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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장 길에서 / 홍신선
 

 

아침나절 읍내버스에 어김없이 장짐을 올려주곤 했다
차안으로 하루 같이 그가 올려준 짐들은
보따리 보따리 어떤 세월이었나
저자에 내다팔 채소와 곡식 등속의 낡은 보퉁이들을
외팔로 거뿐거뿐 들어 올리는
그의 또 다른 팔 없는 빈 소매는 헐렁한 6.25였다

그 시절 앞이 안 보인던 것은 뒤에 선 絶糧(절량)탓일까
버스가 출발하면
뒤에 남은 그의 숱 듬성한 뒷머리가 희끗거렸다
 
그 사내가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
깨빡치듯 생활 밑바닥을 통째 뒤집어엎었는지
아니면 생활이 앞니 빠지듯 불쑥 뽑혀 나갔는지
늙은 아낙과 대처로 간 자식들 올려놓기를
그만 이제 내려놓았는지
아침녘 버스가 그냥 지나친 휑한 정류장엔
차에 올리지 못한
보따리처럼 그가 없는 세상이 멍하니 버려져 있다
읍내 쪽 그동안 그는 거기 가 올려놓았나
극지방 遊氷(유빙)들처럼 드문드문 깨진 구름장들 틈새에
웬 장짐들로
푸른 하늘이 무진장 얹혀있다

 

 

 

2017 제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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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홍신선(73)씨가 선정됐다고 새봄출판사가 20일 밝혔다.

 

1965'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시집 '황사바람 속에서', '연을 점찍다', '마음경', '삶의 옹이', '사람이 사람에게' 등을 냈다. 현대문학상, 한국시인문학상, 농민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홍 시인의 수상작은 '합덕장 길에서' 4편이다. 올해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새봄출판사에서 출간된다.

 

이번 수상작품집은 22일 서울 홍대에서 개최되는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된 후, 30일 화성 노작문학관에서 열리는 노작문학제 기간에 다시 한 번 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노작문학상은 1920년대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대를 낭만주의 시와 신극운동으로 극복하려 했던 노작 홍사용(1900~1947) 시인의 문학정신과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된 상이다.

 

1회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이면우, 문인수, 문태준, 김경미, 김신용, 이문재, 이영광, 김행숙, 김소연, 심보선, 이수명, 손택수, 장옥관, 신용목, 신동옥 등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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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을 점 찍다 / 홍신선 

 

 

 사창굴이 따로 있는가 아파트 단지 뒷길 화단에

 때 늦은 쪽방만 한 매화들 몸 활짝 열었다

 무슨 내통이라도 하는지 앵벌이 한 마리 절뚝절뚝 한쪽 발 끌며

 꽃에서 꽃으로 방에서 방으로 점, 점, 점 찍듯 들렀다 날아간다

 날아가다 또 들른다

 무저갱 같은 꽃들의 보지 속에서

 반출 금지된 자손이라도 비사입하는가

 눈먼 거북이가 바다에 떠도는 널빤지 구멍 속으로

 모가지 한 번 내미는 것이

 목숨 점지되는 인연이라는데*

 쪽방촌 성폭행범처럼 점점점 씨를 묻으며 드나드는 저 앵벌이 선택은

 인연인가 우연인가

 매화들 뭇 가지에서 가건물처럼 철거된 빈 꽃자리

 곧 거북이 모가지만 한 열매들 불쑥불쑥 내솟고

 그즈음 앵벌이는 또 사창굴 여느 꽃의 곪아 터진몸 찾아다니며

 가장자리 나달나달 핀 종이쪽지 구걸 사연이라도 돌리는가

 이 꽃의 음호(陰戶) 속에 저 꽃의 치골 위에

 점, 점, 점 우연을 점 찍는가

 

  * 『잡아함경』'맹구설화' 중에서

 

 

 

 

우연을 점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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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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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薄雲 / 홍신선

 

 

벌써 너는

버림받은 늙은 개처럼 시간 밖에서 허기진 뱃구레를 헐떡이는가

골목 안 쓰레기통 뒤져낸

마른 사골뼈다귀들이나 체념들

힘겹게 핥고 있는가

 

얼굴 없는 후회 일순 일순을 출력 중인

서녘 텅 빈 하늘에 또 슬금슬금 나와서는.

 

 

 

사람이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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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홍신선 시인의 최근 발표작들 중 『박운薄雲 』외 4편을 제4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한다. 이들 작품에서 홍시인은 경륜이나 연륜이 빚어내는 지적정서를 잘 보여 주는데 대체로 후회, 뒤돌아보기 같은 자성에 닿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박운』에서는 인간이 연륜을 더하고서도 끝없는 허기에서 헤어날 수 없는, 본원적인 허탈감에 젖어 있을 밖에 없는 현실을 노래한다. 이만한 안정과 지적인 통찰력이 다른 시인들에게서 찾아지기 어렵다는 점에 유의하여 심사위원회는 예의 5편을 수상작으로 결정한다. 거론된 다른 세분의 업적에 대해서는 다음기회에 재론할 기회를 가질까 한다.

 

심사위원 강희근, 문효치, 이상옥

 

 

 

 

직박구리의 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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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사랑문인협회가 시상하는 2006년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홍신선(洪申善) 시인(교수,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장)이 결정되었다. ‘귀천’의 시인 고 천상병의 시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상은 올해 네 번째로 주어지는 데 수상작은 홍시인의 근작시 『박운薄雲 』외 4편이다.

 

심사위원회 (위원장 강희근)는 심사평에서 ‘홍시인은 경륜이나 연륜이 빚어내는 지적정서를 잘 보여주는데  대체로 후회, 뒤돌아보기 같은 자성에 닿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 밝혔다.

 

홍신선 시인은 1965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서벽당집』(1975), 『겨울 섬』(1979), 『다시 고향에서』(1990), 『홍신선 시전집』(2004) 등을 내었고, 이론서로는 『한국시의 논리』 등 수권이 있다. 홍시인은 그 동안의 업적으로 최근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상식은 오는 6월 4일(일) 오전 10시 지리산 중산관광단지 ‘귀천’시비 현장(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열리는 천상병 문학제 때 있게 된다. 그 동안 받은 수상자로는 문정희, 이태수 시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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