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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바다에게 의탁하다 / 김길녀

 

 

뱃머리에 물보라 덮어쓴 별 조각들 쏟아져 내린다

입술 부르튼 휘파람이 아슬하게 심장을 핥아댄다

날 것을 유혹하기 위해 본류대에 미끼를 던지는 등 뒤에서

돌아보지 마라 흩날리는 쉰목소리가 다그친다

파도 모가지를 심하게 비튼다

피항으로 통하는 노선의 천기는

말향고래 꼬리를 흔들어 심연을 부풀어 올리고

출항하는 남항방파제 빨간 등대 밑에서

램프의 심지를 키우던 애인

목청을 피로 적시던 눈빛도 수평선 끝에서 낮게 포복한다

석양 부스러기 선교 유리창에 얼룩으로 남고

그리움도 견뎌야 하는 것임을

오랜 시간 후 관자놀이에서 자근거리던 바다가 말해주었다

사랑도 녹스는 출항은

뼈아픈 도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어깨를 토닥거려준다

 

 

 

 

 

안식 / 김길녀

 

 

이제는 옷깃을 여미자

 

마을에서는 등대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깊은 잠을 자거나

더러는 술잔을 기울이겠지

 

주고받은 약속 하나없이

언덕길 내려갈 때

눈썹 달이 뜬다

 

흑등 고래처럼

외롭기에 더 좋은 바닷길을

 

오늘도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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