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가장자리를 / 백무산
우리 사는 곳에 태풍이 몰아치고 해일이 뒤집고
불덩이 화산이 솟고 사막과 빙하가 있어 나는 고맙다
나는 종종 이런 것들이 없다면 인간은 얼마나 끔찍할까
지구는 얼마나 형편없는 별일까 생각한다네
내가 사는 곳이 별이란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게
지구의 가장자리가 얼어붙고 들끓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네
도심에 광야를 펼쳐놓은 비바람 쳔둥에도 두근거리네
그래도 인간들 곁에서 무엇보다 그리운 건 인간이지
한두세기 만에 허접한 재료로 발명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걸어온 모든 길을 다 걸어온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
계통발생의 길을 다 걸어 이제 막 당도한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
그 오랜 인간의 몸에 내장된 디스크 메모리를
법륜처럼 굴려보았으면 싶은 건데
그래서 나는 버릇처럼 먼 외곽으로 자꾸만 발길이 간다네
아직 별똥별이 떨어지고 아무 것도 길들어지지 않은 땅에
먼 길 걸어 이제 막 당도한 인간이 더러 살고 있을 그런 곳에
잠에서 깨어나 창을 열면 이곳이 별이라는 생각
벌거벗은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눈을 뜨기를
그래서 나는 습관처럼 인간의 가장자리 사회의 가장자리
그 모든 가장자리를 그리원한다네
한 십만년을 소급해서 살고 싶다네
제20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백무산(57)씨와 소설가 정영문(47)씨, 문학평론가 황현산(67)씨가 선정됐다. 번역 부문 수상자는 단국대 스페인어과 고혜선(62) 교수이고, 희곡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30일 대산문화재단에 따르면 백씨는 시집 ‘그 모든 가장자리’가 높은 평판을 받아 수상자로 뽑혔다. 심사위원회는 “노동자 문학으로부터 삶에 대한 근원적 의문으로 시 세계의 폭이 더욱 확장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최근 동인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겹경사’를 맞았다. 수상작은 동인문학상과 동일한 장편소설 ‘어떤 작위의 세계’다. 심사위원회는 “기존의 작품세계를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독자들을 품는 품이 한결 넓어지고 편안해졌다”고 평가했다.
황씨는 평론집 ‘잘 표현된 불행’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고 교수는 황순원의 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 교수는 남편인 번역가 프란시스코 카란사(페루)와 공동으로 수상하는 것이다.
상금은 시와 소설 부문은 각 5000만원, 평론·번역 부문은 각 3000만원이다. 시·소설 부문 수상작은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외국어로 번역·출간된다. 시상식은 11월29일 오후 6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산문화재단 창립 20주년 기념식과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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