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머나먼 / 최승자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먼 세계 이 세계
(저기 기독교가 지나가고
불교가 지나가고
도가(道家)가 지나간다
쓸쓸해서 머나먼 이야기올시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제1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시부문 최승자씨(58)의 ‘쓸쓸해서 머나먼’ 등 5개부문 5개작품을 선정했다.
소설부문 박형서씨(38)의 ‘새벽의 나나’, 희곡부문 최진아씨(42)의 ‘1동 28번지, 차숙이네’, 평론부문 김치수씨(70)의 ‘상처와 치유’, 번역부문 최애영씨(49)와 프랑스 문학비평가 장 벨맹 노엘(79)의 공역 ‘Interdit de folie’(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이인성 지음)이 각각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쓸쓸해서 머나먼’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유로 “자기 언어 속으로 스스로를 의문사시키려고 하는 섬뜩함을 보이는 등 오랜 시간 고통스런 침묵을 깨고 다시 시적 언어의 빛나는 매력을 보여준 점”을 들었다.
‘쓸쓸해서 머나먼’은 최씨가 12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최씨는 “요즘 세상이 너무 다변화돼 언어들이 날뛰고 있다”며 “세상이 말보다 시적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씨는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들락거리고 있다. 자신에게 한글을 깨우쳐 준 9세 위의 외삼촌이 돌봐준다. 최씨는 “한 생각에 한 번 사로잡히면 밥이나 약을 잘 먹지 않아 몸이 상했다”며 “10여 년동안 시를 쓰지 않았는데 지난해부터 시를 몰아 쓰게 됐다. 이번 시집의 3분 2가량은 지난해 쓴 것들”이라고 전했다. 기회가 있으면 짧게나마 소설을 쓰고 싶다고 알리기도 했다.
1979년 등단, 1980~90년대를 주름 잡은 최씨는 지난 5월 지리산문학상 외에는 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주요 문학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패와 함께 소설부문 5000만원, 시·희곡·평론·번역 부문 3000만원씩 5개부문에 총 1억7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특히, 소설과 시 부문 수상작은 2011년도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될 예정이다.
대산문학상이 5개부문 수상작을 전부 낸 것은 3년 만이다. 작년에는 희곡, 재작년에는 번역 부문의 수상을 내지 못했었다.
시상식은 26일 오후 6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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