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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만년필로 글을 쓰다가 / 박명용

 

  

엄지가 벌겋게 달아올랐네. 오랜만에 그것도 낯선 만년필로 꾹꾹 눌러 밤늦도록 원고를 썼네. 엄지 끝이 슬슬 쓰려왔네. 맨 손을 허공에 흔들었네. 어린 시절을 불러 침까지 발랐네. 내 몸 일부의 반항은 더욱 냉혹했네. 손가락 끝엔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자두알까지 열렸네. 만년필을 제쳐놓고 손때 묻은 볼펜을 잡았네. 이 역시 거부반응을 일으켜 도저히 글씨가 되지 않았네…… 원고지를 거칠게 밀쳐놓고 벌렁 눕고 말았네.

 

어둠이 조용히 죽어 가는 새벽.

눌렸던 것이 벌떡 일어서는 깨달음.

 

 

 

낯선 만년필로 글을 쓰다가

 

nefing.com

 

 

박명용 대전대 문창과 교수가 한국시사랑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제2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낯선 만년필로 글을 쓰다가'이며, 시상식은 내달 9일 오전 11시 경남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 중산관광지 내 천상병시비 앞에서 열린다.

'낯선 만년필로…'는 박 교수가 지난 3년 동안 발표한 시들을 묶어 10번째 펴낸 시집으로 지난 시절에 대한 회고와 더불어 그간 시인의 시적 관심사들을 하나 하나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시집을 특징짓는 두드러진 주제는 바로 생이 지닌 근원적인 의미를 향한 거듭된 의문. 박 교수는 글을 통해 자신의 지나온 생을 반추하면서 인생 자체의 진실된 의미를 찾아보고 있다.

1976년 문단에 데뷔한 박 교수는 시집 '꿈꾸는 바다', '날마다 눈을 닦으며', 시선집 '존재의 끈'을 비롯해 '한국시의 구조와 비평', '현대 사회와 예술' 등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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