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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남자 / 정병근
호주머니가 다닥다닥 붙은 빨간 조끼를 입었다
말이 자꾸 날려서 무슨 소린지 통 못 알아듣겠다
이슬비 뿌리는 중랑천 다리 밑,
합판으로 아랫도리를 싸맨 리어카에
아이스박스 하나와 과자 몇 봉지 달랑 놓여있다
막걸리 한 병을 시키자 멸치 세 마리를 내 놓는다
내심을 들킨 소년처럼 그는 자꾸 부끄러워
과자 값을 물어도 딴 곳을 보며 오백 원이라고 작게 말한다
수치스럽게, 수치스럽게 아카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날려가는 종이컵을 잡으려고 기우뚱거리는
그의 바짓가랑이가 팔랑거린다
비둘기 몇 마리 과자 부스러기를 콕콕 쪼아댄다
플라스틱 의자들도 가벼워서 나동그라지기 쉽다
지나가던 한 남자가 커피 있느냐고 묻자
어서오세요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잽싸게 종이컵에 물을 붓고 커피를 탄다
잠시 할 일이 없자 두 손을 사타구니에 넣고 싹싹 비벼댄다
마시다 만 소주가 반 병 정도 있다
그는 빨리 취해서 한 쪽으로만 가파르게 쏠리고 싶다
누군가를 붙잡고 했던 말을 자꾸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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