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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를 바라보며 / 이건청

 

 

저기 반구대가 보이네

여기 살던 힘센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천지신명을 만나던 곳

이 땅의 혼령을 모시어서

숲을 일구고

바다를 일구어

사슴과 양과 호랑이와

소와 멧돼지와 족제비와 새를 거느리고

고래와 거북이와 물고기를 부르던 곳,

저기 반구대가 보이네,

장수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상서로운 짐승 거북을 닮은

저 산등성이 아래 벼랑에

돌로 돌을 갈아

암각화를 새겼으니,

6천 년 전 저기 저 벼랑에

꿈을 새기고

바다로 나아간 사람들 있었네,

저기 반구대가 보이네,

그때 그 모습대로

엎드린 거북 한 마리 보이네

선연히 보이네.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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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이 주최하고 고산문학 축전운영위원회와 계간 열린시학이 주관하는 제10회 고산문학 대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시 부문에 이건청 한국시인협회 회장, 시조 부문에 시인 김제현 씨.

 

수상작은 이 회장의 시집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동학사)와 김 씨의 시집 '우물 안 개구리'(고요아침).

 

상금은 각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1016일 해남에서 열린다.

 

고산문학 대상은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자 2001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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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 이건청

 

 

곡마단이 왔을 때

말은 뒷마당 말뚝에 고삐가 묶여 있었다.

곡마단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갈 때도

말은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꼬리를 휘둘러 날것들을 쫒거나

조금씩 발을 옮겨놓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묶여 있었다.

 

날이 저물고, 외등이 환하게 밝혀지고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질 때까지

말은 그냥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곡마단 곡예사가 와서 고삐를 풀면

곡예사에 끌려 무대에 올라갔는데

말 잔등에 거꾸로 선 곡예사를 태우고

좁은 무대를 도는 것이 말의 일이었다.

 

크고 넓은 등허리 위에서 뛰어오르거나

무대로 뛰어내렸다가 휘익 몸을 날려

말 잔등에 올라타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곡예사는 채찍으로 말을 내리쳐

박수소리에 화답해 보였다.

 

곡예사가 떠나고 다른 곡예사가 와도

채찍을 들어 말을 내리쳤다.

말은 매를 맞으며 곡마단을 따라다녔다.

 

곡마단 사람들이 더러 떠나고

새 사람이 와도

말은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꼬리를 휘둘러 날것들을 쫒거나

조금씩 발을 옮겨놓기도 하면서

평생을 거기 그렇게 묶여 있을 것이었다.

 

 

 

 

2017년 제28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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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이건청(75)과 문학평론가 장경렬(64)이 선정됐다고 상 운영위원회가 29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와 평론집 꽃잎과 나비, 그 경계에서.

 

이건청 시인은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문단의 대표적 작가다. 지난 2010년 목월문학상을 수상했다.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로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하는 장경렬 평론가는 평론집 꽃잎과 나비,그 경계에서로 수상자가 됐다.

 

김달진문학상은 경남 창원 태생의 시인이자 한학자 월하(月下) 김달진(1907~1989)의 문학과 삶을 기리고자 1990년 제정된 문학상으로 김달진문학상운영위원회가 해마다 선정한다. 1990년 제정한 이래 시 부문만 시상하다가 1998년부터 평론 부문도 신설했다.

 

시상식은 오는 99일 오후 4시 진해문화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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