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 이산하
“광주 수산시장의 대어들”
“육질이 빨간 게 확실하네요”
“거즈 덮어 놓았습니다”
“에미야, 홍어 좀 밖에 널어라”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여러 시신들 사진과 함께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이다
“우리 세월호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 게 아니라
진도 명물 꽃게밥이 되어 꽃게가 아주 탱글탱글
알도 곽 차 있답니다~”
요리 전의 통통한 꽃게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포스팅에 ‘좋아요’는 500여 개이고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댓글은 무려 1500개가 넘었다
‘좋아요’보다 댓글이 더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환호한 사람들은
모두 한번쯤 내 옷깃을 스쳤을 우리 이웃이다
문득 영화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범인을 찾은 듯 관객들을 꿰뚫어 보는
송강호의 날카로운 눈빛이 떠오른다
범인은 객석에도 숨어 있고 우리집에도 숨어 있지만
가장 보이지 않는 범인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이다
제18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악의 평범성’을 쓴 이산하 시인이 선정됐다.
경북 영일에서 태어난 이산하 시인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시운동’에 ‘존재의 놀이’로 등단했다.
올해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시인은 시집 ‘악의 평범성’을 비롯해 ‘한라산’,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와 성장소설 ‘양철북’ 그리고 기행집 ‘피었으므로, 진다’, ‘적멸보궁 가는 길’ 등을 출간했다.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된 이육사 시문학상은 올해로 18회째를 맞는다.
올해 심사는 김해자, 박철, 박형준, 이동순 시인과 남송우 평론가가 맡았다.
이육사 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이산하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우리 시대의 역사와 현실을 비판적 시각에서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이미지화하는 시각이 이육사 선생의 시정신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육사 시문학상 상금은 2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다음달 31일 오후 2시,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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