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상] 그날도 요로코롬 왔으면 / 정희성
감꽃 지자 달린
하늘 젖꼭지
그대여 날 가는 줄 모르고
우리네 사랑 깊을 대로 깊어
돌아다보면 문득
감이 익겠네
[신인상]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목
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塔을 말하는 일은 塔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러미가 캄캄한 탑신을 돌아 젖은 아가미 치통처럼 끔뻑일 때
숨은 별밭을 지나며 바람은 묵은 이빨을 쏟아내린다 잠시 구름을 입었다 벗은 것처럼
허공의 연못인 塔의 골짜기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새가 앉았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천년은 가지 않고 묵는 것이니 옛 명부전 해 비치는 초석 이마가 물속인 듯 어른거릴 때
목탁의 둥근 입질로 저무는 저녁을
한 번의 부름으로 어둡고 싶었으나
중의 목청은 남지 않았다 염불은 돌의 어장에 뿌려지는 유일한 사료이므로
치통 속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가 파닥인다
허공을 쳐 연못을 판 塔의 골짜기
나는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물려 있다 천년의 꼬리로 휘어지고 천년의 날개로 무너진다
대구방송(TBC)은 제5회 육사시문학상 본상 수상자에 정희성(63) 시인의 '돌아다보면 문득'을, 젊은시인상에 신용목(34) 시인의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를 각각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육사시문학상은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1904∼1944.본명 이원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TBC가 지난 2004년 제정한 상으로, 올해 심사는 김종해 전 한국시인협회장과 김주홍 경희대 교수 등이 맡았다.
정 시인은 내면에 격조 있는 역사의식과 단아한 선비정신을 담고 있으면서 이를 예술의식으로 통합한 것이 육사의 문학정신과 상통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신 시인의 작품은 동시대적 삶에 드리워진 어둠과 상처를 깊고 연민에 찬 시선으로 들여다 본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TBC측은 전했다.
시상은 다음달 초 안동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에서 있을 예정이며 본상 수상에는 1천만원, 젊은시인상 수상에는 500만원의 상금이 상패와 함께 각각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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