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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戰士의 노래 / 류우현

 

 

저기 낙동 샛강은 흐르고
쑥향기 바람에 날리는 황토 언덕에
나는 외로운 백골로 누워
그대를 향한 메마른 슬픔으로 외치노라

 

붉게 스러져간 청춘의 꿈들을 위해
목마른 산비둘기야 조곡을 불러다오
나는 황폐하게 한 번 죽어서

그 치열한 밤이라도 영광을 기렸나니

 

이젠 그 누가 외로운 동산에서
나를 위해 민들레 씨앗을 날려다오
내 주검이 흙이 되고 바람이 되어도 좋으니
다시 아름다운 조국을 찢지 말아다오

 

이지러진 상흔의 비참을 회상하며
너의 흰 손수건에 금수산천을 수놓아다오
만나서 흘릴 포옹의 눈물을
너의 손수건에 적실 수 있게 해 다오
 
유잔자(遺殘者)가 못 다한 행복을 위해
이제는 작은 샛강 가에서 트럼펫을 불어다오
갈대들의 춤이 환희로 어우러져
흩어진 강과 산이 부여잡을 수 있도록

 

건조한 지평의 노랫가락 같은 뼛조각일지라도
조각나지 않을 나의 꿈은 善하여
오직 어여쁜 한 처녀를 기다리듯
인고의 세월 불태워 심장 같은 하늘의 혼이 되었노라
 
화약 내음 추억에서 멀어지고
따스한 두 개의 손길이 고락을 나눌 그때까지
백두대간 휘돌아 얼싸안을 그날이 오기까지
영원토록 죽지 않을 사랑이 되어버렸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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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네 집

                            

- 하 송 -

 

 

오라버니가 잠든 집은 채 한 평도 안되는 흙집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이름모를 새들이 와서 간간이 울고 가고 들꽃이 피어 향기로운 집묘비명 하나 없어도 쓸쓸하지 않은 집흙집 밖에는 오누이가 옛날 그대로 깔깔대며 웃고 있다.

오누이는 남매간이었지만 애인사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라버니 월남전 정글을 헤치면서 전진할때 이 동생 생각했다 했지요.

초소 위에 뜬 달을 보며 고향 생각 했다 했지요.

보내 주신 편지마다 오라버니의 사랑 묻어 났어요.

아, 그러던 그러던 어느 날한 줌의 재로 돌아 온 오라버니오라버니를 부등켜 안은 우리 가족들은 슬픔조차 가눌 길 없어 넋을 잃고 말았지요.

우는 것 조차 죄스러워서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눈은 감아 버렸지요.

오라버니, 사랑하는 오라버니 저의  큰 애가 엊그제 군대에 갔습니다.

얼른 군대에 갔다와야 사람 구실을 할 것 같다는 말에 믿음직했던 오라버니를 생각했지요.

오라버니의 월남전 이야기를 들려 줄 때 마다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던 그 애가 군대에 갔습니다.

삼촌처럼 훌륭한 군인이 되겠다고 당당하게 군대에 갔습니다.

 

오라버니가 잠든 집은 흙집이다.

문패 하나 만들어 주고 싶은 초라한 집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집부르면 금방이라도 웃으면서 뛰어나올 것 같은 우리 오라버니가 잠든 집이다.

대문이 없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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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신(北辰)

-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를 기리며 

 

-박은미 -

 

 

1. 연분홍 쑥부쟁이 발그레한 수줍음이 10월 가을 하늘에 서걱일 때에 잿빛의 총성은 귓가를 스쳤다.

타각타각 타악. 쇳내음은 이내 붉은 노을을 토해내며 순식간에 대한(大韓)의 원흉을 삼켜버렸다.

 자락의 굉음 뒤에 찾아온 평온이 건만가파른 숨통을 조여한떨기 바람조차 허락지 않았다.

눈가에 머금은 비소(悲嘯)는 차마 우르적시지 못하고 쌉싸래한 누액(淚液)만이 가슴을 허비었다.

꽃잎에 매달린 눈물방울은 차마 흐르지 못하고 희미한 자욱마저 감감하게 만들어 버렸다.   

 

2. 겨레의 핏빛물길 안에서 먹먹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평생지원(平生之願)을 외치던 의사(義士)는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요, 대한독립의 함성이 천국까지 들려오면 나는 기꺼이 춤을 추면서 만세를 부를 것이요.

흑야(黑夜)의 조선 하늘에 찬란한 별이 되어 연분홍 꽃길을 수놓으셨다.

옥고의 고한(苦恨) 안에서도 오직 조국의 완전한 독립에 가슴을 내놓아 한줄기 빛이 되어 독립의 길을 열어놓으셨다. 사나이 대장부로 세상에 태어나서 적을 무찌르려 의지를 쌓았더니 이제야 뜻한 대로 좋은 때를 만났구나.

때가 영웅을 만드는가? 영웅이 때를 만나는가? 북쪽바람 차기도 하나 내 피는 뜨겁구나.

쌓였던 원한을 한번 털어놓으면 어김없이 꼭 도적을 잡으리라. 우리 동포 형제자매들아,

이 공업(功業)을 잊지 말라.  만세, 만세, 만세. 대한독립 만세.

하늘의 북신(北辰)이 되어 자주독립의 길만을 밝히리라.

 

3. 신새벽 푸르름을 대한에 채우려 붕우(朋友)의 원사(寃死)에도 뼛속 깊은 통한(痛恨)을 애써 잊으며 해보다 강한 별빛이 되셨다. 나무를 꺾어내고, 뿌리를 드러내는 거센 바람도 세세한 한빛마저 용서치 않는 먹구름도 등대빛 이 정표도 삼켜버린 폭풍마저 오직 하나, 한줄기로 해보다 강렬한 따스함으로 조선의 북신(北辰)으로 길을 밝혔다.

조국이라는 하늘을 벗삼아 자신을 뉘여 찬란함으로 대한독립을 외쳤다.

 

4. 떨리우는 아지랑이 다시금 새 봄날의 초록 잎파리 찾아 올 때 의사는 조국의 별이 되었다.

아아ㅡ.감히 두 손 뻗어 닿을 수 없는 조국의 하늘에한 조각 푸르른 새벽을 심어놓고 북신(北辰)으로 그렇게,

조국의 별이 되었다. 타는 별빛으로 암흑(暗黑)을 밝혀해보다 강렬히 솟아난 흐르는 빛줄기는 100년을 우리의 가슴에 머물러 낮에도 지지 않는 별빛이 되었다. 거센 비바람의 어둠이 가슴을 두드릴 때도 발그레한 수줍음만은,

잃지 않는 불빛을 심어주었다.

 

5. 조국에 어두움이 드리울 때마다 마음 속 깊숙이 전해지는 의사(義士)의 말씀에한 줄기 밝은 빛만은 져버리지 않았음을, 북신(北辰)만은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조국의 친구로,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한 북신(北辰)으로 남아주리라!

어둠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의사의 희미한 불빛은해보다 강한 빛줄기가 되어조국 평화의 길을 열어주셨다.

하늘 높이 총총히늘 같은 그 자리에 하나의 염원(念願)으로 그리 계셨다.  

 

6. 아아ㅡ.조국의 별이여. 당신이 심어놓은 푸른 새벽은암흑을 이겨내고 이겨내어 당신을 따라 가리라.

조국 평화의 길을 밝혀주신 당신을 따라 가리라. 당신의 길을 따라, 별빛을 따라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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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윤영하 소령의 영전에 바치는 시

                                                                           

- 정재학 -

 

바다여, 오늘은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저 말 없는 해변에 피어나는 들꽃들과

뜻 모를 곡조 남기고 날아가는 바닷새들의 노래를 듣습니다.

겨레의 일원(一員)으로,

겨레의 혼과 넋으로 적을 맞는 해양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파도 위에 뜨는 밝은 별 하나를 바라봅니다.

이 산맥과 강과 바다 내 사랑하는 가족과 벗과 아우들은

아름다운 강토에서 오래도록 씨 뿌리고 열매 맺는 봄과 가을을 맞을 것입니다.

기르고 가꿈에 흐트러짐 없이 민족은 강물처럼 이어이어 억년(億年)을 갈 것이며,

자손은 대대로 저 바다 위에 역사를 새겨 나갈 것입니다.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나의 생명은 조국의 등불 아래 영생(永生)을 밝히는 한 방울 기름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가슴,

뜨거운 피는 더 진한 피의 향기를 간직하였습니다.

엎드려 바라는 불타는 생명의 모든 것.

역사는 앞서 가신 선열(先烈)의 가슴에서

피와 소원을 뽑아 이루는 탑(塔)일 것입니다.

이 탑 위에 언젠가 우리의 피 한 방울도 모일 것이며,

우리의 청춘은 추억을 묻고 웃으며 떠날 것입니다.

보다 더 가치로운 것.

보다 더 위대한 어머니를 위하여 오늘은 부디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저어기 백두 동맥 줄기줄기 푸른 강과 푸른 바다,

우리의 피는 장미처럼 들끓어 오르고,

모여모여 꽃밭을 이루고 있는 함선들.

호랑나비 날아오는 봄날 같은 평화를 위해

너와 나는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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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표천길 -

 

별이 쏟아지는 밤을 지나

찬바람 이는 6월의 새벽에는

슬픈 초상(肖像)

어김없이 찾아와 울고 갑니다

어느 분량에서

꾹꾹 참아내던 아픈 가슴

통증이 멈춰야 하는지

어느 깊이에서

숨 쉴 수 없던 호흡

다시 피돌기가 시작되어야 하는지

6월은 늘 안타까운 물음이 됩니다

어머니 눈물을 두고

건널 수 없는 깊이의 강을

마지막 숨결의 한 자락 바람 되어

피 끓는 청춘 뒤로하고

조국의 수호신 되어 그 강을

그리도 아프게 건널 때

오른쪽 뺨에는 고향산천이 흘렀고

왼쪽 뺨에는 아이와 여인이 흘렀습니다

한 맺힌 가슴으로 총탄을 받아내며

! !

조국을 피묻은 가슴으로 묻었을

충절의 영혼이여

인고의 세월이 수없이 고여

푹 패인 웅덩이

그 뒷켠으로

가시덤불을 이고도 웃음 짓는

당신들이 보입니다

 

천 갈래 만 갈래 찢겨 나갔을 통곡이

이 산하 곳곳에서

한 줄기 빛으로 비칠 때마다

그 뜨거웠던 함성이

조국의 수호신 되어

반만년 역사 삼천리 반도 강산에

무궁화 꽃으로 활짝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 땅을 위해 승화하신

호국 영령들이여!

포연 속에서 잠든

당신의 넋은

대한의 하늘이 되었고

당신의 흘리신 피는

태극기 되어 세계만방에 휘날리며

이 조국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젠 편히 잠드소서

이젠 우리의 소리를 들으소서

당신들의 피 맺힌 한이

우리 가슴에 훈장처럼

무궁화 꽃으로 피어나고 있음을 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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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빗소리

                                    

                   - 박 모니카 -

 

 

유월의 빗소리는

사모곡을 연주하는 해금의 낮은 음입니다

볼 수는 없지만 보이는 듯 생생하고

만질 수는 없지만 소름 같은 촉감

지잉징

재앵재엥

여운으로 떨며 가슴 속을 파고듭니다.

60여 년 전

유월, 놋쇠처럼 달구어진 한 낮

맨살의 태양이

어린 병사의 허기를 긁어대고

허덕이는 피곤을

가차 없이 내리쫍니다

소대장님의 '전진'소리가

점점 귀 밖으로 멀어 갈 때 쯤

가물거리는 눈꺼풀 사이로

투둑! 한 방울의 물

어린 병사의 눈가에 맺히는 건

유월의 단비 였습니다.

 

말라비틀어진 입술을 축이고

군모 벗어 달디단 빗물로

허기를 채울 즈음

소대장님의 '적군이다 공격 개시'라는

숨 가쁜 음성이 들리고

어린 병사가 군모를 채 쓰기도 전

어디선가 날아온 적군의 수류탄에

그의 몸뚱아리는

산산히 흩어져 한 방울의 붉은 비로 뿌려지고 맙니다.

총알받이가 된 학도병

나라를 자기 힘으로 지키겠다고

총을 둘러멘 15살의 어린 병사

부모에게 투정하는 어린 나이일

그는 포탄으로 움푹 패인 구덩이에

떨어져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가버리고 맙니다.

 

그 자리에 다른 병사의 주검이

이름 없이 덮히고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목메인 절규가 묻힙니다

버려진 주검 위로

세월이 더께를 칠하고

보통의 무심한 발자국들이 지나갑니다.

 

시간 속에 함몰해가는 어린 병사의 죽음이

신기하게도,

어느 날 꽃을 피웁니다.

저절로

해금소리를 내는 향기로운 꽃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이름없이 사그러진 어린 학도병을, 전우들을

그리워하는, 사모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들이 세워놓은

평화, 이 따사로움을

생존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감촉을 느끼며

그들의 숭고한 죽음 앞에 사람들은 고개를 숙입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지금의 행복을 쌓았는가

 

어린 병사의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전우의

기꺼운 희생으로 이루어졌음을......

 

죽음보다 더 뜨거운 어린 병사 어머니의 오열 앞에

이 고마움을,

이 꽃을,

그리움으로 이 헌시를 바치옵니다.

 

유월의 비가 되어 내리는

어린 병사

진동과 파장이 너울치는 유월의 빗소리 속에서

물이 아니 꽃이 되어 피어나신

학도의용군, 전우들의 고귀한 넋에

우리들의 그리운 가슴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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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이름은 '불멸'(不滅)입니다.

                                              

                          - 노호성 -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차가운 총열의 그 모진 소름을

내내 온 몸으로 받아 안으면서도

끝까지 내려놓지 못했던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쌓고 괸 참호 사이, 거친 자갈 위.

딱지조차 시커멓게 죽어버린 팔꿈치를 찍어 내려 잡았던

호국(護國)의 일념이었기에

생명의 액(液)을 흘려 흙이 젖을 때조차

당신들은 아파하지 않았습니다.

 

가쁜 숨 잦아들던 그 순간까지도

'내 나라다, 우리 땅이다!'

움켜쥔 흙에 속삭였던 당신들이었습니다.

하여 죽음조차 영원히 가두지 못한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당신들에겐 계절(季節)마저 없었습니다.

고운 꽃의 빛깔도, 신록의 내음조차

당신들을 붙잡지는 못했습니다.

가슴팍을 파고든 앞산의 휘파람과

삼킬 듯 달려들었던 거친 눈보라도

당신들의 심장 한 박동 휘지 못한 채

돌아서야만 했습니다.

   

이 땅의 계절(季節)이 위태로웠기에

애써 지나쳐 가슴으로 울고 영혼으로 웃으며

당신들은 숙인 고개로

대지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하여 결국,

새 계절(季節)을 창조해내고야 만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불멸의 영령들이시여

깊은 밤

당신들이 오롯이 불렀던 노래가

생명으로 부활하고 자라나

어린아이의 미소가 되고

대지의 향기가 되었습니다.

 

불멸의 영령들이시여

당신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이 강산 우에

빛의 무리가 넘쳐나고

희망의 함성이 쩌렁거립니다.

 

하니 보소서 한껏 자랑하소서.

 

불멸의 호국 영령들이시여

잠들지 마소서 쉬지 마소서.

지켜주신 자유를 온전히 누리게 하소서.

 

당신들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이 땅의 주인입니다.

 

하여 땅조차 하늘마저

담아내지 못했던

당신들을 추억하며

고귀한 당신들의 이름을 부릅니다.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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