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신(北辰)
-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를 기리며
-박은미 -
1. 연분홍 쑥부쟁이 발그레한 수줍음이 10월 가을 하늘에 서걱일 때에 잿빛의 총성은 귓가를 스쳤다.
타각타각 타악. 쇳내음은 이내 붉은 노을을 토해내며 순식간에 대한(大韓)의 원흉을 삼켜버렸다.
한 자락의 굉음 뒤에 찾아온 평온이 건만가파른 숨통을 조여한떨기 바람조차 허락지 않았다.
눈가에 머금은 비소(悲嘯)는 차마 우르적시지 못하고 쌉싸래한 누액(淚液)만이 가슴을 허비었다.
꽃잎에 매달린 눈물방울은 차마 흐르지 못하고 희미한 자욱마저 감감하게 만들어 버렸다.
2. 겨레의 핏빛물길 안에서 먹먹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평생지원(平生之願)을 외치던 의사(義士)는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요, 대한독립의 함성이 천국까지 들려오면 나는 기꺼이 춤을 추면서 만세를 부를 것이요.
흑야(黑夜)의 조선 하늘에 찬란한 별이 되어 연분홍 꽃길을 수놓으셨다.
옥고의 고한(苦恨) 안에서도 오직 조국의 완전한 독립에 가슴을 내놓아 한줄기 빛이 되어 독립의 길을 열어놓으셨다. 사나이 대장부로 세상에 태어나서 적을 무찌르려 의지를 쌓았더니 이제야 뜻한 대로 좋은 때를 만났구나.
때가 영웅을 만드는가? 영웅이 때를 만나는가? 북쪽바람 차기도 하나 내 피는 뜨겁구나.
쌓였던 원한을 한번 털어놓으면 어김없이 꼭 도적을 잡으리라. 우리 동포 형제자매들아,
이 공업(功業)을 잊지 말라. 만세, 만세, 만세. 대한독립 만세.
하늘의 북신(北辰)이 되어 자주독립의 길만을 밝히리라.
3. 신새벽 푸르름을 대한에 채우려 붕우(朋友)의 원사(寃死)에도 뼛속 깊은 통한(痛恨)을 애써 잊으며 해보다 강한 별빛이 되셨다. 나무를 꺾어내고, 뿌리를 드러내는 거센 바람도 세세한 한빛마저 용서치 않는 먹구름도 등대빛 이 정표도 삼켜버린 폭풍마저 오직 하나, 한줄기로 해보다 강렬한 따스함으로 조선의 북신(北辰)으로 길을 밝혔다.
조국이라는 하늘을 벗삼아 자신을 뉘여 찬란함으로 대한독립을 외쳤다.
4. 떨리우는 아지랑이 다시금 새 봄날의 초록 잎파리 찾아 올 때 의사는 조국의 별이 되었다.
아아ㅡ.감히 두 손 뻗어 닿을 수 없는 조국의 하늘에한 조각 푸르른 새벽을 심어놓고 북신(北辰)으로 그렇게,
조국의 별이 되었다. 타는 별빛으로 암흑(暗黑)을 밝혀해보다 강렬히 솟아난 흐르는 빛줄기는 100년을 우리의 가슴에 머물러 낮에도 지지 않는 별빛이 되었다. 거센 비바람의 어둠이 가슴을 두드릴 때도 발그레한 수줍음만은,
잃지 않는 불빛을 심어주었다.
5. 조국에 어두움이 드리울 때마다 마음 속 깊숙이 전해지는 의사(義士)의 말씀에한 줄기 밝은 빛만은 져버리지 않았음을, 북신(北辰)만은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조국의 친구로,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한 북신(北辰)으로 남아주리라!
어둠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의사의 희미한 불빛은해보다 강한 빛줄기가 되어조국 평화의 길을 열어주셨다.
하늘 높이 총총히늘 같은 그 자리에 하나의 염원(念願)으로 그리 계셨다.
6. 아아ㅡ.조국의 별이여. 당신이 심어놓은 푸른 새벽은암흑을 이겨내고 이겨내어 당신을 따라 가리라.
조국 평화의 길을 밝혀주신 당신을 따라 가리라. 당신의 길을 따라, 별빛을 따라 걸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