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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깊이 / 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서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이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덕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 온 낮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가만히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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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면 노인회장인 김영근(회남 거교)씨의 아들인 김사인 시인이 24일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이창재)에서 시상하는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9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으로 수상한 김사인(50,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상은 제게 주는 상이 아니라, 보잘 것은 없지만 제 시에 주는 상이며 저는 소심하고 무능한 법정후견인 자격으로 이 자리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랜만에 시집이랍시고 묶어 냈고 언제 또 책을 낼 기약도 없으니 상이라도 줘서 보내자는 뜻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씨의 시집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슬픔의 힘으로 빚어진 여유롭고 친밀한 시선은 사람의 속마음과 사물의 이면을 자상하고 곡진하게 성찰한다”고 평했다.

서울대 국문학과와 고려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김 교수는 1982년 동인지‘시와 경제’의 창간동인으로 참여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이 있다.

제6회 신동엽창작기금(1987)과 제50회 현대문학상(2005)을 받은 바있으며, 제14회 대산문학상(2006년) 수상하였으며,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현재 문화일보 매주 월요일 [AM7] 마음이 따뜻해지는 날 코너에서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일상 속의 사람들, 사물들 그리고 사연들을 연재하고 있다.

한편 대산문학상은 최근 2년내에 발표한 작품 가운데 관계기관, 단체 및 문인등의 추천을 받거나 자체조사한 작품을 대상으로 가장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장르별로 선정, 시상하는데 장르별로 문학적 성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을 발굴하여 시상하는 국내 최대 최고의 종합 문학상이다.

시상부문은 시(시조), 소설, 희곡, 평론, 번역이고 상금은 각 부문 3000만원씩 총 1억 5000만원이며 수상작은 번역하여 해당 언어권의 유수한 출판사를 통해 출판, 보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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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시인을 기리는 제15회 지훈문학상에 김사인 시인의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가 선정됐다고 상 운영위원회와 나남문화재단이 7일 밝혔다.

 

지훈국학상은 연구서적 '일화의 형성 원리와 서술 미학'을 쓴 영남대 국어교육과 이강옥 교수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김사인 시인의 시집이 "서정시의 발상과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동시대의 사람살이와 현실의 그늘지고 어긋난 자리를 비상한 애착과 필법으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이강옥 교수의 연구서는 "기존의 허구성을 전제로 하던 서사 연구 풍토에서 허구성보다는 실재성이 짙은 일화를 서사 영역에 포함시켜 서사 연구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이달 28일 오후 630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어린 당나귀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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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시인의 <어린 당나귀 곁에서>는 창비시선 382. 2006년 무려 19년 만에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답다"는 평을 받은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을 펴내며 문단에 신선한 감동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후 다시 9년이라는 긴 시간 뒤에 선보이는 김사인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과 죽음의 갈피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여여(如如)하게, 또는 엄숙하게 수락하는' 겸허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대문자 시의 바깥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미시(微詩)의 시학'을 펼쳐 보인다. 고향의 토속어와 일상언어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빼어난 언어 감각과 정교하고 정감 어린 묘사로 '생로병사의 슬픔 일체를 간절한 마음의 치열한 단정(端正)에 담아'낸 시편들이 나직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김사인 시인은 시단에서 과작의 시인으로 손꼽힌다. 등단 34년에 이제 세번째 시집이니 마땅히 그럴 만도 하다. 2-3년이면 으레 시집 한권을 묶어내는 요즘 세태에서는 자칫 시작(詩作)에 대한 소홀함이나 게으름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인의 말대로 과작이 자랑은 아니지만 단어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되다 만 시는 결코 장에 내지 않는 문학적 결백성을 보자면 네개의 뿔을 고독하게 치켜들고/더듬더듬/먼 길을 가는 한없이 느린 배밀이”(달팽이)가 오히려 믿음직스럽고 든직해 보인다. 그의 시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천천히 꺼내놓은 이번 시집은 편편이 깊고 아름답고, 하찮고 슬프면서도 환하고 따스하다.

 

이 절망의 시대에 우리는 절망을 수락하되 절망에 투항하지 않는() 마침내 시인”(최원식, 발문)을 얻었다. 또한 허튼 책”(시인의 말)이 아니라 시인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가장 튼튼하고 가장 미래지향적인, 죽음에 이르는 미학 아름다움의 슬픈 깊이를 더해가는”(김정환, 추천사) 귀한 시집을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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