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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다 / 문정희

 

 

내가 운다

바다 앞에 서서

 

나는 힘과 계산 따위를 잘 모른다

오직 눈물을 알 뿐이다

 

슬픔의 발원지에서 솟아나는

흐름을 알 뿐이다

 

너무 빨리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너무 일찍 사랑과 죽음이 동의어임을 알아버려

 

바다 앞에

내가 운다

 

혼자 흐르다

혼자 사라지는

 

바다를 일으켜

한없는 눈물로 나를 누설한다

 

 

 

 

카르마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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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이육사문학축전은 오는 27일 오전 10청포도 사생대회를 시작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오후 2시부터는 육사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제정한 제10회 육사시문학상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 수상자는 문정희 시인의 시집<카르마의 바다>가 수상했다.

 

최종심사 위원으로 참여한 김재홍(경희대 석좌교수), 김주연(숙명여대 석좌교수), 이동순(영남대 교수), 정희성(시인), 황동규(서울대 명예교수)씨가 맡은 심사위원회는 문정희 시인은 물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생명과 삶의 본질과 현상을 집중적으로 탐구한 것이선정 이유라고 밝혔다.

 

오후 330분부터는 올해 육사시문학상 수상자인 문정희 시인이 문명이란 무기(武器)를 악기(樂器)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본인의 시 15편을 가지고 무기의 시, 악기의 시란 주제로 문학 강연이 열린다.

 

오후 2시 안동시청에서 집결하면서 시작을 알리는 이육사여름문학학교는 23일 동안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에서 개최된다.

 

월령교 및 안동댐 민속마을광야시비로 출발하여 문학축전 여름행사 참가, ‘광야시상지 쌍봉 윷판대와 도산서원 탐방과 문인 담임으로 참가하는 오정국 시인, 박지웅 시인, 이혜미 시인, 사윤수 시인, 김혜정 소설가가 현장 백일장, 육사시암송대회에 지도 선생으로 참여하게 된다.

 

신나는 레크레이션, 육사선생 동화구연, 작은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23일 동안 진행되며, 참가한 전원에게 29일 오전 11시 수료식과 함께 수료증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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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말의 기하학* / 유안진

 

 

쉬운 걸 굳이 어렵게 말하고

그럴듯한 거짓말로 참말만 주절대며**

당연함을 완벽하게 증명하고 싶어서

당연하지 않다고 의심해보다가

문득 문득 묻게 된다

 

유리 벽을 지나다가

니가 나니?

걷다가 흠칫 멈춰질 때마다

내가 정말 난가?

 

나는 나 아닐지도 몰라

미행하는 그림자가 의문을 부추긴다

제 그림자를 뛰어넘는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할 것 같아

일단은 다시 본다

이단엔 생각하고 삼단에는 행동하게

손톱 발톱에서 땀방울이 솟는다

나는 나 아닐 때 가장 나인데

여기 아닌 거기에서 가장 나인데

불타고 난 잿더미가 가장 뜨건 목청인데.

 

* 파스칼은 팡세에서 는 불타는 기하학(幾何學)이라고 헸다. 그러나 시가 언어의 몸을 지니기 때문에 말의 기하학이라고 정의해본다.

 

** 장 콕토는, “시인은 항상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쟁이다(The poet is a liar who always tells the truth)."라고 했다. 그러나 원전을 못 찾아 그 출처를 밝히지 못한다.

 

 

 

걸어서 에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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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끊임없이 眞我를 찾아공초와 맞닿은 세계

 

어둠 속에 묻혀가는 내 나라의 정신을 일깨우고 모국어의 새벽을 열었던 선각(先覺)이시며 무이이화(無而以化)의 구도자이셨던 공초(空超) 오상순 선생이 열반을 하신 지 올해로 50주기를 맞는다. 그 대덕(大德)과 시정신을 기리는 공초문학상 21회 수상작으로 유안진 시인의 불타는 말의 기하학’(시집 걸어서 에덴까지’·2012 6월 문예중앙)를 심사위원 전원 합의로 선정하였다.

 

유안진 시인은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한국시의 한가운데서 새 물이랑을 일으키며 특유의 감성과 문체로 서정성의 회복과 시대적 사유의 깊이를 언어로 조탁하여 왔다. 수상작 불타는 말의 기하학은 파스칼의 어록을 인용한 글제로 자아에 대한 성찰을 치밀한 구도로 그려내고 있다. ‘내가 정말 난가?’의 지극히 평범한 스스로에게의 물음에 나는 나 아닌 때 가장 나인데의 대답이 사뭇 공초적(空超的)이다.

 

시인은 시가 무엇인가란 화두를 깨치기 위해 쓰고 또 쓰는 고행을 한다. 그 높은 산맥과 검은 강을 건너서 비로소 만나는 한 줄기 빛! 유안진 시인은 불타고 난 잿더미가 가장 뜨건 목청이라고 정의한다. 공초가 허무혼의 선언에서 다 태워라/물도 구름도/흙도 바다도/별도 인간도/신도 불도 또 그 밖에라고 갈파한 것에 맞닿지 않는가.

 

일찍이 누천년의 현철들이 시를 일러왔으되 그 구경(究竟)을 꿰뚫은 이는 아직 없다. 이 천착(穿鑿)의 오랜 노동으로 손톱 발톱에서 땀방울이 솟는데까지 이르렀음을 본다. 이 땅의 시인들이 경작한 지난 한 해의 수확에서 타고 남은 재 속의 사리(舍利)를 찾아낸 기쁨이 크다.

 

- 심사위원 임헌영·도종환·이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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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2015 / 이승희

 

 

벽지 속에서 꽃이 지고 있다 여름인데 자꾸만 고개를 떨어트린다 아무도 오지 않아서 그런가 하여 허공에 꽃잎을 만들어주었다 나비도 몇 마리 풀어주었다 그런 밤에도 꽃들의 訃音부음은 계속되었다. 옥수숫대는 여전히  그 사이로 반짝이며 기차는 잘도 달리는데 나는 그렇게 시들어가는 꽃과 살았다 반쯤만 살아서 눈도 반만 뜨고 반쯤만 죽어서 밥도 반만 먹고 햇볕이 환할수록 그늘도 깊어서 나는 혼자서 꽃잎만 피워댔다 앵두가 다 익었을 텐데 앵두의 마음이 자꾸만 번져갈 텐데 없는 당신이 오길 기다려보는데 당신이 없어서 나는 그늘이 될 수 없고 오늘이 있어서 꼭 내일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니라는 걸 알게 되어도 부음으로 견디는 날도 있는 법 아욱은 저리 푸르고 부음이 활짝 펴서 아름다운 날도 있다 그러면 부음은 따뜻해질까 그렇게 비로소 썩을 수 있을까

 

나는 같이 맨발이 되고 싶은 것

맨발이 되어 신발을 가지런히 돌려놓으면

어디든 따뜻한 절벽

여기엔 없는 이름

어제는 없던

구름의 맨살을 만질 수 있지

비로소 나

세상에서의 부재가 되는 일

세상에 없는 나를 만나는 일

이 불편하고 쓸쓸한 증명들로부터

더는 엽서를 받지 않을 거야

이 세상을 모두 배웅해버릴 테니

이건 분명해

견딜 수 없는 세계는 견디지 않아도 된다

창문에 매달린 포스트잇의 흔들림처럼

덧붙이다가 끝난 생에 대하여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

그래서 좋은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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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은 제4회 전봉건문학상에 이승희 시인의 시집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이 선정됐다고 27일 밝혔다.

전봉건 문학상은 전봉건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5년 현대시학이 제정한 문학상으로, 한 해 동안 발간된 중견 시인들의 시집을 대상으로 한다. 1회에는 김행숙의 “에코의 초상”이, 2회에는 송재학의 “검은색”이, 3회에는 김상미의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가 당선된 바 있다.

이번 수상자인 이승희 시인은 1965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1997년 계간 “시와 사람”에 작품을 발표,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수상작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은 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와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심사위원단(문정희/송재학)은 이 시집의 세계는 “사물/사람과 문학이 왜 서로를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연민의 발화”로 시작하며, 사물/사람과 문학 간의 거리에 대한 섬세한 질문과 답변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이 시집에서 ‘여름’은 시인이 하는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장’이라며, 이것이 “사상은 시가 아니지만, 시는 사상이 될 수 있다는 전봉건 문학”과 연결되는 지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상금은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현대시학 50주년 기념식에 맞춰 내년 2월 말에 열릴 예정이다. 일시와 장소는 추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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