난 1년간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했다. 수상시집은 <나는, 웃는다>(창작과비평).

 

심사는 이승훈 한양대 교수와 강희근 경상대 교수, 노향림 시인, 원구식 <현대시> 주간, 박주택 경희대 교수가 했다.

 

강희근 교수는 유홍준 시인은 작년 한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시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두 번째 시집은 표현의 의외성으로 내면과 현실을 결합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그러면서 현대시가 가는 길인 진보적 세계와 서정의 어울림을 보여준 작품이었다고 평가했다.

 

경남 산청 출생인 유 시인은 현재 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제지공으로 있다. 진주 출신인 이형기 시인은 제1회 개천예술제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으며, 유 시인은 제41회 개천예술제 백일장에서 장원을 받았다. 진주시 신안동 녹지공원에는 이형기 시인의 시비가 건립되어 있다.

 

유홍준 시인은 1998<시와 반시> 신인상에 '지평선을 밀다' 등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2004년 봄 첫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을 펴냈으며, 지난 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유 시인은 2005년 한국시인협회가 제정한 젊은시인상첫 수상자로 선정되어 문단 안팎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고, 지난 1월에는 상금 1000만원의 시작문학상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홍준 시인은 개천예술제 백일장 1회와 41회 장원을 받은 인연으로 만난 것 같고, 진주 출신인 이형기 선생의 이름으로 된 상을 받게 되어 더 기쁘다면서 선정 소식을 듣고 진주에 있는 이형기 시비 앞에 가서 맥주를 놓고 한참 앉아 있다가 오기도 했는데, 시를 똑바로 써야 한다는 다짐이 들었다고 말했다.

 

2회 이형기문학상 시상식은 52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사간동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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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는다 / 유홍준

 

 

깜박.

눈을 붙였다

깼을 뿐인데 누가

내 머리를 파먹은 거야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누가 내 눈동자를 쪼아먹은 거야 수박덩어리처럼

누가 넝쿨에서 내 꼭지를 잘라낸 거야 배꼽이

빠지도록 웃는다 숟가락으로 파먹다 만

뒤통수를 감추고 웃는다

이렇게 파먹힌 얼굴

이렇게 파먹힌 뒤통수로

이렇게 쪼아먹힌 눈 이렇게 갈라터진 흉터로

누가 내 뒤통수에 빨간 소독약 묻힌 솜뭉치를 쑤셔넣다 놔둔 거야

누가 내 웃음에 주삿바늘을 꽂아놓은 거야 누가

내 웃음에 링거 줄을 꽂고 포도당을 투약하는 거야

누가 바퀴 달린 이 침대를 밀며 달리는 거야

복도처럼 아득하게 웃는다 미닫이처럼

드르륵 웃는다 하얀 시트가 깔린 이 수술대 위에서

배를 잡고 웃는다 이 흉터 같은 입술

이렇게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흉터 같은 입술로 누가

흉터 위에

립스틱을 바르는 거야

누가 이 흉터끼리 뽀뽀를 시키는 거야

 



 

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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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년의시작 & 계간 <시작>(詩作·발행인 김태석)은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시작문학상 1회 수상자로 유 시인이 선정되었다고 16일 발표했다. <시작>은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1년간 출간된 모든 시집을 대상으로 하고, 그동안 확보해온 문학적 성취도와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함께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홍준 시인은 지난 해 펴낸 시집 <나는, 웃는다>(창비)로, 수상 요건을 갖추었다. <시작>측은 "요건들을 두루 갖춘 시집들이 많았다. 첫 수상자인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유홍준 시인이 첫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수상자의 대표시와 신작시, 수상소감과 심사평 등은 계간 <시작> 2007년 여름호에 실린다. 시상식은 오는 6월 1일 오후 6시 출판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현재 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제지공으로 있는 유홍준 시인은 1998년 <시와 반시> 신인상에 '지평선을 밀다' 등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는 2004년 봄 첫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을 펴냈다.

유 시인은 2005년 한국시인협회가 제정한 젊은시인상 첫 수상자로 선정되어 문단 안팎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유홍준 시인은 "<시작> 측으로부터 어제 연락을 받았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서 "첫 수상자라는 측면에서 중압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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