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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오른손잡이의 슬픔 / 정일근

 

 

오른손이 아프고 부터 왼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오른손 왼손을 평등하게 가지고 태어났으나
태어나면서 나는 오른손에 힘을 주며 세상을 잡았다
나는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았고
오른손으로 연필을 쥐고 공책에 글을 썼다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걸어 사랑을 맹세했다
우주의 무게 중심이 오른쪽이라 믿었으니, 全知者도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라 가르쳤으니
왼손은 오른손에서 제일 먼 곳에서 잊혀져 있었다
오른손이 아프고 부터 왼손으로 세상을 잡는다
왼손으로는 지푸라기 하나 쉽게 잡히지 않는다
자꾸만 놓치고 마는 왼손의 未熟 앞에
오른손의 편애로 살아온 온몸이 끙끙거린다
오른손잡이도 왼손잡이도 折半을 잃고 산다
손은 하나다 두 손을 모아야 기도가 되듯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오른손잡이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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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청 주최하고 영랑기념사업회와 계간 '시와시학' 공동주관하는 제4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김남조 씨(본상)와 정일근 씨(우수상)가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김 씨의 '영혼과 가슴'(새미), 정 씨의 '오른손잡이의 슬픔'(고요아침)이다.

 

시상식은 제1회 영랑문학제가 개최되는 오는 29일 오후 7시 전남 강진읍 영랑 생가에서 열린다.

 

이 상은 영랑 김윤식(1903-1950)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올해부터는 고향인 전남 강진군의 지원으로 본상과 우수상으로 나눠 각각 상금 1천만 원과 300만원을 시상한다.

 

 

 

영혼과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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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 김남조

 

 

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그대는 속물 중의 속물이니

그쯤이 정답일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충만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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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29회 정지용 문학상에는 김남조(90) 시인이 선정돼 화제다. 17일 문학상을 주관하는 지용회는 김남조 시인의 시계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12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제30회 지용제 행사와 함께 이루어졌다.

 

심사를 맡은 김재홍 경희대 명예교수는 해당 작품에 대해 원로시인의 인생과 생명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고뇌를 잘 형상화했다고 밝혔다.

 

김남조 시인은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수’, ‘잔상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발간하면서 시 인생을 살아 온 바 있다.

 

1992년 제333·1문화상, 1996년 제41회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부문 예술원상, 2007년 제11회 만해대상 문학부문상 등을 받았고,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과 1998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한편 정지용 문학상은 시인 정지용의 문학적 성과와 문학사적 위치를 기리기 위해 1989년 시와 시학사에서 제정한 문학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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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아프다 / 김남조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

한참 후일에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들었다

 

심장이 말한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

심장은

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

그러나 심연의 연주여서

고요해야만 들린다고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

바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

 

 

 

2014년 제25회 김달진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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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시인과 문학평론가 김진희 씨가 시집 <심장이 아프다>와 평론집 <미래의 서정과 감각>으로 2014년 제25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에 각각 선정됐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와 김달진문학관이 주최하고 창원시가 후원하는 김달진문학상은 진해 출신 김달진 시인의 시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고인 1주기인 지난 1990년 제정된 상으로, 시와 평론 두 부문에서 최근 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을 해왔다.

 

1927년 대구 태생으로 17편의 시집을 발표해온 김남조 시인의 신작 <심장이 아프다>"일상의 언어를 구원의 언어로, 사랑의 언어로, 실존의 언어로, 참회와 눈물의 언어로 승화시켰다"(심사위원 오세영 시인)는 극찬을 받았다.

 

김남조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오늘 나는 생산이 줄어든 노년기 문인이면서 그러나 여기에도 생의 오묘함과 혹은 생의 은혜로움이 넘치고 있다는 그런 신념에 젖어 있다""두서없는 노년기 비호일지도 모르나 청·장년기의 활기찬 창작 대열의 그 후미에나마 동참하고자 한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감사와 문학적 소신을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진희 씨는 이화여대 강의전담교수, <서정시학> 편집위원 등을 역임하며 평론을 써왔다. 네 번째 평론집 <미래의 서정과 감각>"화려하지도 발 빠르지도 않고 둔중하고 차분하지만, 한국문학의 미래에 열정적인 탐색과 예리한 전망을 내포하고 있다"(심사위원 문흥술 교수)는 평이다.

 

김진희 씨는 "시에서 만나는 다양한 삶과 언어를 성찰하는 일, 그리고 글로 쓰는 일은 저와 우리 사회의 그림자와 슬픔과 마주하는 일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성찰의 세계를 냉철하고도 따뜻하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두 수상자에게는 각각 2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김달진문학제 기간에 창원시 진해구민회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심장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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