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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윤영하 소령의 영전에 바치는 시/ 정재학

바다여,
오늘은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저 말 없는 해변에 피어나는 들꽃들과
뜻 모를 곡조 남기고 날아가는 바닷새들의 노래를 듣습니다.
겨레의 일원(一員)으로,
겨레의 혼과 넋으로
적을 맞는 해양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파도 위에 뜨는
밝은 별 하나를 바라봅니다.
이 산맥과 강과 바다
내 사랑하는 가족과 벗과 아우들은
아름다운 강토에서
오래도록 씨 뿌리고 열매 맺는 봄과 가을을 맞을 것입니다.

기르고 가꿈에 흐트러짐 없이
민족은 강물처럼 이어이어 억년(億年)을 갈 것이며,
자손은 대대로 저 바다 위에 역사를 새겨 나갈 것입니다.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나의 생명은
조국의 등불 아래 영생(永生)을 밝히는 한 방울 기름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가슴,
뜨거운 피는 더 진한 피의 향기를 간직하였습니다.
엎드려 바라는 불타는 생명의 모든 것.

역사는
앞서 가신 선열(先烈)의 가슴에서
피와 소원을 뽑아 이루는 탑(塔)일 것입니다.
이 탑 위에 언젠가 우리의 피 한 방울도 모일 것이며,
우리의 청춘은 추억을 묻고 웃으며 떠날 것입니다.
보다 더 가치로운 것.
보다 더 위대한 어머니를 위하여
오늘은 부디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저어기 백두 동맥 줄기줄기 푸른 강과 푸른 바다,
우리의 피는 장미처럼 들끓어 오르고,
모여모여 꽃밭을 이루고 있는 함선들.
호랑나비 날아오는
봄날 같은 평화를 위해
너와 나는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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