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세한도 / 유자효

 

 

뼈가 시리다

넋도 벗어나지 못하는

고도의 위리안치

찾는 사람 없으니

고여 있고

흐르지 않는

절대 고독의 시간

원수 같은 사람이 그립다

누굴 미워라도 해야 살겠다

무얼 찾아 냈는지

까마귀 한 쌍이 진종일 울어

금부도사 행차가 당도할지 모르겠다

삶은 어차피

한바탕 꿈이라고 치부해도

귓가에 스치는 금관조복의 쓸림 소리

아내의 보드라운 살결 내음새

아이들의 자지러진 울음 소리가

끝내 잊히지 않는 지독한 형벌

무슨 겨울이 눈도 없는가

내일 없는 적소에

무릎 꿇고 앉으니

아직도 버리지 못했구나

질긴 목숨의 끈

소나무는 추위에 더욱 푸르니

붓을 들어 허망한 꿈을 그린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nefing.com

 

 

KBS 파리 특파원으로 알려졌던 유자효(59·SBS 이사 라디오 본부장) 시인이 제17회 정지용문학상을 받게 됐다.

 

부산 출신인 유자효 시인은 서울대 사범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KBS 공사 2기 기자로 입사해서 현 SBS 이사 라디오 본부장에 있을 때까지 82년 시집 성 수요일의 저녁’(평민사), 90년 시집 짧은 사랑’(전예원), 산문집 피보씨는 지금 독서중입니다’(열음사), 93년 시집 떠남’(문학수첩)부터 2003년 시집 아쉬움에 대하여’(책 만드는 집) 8개의 시집과 4개의 산문집을 낸 시인이다.

 

이번 정지용문학상 심사는 고은 시인과 김재홍(경희대) 문학평론가, 김윤식(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김남조(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시인 등이 맡았다.

 

유자효 시인은 지용의 시혼 쏟아지기를이란 제목의 수상소감에서 고등학교 시절 친구 집에 가서 불온문서처럼 만난 책들이었다프랑스 특파원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지용제에 참석하러 옥천을 찾은 적이 있다고 했다.

 

심사위원 김재홍 문학평론가는 심사평에서 유자효의 시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를 오브제로 하여 삶의 외로움과 예술의 의미를 집약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 된다시인은 이 시에서 유배생활의 절망적 상황과 그로 인한 깊이 모를 고독과 슬픔, 적막과 허망감의 표출을 잘 표현했다고 밝히고 있다.

 

728x90

 

 

돌아가는 길 / 문정희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nefing.com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한 제16회 정지용문학상에 시인 문정희 씨(57)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돌아가는 길'이며 시상식은 정지용문학축제 기간인 오는 15일 오후 3시 충북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린다.

 

올해 '서울지용제'13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지용제는 시인 허영자, 김후란, 이가림, 김종해, 성찬경, 신달자, 류자효, 장석주 씨 등의 시낭송과 함께 김복희 무용단의 무용공연, 가수 이동원과 테너 임태경 등의 음악 무대 등으로 꾸며진다.

 
728x90

 

 

낙산사 가는 길 3 / 유경환

 

 

세상에

큰 저울 있어

 

저 못에 담긴

고요

달 수 있을까

 

산 하나 담긴

무게

달 수 있을까

 

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nefing.com

 

 

지난해 김지하 시인에 이어 제 15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유경환(67)씨가 선정됐다.  지용회(회장 이근배)와 계간 ‘시와 시학’이 주관하는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은 유경환 시인의 ‘낙산사 가는 길 3’.
 
유경환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45년전 〈현대문학〉지에서 추천을 받아 처음 시인으로 등단했을 때, 현대문학지를 사들고 집에 오기까지 걸으면서 다 읽었을 만큼 기뻤고, 더구나 스승인 혜산 박두진 시인이 받았던 지용문학상(제1회 수상)이라 더 없이 기뻤다고 밝혔다.
 
유 시인은 지용문학상을 받은 의미를 자기가 접어든 길이 막다른 길이거나 막힌 길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경환 시인은 “옥천은 2년 전에 문인들과 함께 지용생가를 볼 요량으로 방문한 적이 있는 친근한 고장”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부분적으로 알던 정지용 시인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시 공부를 할 생각이고 옥천과 계속되는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1936년 황해도 장연군에서 태어난 유경환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을 했고, 1970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첫 동시집 〈꽃사슴〉과 첫 시집 〈감정지도〉를 비롯해 동화집〈오누이 가게〉, 〈원미동 시집〉등이 있고 지난해 연작시집 〈낙산사 가는 길〉을 발간했다.


728x90

 

 

등신불 시편 1 / 김종철

 

등신불을 보았다.

살아서도 산 적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그가 없는 빈 몸에

오늘을 떠돌이가 들어와

평생을 살다간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nefing.com

 

 

13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으로 김종철 시인의 등신불연작이 선정됐다. 이번 `정지용 문학상' 심사를 맡은 김남조, 고은, 김윤식, 오세영, 김재홍씨는 선정 이유서에서 아래와 같이 김종철 시인의 작품을 분석했다.

 

"이 시는 인간 존재를(중략) `빈 몸' 혹은 `떠돌이'의 모습으로 표상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허무한 것 또는 무소유로 게시하고 있다.(중략) 인간의 본성, 즉 육신과 정신의 양면성에 대한 질문을 근본문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중략)"

 

등신불연작은 뒤집어보기라는 역설에 의해 진실과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존재에의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구도시(求道詩)또는 증도가(證道歌)로서의 특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가작이라고 평했다.

 

특히 "한국 현대시에서 종교적인 명상 또는 진지한 존재에 관한 형이상적 성찰이 부족한 점에 비추어 이 작품이 지니는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고 문학사적인 측면에서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종철 시인은 47년 부산출생으로 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시집으로는 서울의 유서,오이도,못에 관한 명상등이 있으며 윤동주 문학상과 편운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지용 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8일 이기윤, 유안진, 오세영, 신달자, 정구관 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오후 6시부터 열릴 계획이다.

 

한편 옥천의 대표적 시인인 정지용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지용회(회장 이근배 시인)가 제정한 정지용 문학상은 계간 `시와시학'이 수상작을 선정해 매년 5월 중 시상식을 갖는다.

 
728x90

 

 

하늘의 그물 / 정호승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 둘 떼지어 빠져나갑니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nefing.com

 

 

매년 지용제를 기해 선정하는 정지용 문학상 수상 시인과 수상작이 결정됐다.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정호승 시인으로 그의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수록되어 있는 `하늘의 그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88년 옥천이 고향인 정지용 시인의 월북작가 해금을 맞아 지용회에서 제정하고 시와시학사에서 주관하고 있는 지용문학상은 올해로 12번째를 맞고 있으며 작년 수상작으로는 송수권 시인의 `눈 내리는 대숲 가에서'가 선정된 바 있다. 고은, 오세영, 김재홍 시인은 심사평에서 "세상 만물은 모두가 하늘이 정한 율법의 그물 또는 지상적인 삶의 척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생명에 대한 가없는 연민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만이 그 모든 한계와 구속을 벗어날 수 있는 원천이자 힘임을 이 작품은 은유와 상징을 통해 탁월하게 형상화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정호승 시인은 1950년 대구생으로 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9년 첫 시집인 `슬픔이 기쁨에게' 간행 후, `서울의 예수'(1982),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88) 등의 시집을 간행하였으며, 1989년 제3회 소월시문학상과 1997년 제10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728x90

 

 

백두산(白頭山) 천지(天池) / 오탁번

 

 

1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가까워 장백소나무 종비나무 자작나무 우거진 원시림 헤치고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순례의 한나절에 내 발길 내딛을 자리는 아예 없다 사스레나무도 바람에 넘어져 흰살결이 시리고 자잘한 산꽃들이 하늘 가까이 기어가다 가까스로 뿌리내린다 속손톱만한 하양 물매화 나비날개인 듯 바람결에 날아가는 노랑 애기금매화 새색시의 연지빛 곤지처럼 수줍게 피어있는 두메자운이 나의 눈망울 따라 야린 볼 붉히며 눈썹 날린다 무리를 지어 하늘 위로 고사리 손길 흔드는 산미나리아재비 구름국화 산매발톱도 이제 더 가까이 갈 수 없는 백두산 산마루를 나 홀로 이마에 받들면서 드센 바람 속으로 죄지은 듯 숨죽이며 발걸음 옮긴다

 

2

솟구쳐오른 백두산 멧부리들이 온뉘 동안 감싸안은 드넓은 천지가 눈앞에 나타나는 눈깜박할 사이 그 자리에서 나는 그냥 숨이 막힌다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백두산 그리메가 하늘보다 더 푸른 천지에 넉넉한 깃을 드리우고 메꿎은 우레소리 지나간 여름 한 나절 아득한 옛 하늘이 내려와 머문 천지 앞에서 내 작은 몸뚱이는 한꺼번에 자취도 없다 내 어린 볼기에 푸른 손자국 남게 첫울음 울게 한 어머니의 어머니 쑥냄새 마늘냄새 삼베적삼 서늘한 손길로 손님이 든 내 뜨거운 이마 짚어주던 할머니의 할머니가 백두산 천지 앞에 무릎 꿇은 나를 하늘눈 뜨고 바라본다 백두산 멧부리가 누리의 첫새벽 할아버지의 흰 나룻처럼 어렵고 두렵다

 

3

하늘과 당 사이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듯 천지가 그대로 하늘이 되고 구름결이 되어 백두산 산허리마다 까마득하게 푸른 하늘 구름바다 거느린다 화산암 돌가루가 하늘 아래로 자꾸만 부스러져 내리는 백두산 천지의 낭떠러지 위에서 나도 자잘한 꽃잎이 되어 아스라한 하늘 속으로 흩어져 날아간다 아기집에서 갓 태어난 아기처럼 혼자 울지도 젖을 빨지도 못한다 온 가람 즈믄 뫼 비롯하는 백두산 그 하늘에 올라 마침내 바로 서지 못하고 젖배 곯아 젖니도 제때 나지 못할 내 운명이 새삼 두려워 백두산 흰 멧부리 우러르며 얼음빛 푸른 천지 앞에 숨결도 잊은 채 무릎 꿇는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nefing.com

 

 

충북 제천 출신 시인 오탁번 씨가 지용회가 제정하고 계간 '시와 문화'사에서 주관하는 제9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지난 88년 정지용 시인이 해금된 후 정지용 시인의 높은 문학적 성과와 문학사적 위치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 상은 지난 한 해 동안 뛰어난 작품 한 편을 선정해 수상하는 것이다.

 

오탁번 시인은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로 당선되고 뒤이어 동아일보, 대한일보 신춘문예에도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오탁번 시인은 시작을 통해 서정성과 주지적 감각을 아름답고 탄력 있게 결합함으로써 서정시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수상작 백두산 천지는 정지용 시인의 시 '백록담'과 짝을 이룰 만큼 서정성과 깊이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728x90

 

 

마음의 고향 1 / 이시영

- 백야

 

 

키가 훌러덩 크고 웃을 때면 양볼에 깊이 보조개가 패이는

작은집 형수가 나는 좋았다

시집온 지 며칠도 안 돼 웃냇가 밭에 나왔다가

하교길 수박서리하다 붙들린 우리 패거리 중에서 나를 찾아내

"데름, 그러믄 안 되는 것이라우" 할 때에도

수줍은 듯 불 밝힌 두 볼에 피어나던 보조개꽃 무늬

, 웃냇가 웃냇가

방아다리 지나 쑥대풀 우거지고 미루나무숲 바람에 춤추는 곳

사래 긴 밭에 수많은 형수들이 엎드려

하루종일 밭고랑 너머로 남쪽 나라 십자성 부르는 곳

저녁에 소몰이꾼 우리들이 멱감는 냇가로 호미 씻으러 내려와서는

"데름 너무 짚은 곳에는 들어가지 마씨요 이" 할 적에도

왈칵 풍기는 형수의 땀 냄새가 나는 좋았다

홀시아버지 밑 형제 많은 집으로 시집와 남정네마저 전쟁터에 보내놓고

새벽논에 물대기 식전밭에 고추따기 아침볕에 보리널기

쏘내기 밭에서 소고삐 몰아 쥐고 송아지 찾기로 여름 내내

등적삼에 벼이슬 걷힐 날 없으면서도

저녁이면 선선한 모깃불을 피워 놓고 콩국수 말아

와상 가득 흥겨운 집안 잔치를 벌일 줄도 알았던 형수,

모깃불 매캐하게 사위어가고 하나 둘 어린 형제들 잠들어갈

무렵이면

내 손을 꼭 붙들고 말했다

"데름, 데름은 꼭 우리 집안의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쓰우."

"훌륭한 사람이 워떤 사람인디라우?"

"장군 같은 것, 그 뭣이라더라 밥풀 여럿 단 쏘위 같은 것...."

그러면 마당 한구석에서 다가온 어둠이 빤한 눈으로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이 쏟아질 것만 같은 내 눈에

갑자기 별빛 한 무더기가 쏟아져내렸다

환한 밤이었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nefing.com

 

 

기존 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8회 정지용문학상에 시인 이시영48씨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정지용문학상은 기존 문단에서 뛰어난 활동을 보이는 문인에게 수여해오고 있는데 이시영 씨는 올해 2월 발표된 마음의 고향 6'이라는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작인 마음의 고향 6'은 산업화의 후유증 때문에 잃어버린 고향을 다룬 작품으로 시적 형상성과 서정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