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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아 / 김이듬

 

 

이 인간을 물어뜯고 싶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널 물어뜯어 죽일 수 있다면 야 어딜 만져 야야 손 저리 치워 곧 나는 찢어진다 찢어질 것 같다 발작하며 울부짖으려다 손으로 아랫배를 꽉 누른다 심호흡 한다 만지지 마 제발 기대지 말라고 신경질 나게 왜 이래 팽팽해진 가죽을 찢고 여우든 늑대든 튀어나오려고 한다 피가 흐르는데 핏자국이 달무리처럼 푸른 시트로 번져가는데 본능이라니 보름달 때문이라니 조용히 해라 진리를 말하는 자여 진리를 알거든 너만 알고 있어라 더러운 인간들의 복음 주기적인 출혈과 복통 나는 멈추지 않는데 복잡해죽겠는데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려는 인간들 나는 말이야 인사이더잖아 아웃사이더가 아냐 넌 자면서도 중얼거리네 갑작스런 출혈인데 피 흐르는데 반복적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큰 문이 달린 세계 이동하다 반복적으로 멈추는 바퀴 바뀌지 않는 노선 벗어나야 하는데 나가야 하는데 대형 생리대가 필요해요 곯아떨어진 이 인간을 어떻게 하나 내 외투 안으로 손을 넣고 갈겨쓴 편지를 읽듯 잠꼬대까지 하는 이 죽일 놈을 한 방 갈기고 싶은데 이놈의 애인을 어떻게 하나 덥석 목덜미를 물고 뛰어내릴 수 있다면 갈기를 휘날리며 한밤의 철도 위를 내달릴 수 있다면 달이 뜬 붉은 해안으로 그 흐르는 모래사장 시원한 우물 옆으로 가서 너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히스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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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통영시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지난 18일 위원회를 열고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정끝별, 김춘수시문학상 수상자로 김이듬, 김상옥시조문학상 수상자로 서숙희, 김용익소설문학상 수상자로 윤고은씨를 각각 결정했다.

 

정끝별 시인은 1964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8년 문학사상 신인 발굴 시 부문에 칼레의 바다  7편의 당선으로 등단했다.

 

김이듬 시인은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했다.

 

서숙희 시인은 1959년 경북 포항 기계면 출생으로 매일신문과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에 당선(1992)돼 문단에 나왔다.

 

윤고은 작가는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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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고 훔치고 / 김이듬

 

 

번개처럼 떨어지는 접시를 받았다

바나나가 있는 접시였다

바나나가 좋아

난 바나나가 좋아

다 주세요

위에 대고 소리 질렀다

 

내일부터 접시 닦기를 할 거예요

내 꿈은 작고 웃기는 거

 

껍질을 벗기면 하얀 과육이 나오고 빨면 즙이 나오는

바나나는 신기해

나는 아껴서 핥아먹었다

눈을 감고

달빛이 펼쳐진 장원에 누워

조금만 부드럽게

 

어서 자둬

내일은 바쁠 거야

 

내 신발에 축축한 발을 담고 있는 너

만나기 전인지 후인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이 마지막으로 널 본 날이었어

우리가 큰돈을 벌 생각은 아니었잖니

 

오늘은 푹 자자 내일부터 바쁠 거야

 

눈을 떠보니 학교였고

새벽 두 시에

난 물을 마시려고 수도 아래 입을 벌리고 있었다

 

 

 

 

명랑하라 팜 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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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하여 부산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학교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포에지로 등단하여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 표류하는 흑발,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와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산문집 모든 국적의 친구』 『디어 슬로베니아를 발간했다.

 

1회 시와세계작품상(2010)과 제7회 김달진창원문학상(2011)을 수상했다. 경상대, 경남과학기술대 등에 출강하며 진주KBS라디오 김이듬의 월요시선(月曜詩選)’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견작가로 선정되어 독일베를린자유대학에서 한 학기 간 생활했고, 2013년 여름부터 석 달간 아이오와대학 국제창작프로그램(IWP)에 한국작가로 참가하였다.

 

2020히스테리아(Hysteria)시집으로 미국에서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 수상했다.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1인 독립 책방 책방이듬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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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애인 / 김이듬

 

 

물이 없어도 표류하고 싶어서

외롭거나 괴롭지 않아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돌아오거나 영 돌아오지 않겠지

가까운 곳에서 찾았어

우리는 모였지 인도 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들

지난해 여름부터 나는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어

불한당 청년들의 표류처럼 불규칙적이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어휘와 문법을 습득하는 그들이 참 신기하더라

말이 무색해서 팔다리를 브이 자로 벌렸지

매일매일 뱃멀미가 났어

멀리서 돈 벌러 온 한 이방인에게 나는 미약했지만

그의 까만 손가락이 내 얼굴을 두드렸지

장난스럽게 단지 두드리는 시늉만 했는지 몰라

전혀 두드리지 않았는지 몰라

적절한 문장을 못 찾겠어 도무지 사랑할 수밖에

그는 자신의 긴 이야기를 음악 소리로 듣는 마을에 가서

내 갈색 귀에 다 털려버렸지 코 고는 소리도 뭔가 이상했어

외국인 남자는 어떨까 상상하지 않았다면

말 못할 관계로 가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어

생면부지의 것들을 만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귀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닌 것 아니지만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야 했어

시험 문항을 만들고

혼혈의 아이들을 낳아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모국어를 섞어 말할지도 몰라

콩밥을 나누고 에이즈 환자 모임에 가야 한다 해도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말할 수 없는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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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김이듬 시인이 제7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김 시인이 올 초 낸 <말할 수 없는 애인>(문학과 지성사)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또 제6회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에는 길상호 시인(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 6회 김달진문학상 젊은평론가상에는 김문주 평론가(평론집 <수런거리는 시, 분기하는 비평들>)가 각각 선정됐다. 그동안 월하지역문학상과 김달진창원문학상으로 진행되던 문학상을 올해 처음으로 통합해 시상 규모가 커진 만큼 지역문학의 수준을 높이는데 이바지하고,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문학상 운영진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수상자 선정이다.

 

심사위원들은 "김이듬 시인은 활달한 언어구사와 상상력으로 개인적 실존의 문제를 철저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노래했다""이는 내면과 세계 사이의 균열을 심도있게 드러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 시인은 진주에서 나서 부산대 독문과와 경상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1<포에지>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이 있고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가 있다. 1회 시와세계작품상을 받았고 현재 경상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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