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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지의 새들 / 배한봉

 

 

해 지는 하늘에서 주남저수지로

새들이 빨려 들어오고 있다, 벌겋다, 한꺼번에 뚝뚝, 선지빛으로 떨어지는 하늘의 살점 같다

 

한바탕 소란스러운 저 장관

창원공단 퇴근길 같다

 

삶이 박아놓은 가슴팍 돌을 텀벙텀벙 단체로 시원하게 물속에 쏟아내는 몸짓 같다, 온몸으로 그렇게

삶을 꽉 묶어놓은 투명한 끈을 풀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장들,

그 질펀한 힘이 선혈 낭자한 시간을 주남저수지 물바닥에까지 시뻘겋게 발라놓았겠다

 

장엄하다, 이 절정의 파장

삶의 컴컴한 구덩이조차도 생명의 공명통으로 만들 줄 아는

저 순하고 아름다운 목숨들,

달리 비유할 것 없이 만다라의 꽃이다

저 꽃 만져보려고 이제는 아예 하늘이 첨벙 물속에 뛰어드는 저녁이다

 

 

 

 

주남지의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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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김달진창원문학상에 배한봉 시인의 주남지의 새들(천년의 시작/2017)’이 선정됐다.

 

배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갈수록 제게 시는 어렵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고 보니 제가 시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시를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에게 좀 살려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빕니다. 앞으로 시에 사는 사람이 되기를 제가 저에게 요구합니다.”라고 밝혔다.

 

함안에서 태어난 배 시인은 1998현대시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악기점’, ‘우포늪 왁새’, ‘주남지의 새들등을 펴냈다.

 

김달진창원문학상은 ()시사랑문화인협의회·창원시김달진문학관이 주최하고 김달진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해 도내 출신 또는 도내 거주 시인을 대상 전년도 7월부터 당해연도 6월까지 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올해는 이하석·신덕룡·김문주 시인이 심사를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시인은 자연과 생명에 관한 개성적인 시선으로서 이미 한국시단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인정받고 있는 중견시인이다다섯 번째 시집 주남지의 새들은 생명에 대한 열렬한 애정으로서 자연과 삶의 세계를 물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서정의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한, 서정의 적자(嫡子)"라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99일 제22회 김달진문학제에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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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아래 천년 / 배한봉

 

 

봄날 나무 아래 벗어둔 신발 속에 꽃잎이 쌓였다.

 

쌓인 꽃잎 속에서 꽃 먹은 어린 여자아이가 걸어 나오고, 머리에 하얀 명주수건 두른 젊은 어머니가 걸어 나오고, 허리 꼬부장한 할머니가 지팡이도 없이 걸어 나왔다.

 

봄날 꽃나무에 기댄 파란 하늘이 소금쟁이 지나간 자리처럼 파문지고 있었다. 채울수록 가득 비는 꽃 지는 나무 아래의 허공. 손가락으로 울컥거리는 목을 누르며, 나는 한 우주가 가만가만 숨 쉬는 것을 바라보았다.

 

가장 아름다이 자기를 버려 시간과 공간을 얻는 꽃들의 길.

 

차마 벗어둔 신발 신을 수 없었다.

 

천년을 걸어가는 꽃잎도 있었다. 나도 가만가만 천년을 걸어가는 사랑이 되고 싶었다. 한 우주가 되고 싶었다.

 

 

 

 

2011 제26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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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사는 금년으로 제26회를 맞이하는 소월시문학상의 대상 수상자로 배한봉 시인이 선정되었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수상작인 복사꽃 아래 천년은 배한봉 시인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생명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진실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배한봉 시인이 한국적 서정에 뿌리를 두면서도 인간의 삶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를 통해 생명력의 본질적 순수를 새롭게 해석했고 평범한 자연 속에서 비범한 생명을 발견하는 시인의 깊은 통찰이 시인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시적 긴장을 살려냈다고 평가했다.

 

지난 1998현대시신인상으로 등단한 배한봉 시인은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한국 서정시의 자연을 새롭게 해석해 시집 우포늪 왁새’,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등을 내놓은 중견 시인이다. 배시인은 또 2001년부터 매년 우포늪 시생명제를 주재하는 등 한국 생태주의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한편 우수상에는 고영민, 손택수, 여태천, 윤제림, 조용미 시인이 선정되었으며 대상 수상자는 1300만원, 우수상은 각각 100만원을 받는다. 시상식은 11월 초 열릴 예정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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