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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손영자 투승점을 찍어라 」외 43편 

우수상  이성배「바다에는 메아리가 없다 외 39편

장려상 양순기「시로 쓰는 항해일지외 43편

 

 

 

바다에는 메아리가 없다 / 이성배

 

푸른 휘파람으로 호명하는 바람의 장송곡에

블루피터 만장처럼 나부낀다

녹슨 철판 아래 죽음을 밟고 살아도

파도에 유서를 쓰지 마라

출렁거리는 푸른 문장

해독할 수 없다

바다는 하늘에 닿아 있고

바닷길 따라 하늘로 돌아간다

부풀어 오른 수평선에 뱃머리 마디마디 피멍울 맺혀도

그리운 이름 부르지 마라

소리조차 침몰하고 사랑마저 삼켜버리는

바다는 대답이 없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넓어지고

넓어져 비로소 깊어진 마리아나 해구

비 내려도 싱싱하게 젖지 않고

눈 내려도 따뜻하게 쌓이지 않는

북태평양 겨울바다

날마다 부르는 이름과

항해일지에 미리 쓰는 유서들만 쌓여

그저 가슴 아래 묻어 둘 뿐

바다에는

메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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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한국해양문학상 수상자 선정

한국해양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정영자)는 2010년 제14회 한국해양문학상 수상자로 우수상에 배기환 씨(61세)와 김세윤 씨(55세), 박정선 씨(62세), 장려상에 김상곤 씨(68세)를 선정 발표했다.

올해도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응모가 있었지만 대상을 내지 못했고 우수상 3명과 장려상 1명을 선발하였다. 배기환 시인은 <불멸의 바다>외 40편, 김세윤 시인은 시<맛있다, 바다>외 48편, 그리고 박정선 작가의 중편소설<남태평양에는 길이 없다>, 장려상은 김상곤 씨의 장편동화<전설의 바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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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바다에게 의탁하다 / 김길녀

 

 

뱃머리에 물보라 덮어쓴 별 조각들 쏟아져 내린다

입술 부르튼 휘파람이 아슬하게 심장을 핥아댄다

날 것을 유혹하기 위해 본류대에 미끼를 던지는 등 뒤에서

돌아보지 마라 흩날리는 쉰목소리가 다그친다

파도 모가지를 심하게 비튼다

피항으로 통하는 노선의 천기는

말향고래 꼬리를 흔들어 심연을 부풀어 올리고

출항하는 남항방파제 빨간 등대 밑에서

램프의 심지를 키우던 애인

목청을 피로 적시던 눈빛도 수평선 끝에서 낮게 포복한다

석양 부스러기 선교 유리창에 얼룩으로 남고

그리움도 견뎌야 하는 것임을

오랜 시간 후 관자놀이에서 자근거리던 바다가 말해주었다

사랑도 녹스는 출항은

뼈아픈 도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어깨를 토닥거려준다

 

 

 

 

 

안식 / 김길녀

 

 

이제는 옷깃을 여미자

 

마을에서는 등대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깊은 잠을 자거나

더러는 술잔을 기울이겠지

 

주고받은 약속 하나없이

언덕길 내려갈 때

눈썹 달이 뜬다

 

흑등 고래처럼

외롭기에 더 좋은 바닷길을

 

오늘도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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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출신 시인 박창주(65)씨가 부산시 주최 제12회 한국해양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시집은 ‘지구의 중심에서 세상 끝을 살다’이다. 박 시인은 고성읍 이당리 출신으로 대안국민학교, 고성중학교, 경남항공고등학 (옛 고성농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98년 시조시인으로 등단한데 이어 1998년 자유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조 시집으로 ‘그대, 내 마음 다 안다 하여도’외 2권이 있다.



지구의 중심에서 세상 끝을 살다 / 박창주

 

 

해도에도 없는 바다의 언덕들이 뜬금없이 일어서는
여름에도 해 떨어지면 손 시려 조막손 되는
사할린 섬 북동쪽 오호츠크 해가 북양명태의 안방이다.
무식이 때로는 유식을 제압하고
주먹이 법을 다스릴 때도 있어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바람이 다스리는 무법의 세상,
천식 앓는 700마력 심장이 터질 듯 벌떡거린다
어부의 삶이란 어차피
지구의 중심에서 세상 끝을 살아가는 게 아니냐
전속 항진, 월경越境의 깃발을 꽂는다
만선의 바다의 정복자만이 누리는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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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하지 못한 물고기 한 마리 / 이윤길


눈 뜰 때 포프라기 되어 매달리는
세월 갑옷을 걸친 마흔 여자의
스물아홉 의식으로 사랑은
심연深淵에서 화석이 되었고
백만 년 동안이나 변화하지 않고
화석으로 살아있는 물고기 한 마리
비늘에다 그리움을 빗금으로 남기다
뻐끔하고 세상 밖에 숨 뱉어놓은 날
기포에 쌓여진 지난, 사랑 하나가
수묵처럼 번지는 파문 만든다
계절이 바뀌면 꽃들도 달라지는데
바닷물에 절여진 마음이라
백만 년 전의 사랑이나
현재의 사랑이나 변하지 못한다
말言들의 통로를 따라 연비 되어진
아줌마가 간직한 눈물에 슬픔들이
아저씨 가슴에 비 되어 흐른다
진화하지 못한 지느러미로
앞 보며 앞으로만 뒷걸음 걸었는데
어찌하여, 여인 만나게 된 걸까
창窓 너머 바다에 달빛이 부서진다
실러갠스 새로운 비늘이 생긴다


*실러갠스 : 화석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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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부표의 승천 / 문성해

 

 

줄이 끊긴 스티로폼 부표들이 하얗게 떠밀려 왔다.

아이들은 이 뒤웅박 팔자를 공처럼 발로 찼다

멀리 가지도 못하고 자잘한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산란하듯 모래밭 위를 슬렸다 무리짓듯

몇 개의 흰 부표들이

소박맞고 돌아온 동네 누이들처럼 늘어났다.

 

태풍이 유난스럽던 늦여름 철이었다 배고프고

심심한 아이들은 바다의 박을 타듯

때 절은 부표들을 손으로 갈라냈다.

박속처럼 새하얗기만 부표들, 먹을 수 없는

궁기의 나날들이 철지난 바닷가에 모여졌다

떠도는 환멸처럼 모지라진 뒤웅박들 모여서

한때는 바다를 등질 담벼락을 쌓을 수 있을까

 

굴러온, 떠밀려온 바다의 수박처럼 든든했으나

더없이 가벼운 몸들은 그대로 잘게 부서지는 일뿐

녹지 않는 눈송이처럼 흩날리기만 할 뿐

바다를 떠나자, 잘디잔 알갱으로 저질러만 졌으니

가벼운 영혼보다 못한 몸집들을 쌓고

동네 어른들, 아이들 보는 앞에서 불을 지핀다

하얀 몸집에서 검굷은 연기가 급격히 피어오른다

아이들 하얀 공들이 날아오른다 소박맞은 동네 누이들

뒤웅박 팔자가 검붉게 타올라 사라져간다

 

바다 속에 뭐가 들었나 흰 문패처럼 다래끼처럼 매달린

그 바다의 찌를 불길이 하늘로 끄집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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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리운 첫사랑 / 권태원

 

                                  

어머니는 매일 밤

아버지의 바다에 십자수를 놓는다

섬과 섬 사이

파도와 파도 사이로

긴 문장들을 빼곡이 그린다

 

아버지의 갈비뼈 사이로

갈매기들의 해조음이 들려 온다

밤새도록 비는 내리고

아버지의 꿈들이 지워지지 않는다

 

거북과 물곰들의 그림을 아버지의 몸에 그린다

어머니의 손톱이 노을처럼 붉게 물들고

별빛이 빛나는 몇 개의 바다들이

아버지의 눈물 속에서 밀려가고 있다

이미 불 꺼진 지 오래된 섬들이

유년의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

 

간밤에 안고 자던 바다 안에는

정화수를 떠놓고

새벽마다 빌던 어머니가 계신다

달빛이 쏟아지는 파도를 거슬러 퍼득이며

고기떼들이 꿈을 적시며 건너간다

 

바다에는 세상의 슬픔과 눈물들이 모여 산다

무인도보다 깊은 어둠을 안고 있는 산호초

바다로 떠난 사내들의 눈물들이

흘러가는 소리, 정족산 대성암의 풍경 소리

 

허무의 바다보다 더 아름다운 침묵 속에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총새의 푸른 울음소리

바다는 어린 시절의 무지개 빛 희망으로

바닷가 계단을 저 혼자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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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시편1/ 김형술

 

 

어둠이 등대를 세우듯
바람이 섬을 낳았다

천진한 신석기의 바람이 불면
꽃으로 뒤덮이는 섬

섬을 키운 건 물너울
꽃내음 흩뿌리며
흰 물꽃 머리에 이고 달려오는
물마루

그 끝에
흔들리는 듯 흔들리지 않고
늘 떠나지만
다시 돌아와 앉는
섬이 있다

뭍으로 가 불빛이 되거나
한바다로 떠나 빛이 되는

섬은 바다를 위해 있고
바다는 섬을 위해 있어

섬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는 섬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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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 김형술

 

어둠이 등대를 세우듯
바람이 섬을 낳았다

천진한 신석기의 바람이 불면
꽃으로 뒤덮이는 섬

섬을 키운 건 물너울
꽃내음 흩뿌리며
흰 물꽃 머리에 이고 달려오는
물마루

그 끝에
흔들리는 듯 흔들리지 않고
늘 떠나지만
다시 돌아와 앉는
섬이 있다

뭍으로 가 불빛이 되거나
한바다로 떠나 빛이 되는

섬은 바다를 위해 있고
바다는 섬을 위해 있어

섬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는 섬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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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_DAUM->

 네가 완벽한 구도의 사진 한 장을 꿈꿀 때

뒤 배경이 되어준 폐선과 남은 생을 태워 조개를 구워주는 어부를

 

 

 

 

      사진 속의 바다

 

                                          김왕노

 

 

그 바다 알지  수평선 까지 다 보여주고 썰물 때 제 바닥까지

드러내어 보여주던 그 바다 알지

그 바닷가에는 불타는 조개구이란 집이 있고.

우리는 바다를 훔치고 싶어 술잔에다 바다를 따라 마셨지

남들은 소주라 하지만 분명히 바다를 따라 마신거야.

노을이 슬픔으로 밀려온다는 그 순간  속에다 우리를 세우고

바다를 훔쳐 담았지 바다가 암실에서

서서히 인화 될 때 까지 우리는 몰랐던 거야.

우리의 뒤 배경이 되어준 폐선과 바닷가 까지 흘러와

남은 생을 태워 조개를 구워주는 어부를.

그 어부의 어린 딸과 넓고 넓은 바닷가의 오막살의 집 한 채를.

그 바다 알지 물 냄새 맡은 낙타처럼 찾아간 그 바다 알지

바닷가까지 따라온 그리움이나 우리가슴 안의 새 떼를.

오랜만에 바람 쐐라 불어 줄때 우리도 바다가 되어 출렁거렸음을.

그 바다 알지 그 사진속의 바다

완벽한 바다의 사진이 되어주기 위해 배경이 되어준 썰물의 풍경도.

내가 완벽한 구도의 사진 한 장을 꿈꿀 때 뒤 배경이

되어주는 자의 아름다움도 알지.

맨 뒷줄에서 뒤꿈치를 들고 고개 내미는 그 안간힘의 아름다움도 알지.

그 바다 알지

다시 가보고 싶은 그 바다알지.

오늘도 내가 좌초되어가는 사진속의 그 바다 알지.

흉어기의 그 바다 알지.

평생 정박의 닻 내리고 싶은 그 바다 알지.

 

 

 

 

김왕노『말달리자 아버지』천년의 시작 2006. 48쪽

 

 

 

 

 

 

 

출처 : 바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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