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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 김희철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인 소녀가
활시위처럼 수틀을 잡아당겨
한 뜸 한 뜸 백일홍을 수놓는다.
바늘이 명중한 자리마다
선연한 핏빛 꽃잎들이 번져 나온다.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는
소식이 없다.
수틀 가득 백일홍이 피어오르면
아버지가 돌아올 수 있을까
끊어진 실들을 이은 자리가
수틀 아래에 멍울처럼 아물어 있다.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려면
옹이진 상처들을 묻어두어야 한다.
바늘 귀 만한 차이로
수틀 뒤에 묻힌 상처들이
환한 꽃망울을 밀어 올린다.
얇은 수틀 위에서
상처를 딛고
한 송이씩 피어나는 백일홍
한 여자의 삶이
지는가 하면 다시 피고
지는가 하면
진저리치듯 또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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