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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0시 5분 / 황동규 

 

 

 별을 보며 걸었다.

 아파트 후문에서 마을버스를 내려

 길을 건너려다 그냥 걸었다.

 추위를 속에 감추려는 듯 상점들이 셔터들을 내렸다.

 늦저녁에 잠깐 내리다 만 눈

 지금도 흰 것 한두 깃 바람에 날리고 있다.

 먼지는 잠시 잠잠해졌겠지.

 얼마 만인가? 코트 여며 마음 조금 가다듬고

 별을 보며 종점까지 한 정거를 걸었다.

 

 마을버스 종점, 미니 광장 삼각형 한 변에

 얼마 전까지 창밖에 가위와 칼들을

 바로크 음악처럼 주렁주렁 달아놓던 철물점이 헐리고

 농산물 센터 ‘밭으로 가자’가 들어섰다.

 건물의 불 꺼지고 외등이 간판을 읽어준다.

 건너편 변이 시작되는 곳에

 막차로 오는 딸이나 남편을 기다리는 듯

 흘끔흘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여자,

 키 크고 허리 약간 굽은,

 들릴까 말까 한 소리로 무엇인가 외우고 있다.

 그 옆에 아는 사이인 듯 서서

 두 손을 비비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서리 가볍게 치다 만 것 같은 하늘에 저건 북두칠성,

 저건 카시오페이아, 그리고 아 오리온,

 다 낱별들로 뜯겨지지 않고 살아있었구나!

 

 여자가 들릴까 말까 그러나 단호하게

 ‘이제 그만 죽어버릴 거야.’ 한다.

 가로등이 슬쩍 비춰주는 파리한 얼굴,

 살기(殺氣) 묻어 있지 않아 적이 마음 놓인다.

 나도 속으로 ‘오기만 와바라!’를 몇 번 반복한다.

 

 별 하나가 스르르 환해지며 묻는다.

 ‘그대들은 뭘 기다리지? 안 올지 모르는 사람?

 어둠이 없는 세상? 먼지 가라앉은 세상?

 어둠 속에서 먼지 몸 얼렸다 녹이면서 빛 내뿜는

 혜성의 삶도 살맛일 텐데.’

 누가 헛기침을 했던가.

 옆에 누가 없었다면 또박또박 힘주어 말할 뻔했다.

 ‘무언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 곁에서

 어둠이나 빛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별들이 스쿠버다이빙 수경(水鏡) 밖처럼 어른어른대다 멎었다.

 이제 곧 막차가 올 것이다.

 

 

 

 

김달진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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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0시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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