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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 김왕노

 

 

유모차에 유머처럼 늙은 개를 모시고

할머니가 백년 복사꽃 나무 아래로 간다

바람이 불자 백 년을 기념해 팡파르를 울리듯

공중에 솟구쳤다가 분분히 휘날리는 복사 꽃잎, 꽃잎

백년 복사꽃 나무 아래로 가는 할머니의 미소가

신라의 수막새에 그려진 천년의 미소라

유모차에 유머처럼 앉은 늙은 개의 미소도 천년 미소라

백년 복사꽃 나무 아래 천년 미소가 복사꽃처럼 피어나간다

그리운 쪽으로 한 발 두 발 천년이 간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 앞에

지퍼가 열리듯이 봄 길 환히 열리고 있다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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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시인의 시집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이 제6회 풀꽃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공주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풀꽃문학상(운영위원장 이준관)6회째 수상자가 결정됐다. 수상작은 본상에 김왕노 시인의 시집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젊은시인상에 유미애 시인의 시집 분홍 당나귀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신달자(위원장), 나기철(시인), 송기한(대전대 교수)가 맡았다.

 

심사평을 쓴 송기한 교수는 수상자들에 대해 이 상을 주는 목적, 곧 서정적 동일성을 잘 구현한 작품이어야 했고, 다른 하나는 작품의 수준에 걸맞은 시인으로서의 자질이랄까 품성이 기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기준에 의해 김왕노 시인의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은 인간의 삶과 자연의 삶이 역사 속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화합의 장을 구현한 작품집이다. 자아와 세계 사이에 놓은 서정적 거리를 시인은 역사와 자연 속에서 아름답게 조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서정적 동일성이야말로 풀꽃의 세계와 정확히 부합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그것이 선정의 주요한 계기가 됐다. 다시 한 번 수상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포항 출생으로 현재 한국시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김왕노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시집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 ‘슬픔도 진화한다외 다수가 있으며, 한국해양문학대상, 박인환문학상, 수원문학대상, 한성기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현재 문학잡지 시와 경계’, ‘수원문학주간으로 활동 중이다.

 

김 시인은 “ ‘공존의 노래에서도 결국 나는 풀에 기대어 산다고 노래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것이 풀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하고 먹음직한 풀꽃 문학상을 받는다. 이 상을 마중물로 더욱더 시에 정진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9일 오후 1시 제2회 풀꽃문학제에서 실시된다. 상금은 본상이 1000만 원, 젊은 시인상이 5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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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연쇄반응 / 김왕노

 

 

그해 명우 아버지 쓰러지고 다음 해 아버지가 쓰러지고

우리집 후박나무의 광합성 작용의 푸른 숨소리

마당 가득 차오르는데 아버지 바람에 밟히는 잡풀같이 맥없이 쓰러지고

아버지 쓰러진 다음 해 팔팔한 동네 철태 형 쓰러지고

몇백 년 고목도 쓰러지고 누가 도미노 놀이 하는지

그 해는 뜻하지 않게

오토바이 타고 가던 동생뻘 영태도 허공으로 바퀴 치켜들고

영전 속으로 가뿐히 자리 옮기고

봄기운이 잔물결 쳐 와 아래가 근질거리는데

내가 믿던 정의도 정부도 쓰러지고 뒷집 누나도 강둑에 쓰러지고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쪽으로 쓰러지고 붉게 쓰러지고

사월도 오월도 썪은 고목 같이 쓰러지고 내 청춘도 모로 쓰러지고

누가 시도 때도 없이 도미노 놀이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세워 끄덕이며 앞세우고 가려는지 그 해, 붉게, 붉게

 

 

 

 

김왕노 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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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 50년 우리나라를 대표한 박인환시인의 정신을 계승하는 제7회 박인환문학상 수상자에 김왕노(50)시인이 선정됐다.

 

김시인은 포항출신으로 지난88년 공주사대를 졸업했으며 92년 대구매일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김 시인은 지난 50년대 모더니즘 시학을 발전시킨 박인환 시인과 비슷한 현실의식을 깔은 모더니즘계통의 시를 발표하는 중견작가로 알려졌다. 956인시집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2002'슬픔도 진화한다'는 시집을 내는 등 글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은 위독, 붉은 연쇄반응 쓸쓸한 가게, 다비식 등이 있다. 지난2003년 한국해양문확대상을 수상했다.

 

김씨는 해방과 6.25 전후의 암울한 현실을 지적이고 이성적인 눈으로 성찰하여, 우리 모더니즘 시학을 발전시킨 박인환의 시인처럼, 현실 의식을 밑바탕에 깔고, 열정적인 시 작업을 통해 한국 문학발전에 기여하라는 뜻일 거라며, 수상소감을 밝힌 김왕노 시인은 지금도 시 쓰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왕노 시인은 첫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를 통해, 현대인의 존재 방식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도시란 공간 속에서, 인간이 자연을 말살해 가는, 인간성을 스스로 죽여 가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잃어버린 인간의 순수성 회복을 위한 시 쓰기를 계속해온다는 김왕노 시인은 2003년에도 제7회 한국해양문학 대상을 받아 그의 문학적 저력을 나타낸 바도 있다. 아울러 제7회 박인환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하여 더욱 활발한 그의 시 작업을 기대해 본다.

 

 

말달리자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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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자 조정권 시인은 심사평에서 그의 시는 극단적 허무와 좌절에 봉착한 삶의 내상(內傷)에서 내출혈을 일으켜왔다. 상처 입은 짐승의 포효처럼 선이 굵고 강고한 이 시인의 야생의 외로운 목소리는 오랫동안 가위눌려져 왔었다. 시인이 살고 있는 정신의 처소는 어디일까. ‘멀리서 그대 위독이란 짐승이 되어 누워 있습니다.’라는 시구가 암시하듯 그곳은 매우 위독한 곳이다. “위독은 그것이 비록 추상적 암흑의 세계라 하더라도 그 속에서 융기를 일으키는 허무의 거센 물길이 원초적 상상력과 조우하면서 웅대하게 내면화되고 안으로 굽이치는 남성적 육성을 획득한 작품이다. 대륙적 상상력으로까지 확대시켜 나간 점이 아주 든든해 보였다. 눌함(訥喊)이 절규로 뻗어 있다. 감마선같이 휘감는 광폭한 에스프리로 우리 시대를 감전시키는 송전탑 같은 힘이! 그 육성에 깃들어 있다. 박인환 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1011일 오후 3시 강원도 인제문화관 대강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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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빵빵 사이로 오는 황진이 / 김왕노

 

 

황진이 네 생각이 죽은 줄 알았다. 아파트 납골당을 지날 때, 묘비가 된 빌딩을 지날 때, 황진이 생각이 새까맣게 죽어 간줄 알았다. 어디서 육탈되어 뼈만 남아있는 줄 알았다. 난 애도나 명복 한 번 빌 줄도 몰랐고

 

그러나 거리를 지날 때, 죽은 줄만 알았던, 황진이 생각이 살아서 돌아오고 있었다. 어둠을 초월해 황진이 생각이, 긴 치맛자락 나부끼며, 자유롭게, 모든 저지선을 뚫고 오는, 황진이 생각, 붉은 입술의 황진이 생각

 

이제 저 쭉쭉 빵빵 사이로 오는 황진이를 찾아 이 시대에는 없다지만 그럴수록 황진이를 찾아, 황진이 같이 붉은 칸나 키우며 황진이를 찾아, 내 영혼의 뿌리를 담글 속 깊은 황진이를 찾아, 저 쭉쭉 빵빵 사이로 오는 황진이, 나의 계집 황진이를 찾아, 남 몰래 살 섞을 황진이, 우리의 황진이가 아니라 나의 황진이를 찾아, 방도 붙이고, 실종 신고도 내고, 저 쭉쭉 빵빵 세월 사이로 오는 황진이, 붉은 옷자락의 황진이를 찾아, 하얀 이마를 찾아, 조개 보다 더 꽉 다문 황진이의 정조를 찾아, 죽창보다 더 꼿꼿한 황진이의 지조를 찾아

 

직장에서 거리에서, 술집에서, 강남에서, 광화문에서, 황진이 내 황진이를 찾아, 저 쭉쭉 빵빵 세월 사이로 오는, 가냘프나 올 곧은 정신의 황진이, 나를 불태울 황진이, 나를 재로 남길 황진이, 쭉쭉 빵빵 사이로 거침없이 오는 황진이, 사이트로, 극장가로, 로데오 거리로, 현상금도 내걸고, 전단지도 뿌리며, 기어코 찾아야할 내 황진이, 내 몸의 황진이, 내 넋의 황진이

 

황진이 네게 사무치는 말들이 저렇게 푸른 하늘을 밀어오는데, 수수밭 사이로 초가을 호박꽃 피우며, 벌써 차가워진 개울물 건너오는데, 황진이 말 타고 네 치마폭에 파묻히려 청동방울 딸랑거리며, 개암나무 뚝뚝 떨어지는 전설 속을 지나, 산발한 채로도 가고 싶구나. 황진이 네 은장도 빛나는 밤, 올올이 엉키던 넝쿨이 틈을 보이는 계절, 네 머무는 마을에 꿈이 깊고, 우물물 깊어져 마을을 파수하는 개 울음 높아가는 밤, 네 있는 마을은 이조의 어느 모퉁이인가. 기우는 사직의 어느 뒤란쯤인가.

 

쭉쭉 뻥뻥하게 다가오는 세월 사이, 저 비대한 몸짓 사이 너는 오늘도 보이지 않고, 난 새털구름 따라 흐르는 갓 태어난 철새 같이, 끝없이 사방으로 풀려가는 쪽물 같이, 네게 끌려 흐르고 싶은, 황진이 네 웃음소리 청아한 마을, 처연한 내 그리움 앞세우고 찾아 가는 황진이, 황진이 네 붉은 마음을 찾아, 구비 구비 너를 찾아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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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작으로 김왕노(52·사진) 시인의 쭉쭉 빵빵 사이로 오는 황진이6일 뽑혔다.

 

권혁웅·정끝별 시인과 평론가 유성호씨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김왕노 시인은 비극적 언어를 통해 시적인 것의 깊이를 구축해 왔으며, 궁극적으로 지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 형식을 증언하는 곳으로 한결같이 귀환해 왔다"며 "이런 연장선상에서 더욱 감각적 선명성과 음악적 배려로 시편의 진경을 보여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11일 오후 4시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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