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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천

                                   이수익

 

내 목소리가

저 물소리의 벽을 깨고 나아가

하늘로 힘껏 솟구쳐야 한다.

 

소리로써 마침내 소리를 이기려고

가인은

심산유곡 폭포수 아래에서 날마다

목청에 핏물 어리도록 발성을 연습하지만

 

열 길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쉽게 그의 목소리를 덮쳐

계곡을 가득 물소리 하나로만 채워버린다.

 

그래도 그는 날이면 날마다

산에 올라

제 목소리가 물소리를 뛰어 넘기를 수없이 기도하지만

한번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폭포는

준엄한 스승처럼 곧추앉아

수직의 말씀만 내리실뿐이다.

 

끝내 절망의 유복자를 안고 하산한 그가

발길 닿는 대로 마을과 마을을 흘러다니면서

 

소리의 승천을 이루지 못한 제 한을 토해냈을 때, 

그 핏빛 소리에 취한 사람들이

그를 일러

하늘이 내리신 소리꾼이라 하더라

출처 : 한국수필문학진흥회 에세이문학
글쓴이 : 김경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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