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고래목 외 42편 / 이병일
고래목 수채 / 이병일
나는 흑산도 근해에서 귀신고래를 잡으러 다녔다
작살을 잘 던지는 손가락을 갖기 위해
손가락 새를 찢었고 작살 촉에 베인 손등엔
그윽한 수풀로 새끼 낳으러 오는 귀신고래의 꿈을 넣고 다녔다
물가에 오래 살다보니, 아가미 가진 어족을 쉽게 잡았다
숨을 쫓아 더 깊은 숨을 불러들이듯
아직 건너가야 할 새벽
예리항을 지나가는 솟구치는 비와 함께 예鯢*를 생각한다
아물거리는 저 푸르스름한 짐승
흰빛에서 검은빛까지 보호색을 가졌다는데,
멀리서 몸을 적시면서 오는 저 파랑은 귀신고래
나는 피리로 고래 주파수를 끊어놓는 몰이꾼이면서
오늘 밤은 작살잡이, 고독과 패배 따위는 잊은 지 오래되었다
비 그치자 달이 잔물결로 귀신고래의 멱통을 비춘다
운이 좋았다 붉은 장미만 해안선까지 밀려왔다
밤새 두 눈을 감지 않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물 밖 세상에게 물었다
기껏 잡아놓은 것이 육체와 그림자 똑같은 귀신고래
출출함을 피로 달래고서야 눈알은 깨지지 않게 술잔으로
수염으로는 자와 나침반을, 척추는 절구와 공이로 깎았다
언제까지 나는 포경선을 파먹으며 삶을 영위할 것인가
돌이켜보면 모두 헛된 일인데,
저것들의 말을 알아듣고 싶어 해안선을 친친 감는 밤
나는 저것들과 통하는 고래목目이 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 <고금주古今注>에 이르기를, 암컷을 예鯢라고 부르는데, 큰 것은 길이가 1천리이고, 눈은 밝은 구슬과 같다.
[장려상] 임종간호 그 영생의 길 외 45편 / 조영희
[장려상] 백파의 숲을 헤치며 외 40편 / 이상기
'국내 문학상 > 한국해양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8회 한국해양문학상 (0) | 2021.05.16 |
---|---|
제17회 한국해양문학상 (0) | 2021.05.16 |
제15회 한국해양문학상 (0) | 2011.08.23 |
제14회 한국해양문학상 (0) | 2011.08.23 |
제13회 한국해양문학상 (0) | 2011.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