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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애인 / 김이듬

 

 

물이 없어도 표류하고 싶어서

외롭거나 괴롭지 않아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돌아오거나 영 돌아오지 않겠지

가까운 곳에서 찾았어

우리는 모였지 인도 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들

지난해 여름부터 나는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어

불한당 청년들의 표류처럼 불규칙적이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어휘와 문법을 습득하는 그들이 참 신기하더라

말이 무색해서 팔다리를 브이 자로 벌렸지

매일매일 뱃멀미가 났어

멀리서 돈 벌러 온 한 이방인에게 나는 미약했지만

그의 까만 손가락이 내 얼굴을 두드렸지

장난스럽게 단지 두드리는 시늉만 했는지 몰라

전혀 두드리지 않았는지 몰라

적절한 문장을 못 찾겠어 도무지 사랑할 수밖에

그는 자신의 긴 이야기를 음악 소리로 듣는 마을에 가서

내 갈색 귀에 다 털려버렸지 코 고는 소리도 뭔가 이상했어

외국인 남자는 어떨까 상상하지 않았다면

말 못할 관계로 가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어

생면부지의 것들을 만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귀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닌 것 아니지만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야 했어

시험 문항을 만들고

혼혈의 아이들을 낳아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모국어를 섞어 말할지도 몰라

콩밥을 나누고 에이즈 환자 모임에 가야 한다 해도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말할 수 없는 애인

 

nefing.com

 

 

 

진주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김이듬 시인이 제7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김 시인이 올 초 낸 <말할 수 없는 애인>(문학과 지성사)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또 제6회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에는 길상호 시인(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 6회 김달진문학상 젊은평론가상에는 김문주 평론가(평론집 <수런거리는 시, 분기하는 비평들>)가 각각 선정됐다. 그동안 월하지역문학상과 김달진창원문학상으로 진행되던 문학상을 올해 처음으로 통합해 시상 규모가 커진 만큼 지역문학의 수준을 높이는데 이바지하고,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문학상 운영진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수상자 선정이다.

 

심사위원들은 "김이듬 시인은 활달한 언어구사와 상상력으로 개인적 실존의 문제를 철저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노래했다""이는 내면과 세계 사이의 균열을 심도있게 드러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 시인은 진주에서 나서 부산대 독문과와 경상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1<포에지>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이 있고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가 있다. 1회 시와세계작품상을 받았고 현재 경상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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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김수영문학상 시 당선작] 서효인 /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외 2편)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평화는 전투적으로 지속되었다. 노르망디에서 시베리아를 지나 인천에 닿기까지, 당신은 얌전한 사람이었다. 검독수리가 보이면 아무 참호에 기어들어가 둥글게 몸을 말았다. 포탄이 떨어지는 반동에 당신은 순한 사람이었다. 늘 10분 정도는 늦게 도착했고, 의무병은 가장 멀리 있었다. 지혈하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며 적혈구의 생김처럼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었다. 전투는 강물처럼 이어진다. 통신병은 터지지 않는 전화를 들고 울상이고, 기다리는 팩스는 오지 않는다. 교각을 폭파하며, 다리를 지나던 사람을 헤아리는 당신은 정확한 사람이다. 굉음에 움츠러드는 사지를 애써 달래며 수통에 논물을 채우는 당신은 배운 사람이다. 금연건물에서 모르핀을 허벅지에 찌르는 당신은 인내심 강한 사람이다. 허벅지 안쪽을 훔쳐보며 군가를 부르는 당신은 멋진 사람이다. 노래책을 뒤지며 모든 일을 망각하는 당신은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불침번처럼 불면증에 시달리는 당신은 사람이다. 명령을 기다리며 전쟁의 뒤를 두려워하는 당신은 사람이었다. 백 년이 지나 당신의 평화는 인간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당신이, 사람이라면.

 

 —《현대시》2011년 9월호

 

 

 

 

 

헤르체고비나 반성문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참호를 만듭니다

 

삽의 끝이 점점 둥그렇게 변합니다

 

삽을 쥔 손가락이 삽이 됩니다

 

손을 달고 있는 팔이 삽이 됩니다

 

팔을 지탱하는 몸통은 진즉에 삽입니다

 

허리가 삽인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삽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습니다

 

삽이라서 죄송합니다

 

 

참호의 방향은

 

오전 10시 어머니의 심정처럼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어

 

그냥 밑으로 파고들기로 합니다

 

이삿날의 침대 밑이랄까

 

최후의 5분이랄까

 

인종 청소랄까

 

빵을 위한 새벽의 긴 줄이랄까

 

친절을 가장한 린치랄까

 

군인 앞에 선 추녀 이교도랄까

 

유기견의 성대랄까

 

상상해서 죄송합니다

 

말이 많아 잘못했습니다

 

 

삽이 된 몸이 총자루를 꼭 그러모으고

 

언 땅에 머리를 박습니다

 

차마 아무도 쏠 수가 없고 해서

 

밑으로 열심히 파고들기로 합니다

 

우리의 종교는 삽에게 알몸을 내어주던

 

땅 아래에 있었군요 가만히

 

서로의 바닥을 봅니다

 

 

참호 안에서 우리끼리

 

죄송하다 말하고

 

괜찮다고 대답해봅니다

 

 

  —《시에》2011년 봄호

 

 

 

 

 

마그마

 

   

 

아이티에서 진흙 쿠키를 먹는 아이를 보면서 밥을 굶지 말자. 진흙 같은 마음을 구웠다. 내전이 빈번한 나라처럼 부글부글 끓는다. 라면 같은 그것을 날마다 먹어야 한다. 스스로를 아끼자, 스프 같은 마음을 삼켰다. 한 장의 휴지를 아끼기 위하여 코를 마셨다. 자위를 삼갔다. 물로 닦았다. 성병 걸린 르완다 여자애를 떠올리며 성호를 그었다. 이마에서 배로 손가락을 옮길 때 손을 잘 씻어야지, 불현듯 다짐했다. 지진을 대비한 건물처럼 잘 휘어지는 마음. 변덕을 견디며 체위는 다양해져 갔다. 깨끗한 사람이 되기 위해 거품을 일으켰다. 부글부글 빨리 익었다. 모스크바에서 황산을 뒤집어쓴 베트남 유학생 얘기를 들으며 편식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뭐든 차별은 나쁜 일. 풀과 나뭇잎의 색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쌀국수를 먹을 때는 꼭꼭 씹는 게 중요합니다, 의사는 말했다. 할례 의식 중인 꼬마를 보며 의사의 말을 되씹었다. 꼭꼭 씹어 삼킨 다음엔 양치질을 오래 하리라, 삐친 사람의 입처럼 벌어지지 않던 꼬마의 그곳이 벌어지자 치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마그마처럼 헛구역질을 하며 괴상한 소리를 내 본다. 뜨거운 다짐들이 피부를 뚫고 폭발한다. 바로 이곳에 서 있다. 들끓는 마음을 가진, 괴물.

 

 

 —시집『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2011 김수영문학상 수상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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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 1981년 광주 출생. 전남대 국문과 졸.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명지대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재학.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 현재 ‘작란(作亂)’ 동인으로 활동 중.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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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주에 온 사람 (외 2편)

 

   김성대

 

 

 

그는 슬로 모션으로 왔다

토끼 몇 마리가 그의 고독 주위를 천천히 돌고 있었다

 

둘째 주에 온 사람

그는 너무 천천히 왔기에

그가 오고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조금씩 그를 옮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 감기는 시간은

벽화 속을 걷는 것처럼

그의 등 뒤에서 다시 흘렀다

 

둘째 주는 토끼몰이로 시작되었다

슬로 모션으로 도는 토끼들은 쉽게 몰아졌지만

너무 느리게 돌고 있었기에 우리는 계속 빨랐다

토끼와 함께 토끼 사이에서 우리는

그의 고독 주위를 빙빙 돌아야 했다

멀리서 보면 그의 고독을 숭배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고독의 신도들처럼 둘째 주가 되면

우리는 그를 둘러싸고 그의 고독을 돌았다

그의 고독은 자성을 띠게 되었고

토끼의 귀 모양만으로도 둘째 주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올 건가요?

둘째 주가 지날 때마다 묻곤 했지만

떠날 때도 올 때와 같이 슬로 모션이었기에

우리는 그가 떠나는지도 몰랐다

그는 떠나지도 돌아오지도 않는데

그는 여전히 느렸고 우리는 계속 빨랐기 때문에

그가 떠나고 돌아오는 것처럼 보였는지도 모른다

떠나고 돌아오는 것은 우리였는지도

 

그의 고독에 감기는 시간

아주 느린 토끼들

그는 한 사람이 아닐지도

그의 고독은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

둘째 주에 온 사람

 

아무리 천천히 와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

벽화 속을 사는 것처럼

둘째 주가 되면 우리는 상세해졌다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함구

함구는 조금씩 우리를 달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함구는 조금씩 바깥에서 깊어진다

여기는 속 없는 굴속 같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깥을 모으는

굴은 지상으로 입을 벌리고

토끼는 반시계 방향으로 굴을 오른다

빨간 눈은 데굴데굴, 먼저 굴러가 있다

있는 힘껏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리뛰기

토끼는 자신의 눈을 보면서 달리는 것이다

자신을 함구하는 빨간 눈이 토끼의 공률이다

 

아버지랠리

공률 제로의 아버지는 서식지를 오염시키지 않는다

청정 지역이 되어 버린 아버지

일제히 눈을 켜고 빨간 눈을 따라간다

뒤에서 보면 무릎을 공회전하고 있다

이 눈을 좀 꺼 줘

자꾸 늘어나는 눈을 끄고 싶다지만

제로에 제로의 공률을 가속해 천문학적 사십 세에 이른다

반시계 방향의 급커브를 꺾어져서야

오래 비워 두었던 눈을 한번 감아 보는 것이다

다시 빨간 눈이 들어오고 있다

아버지는 한밤중에 그 눈을 따라간다

 

아랍인 투수 느씸

느씸은 공을 쥐지 않고 던진다

긴 손금으로 공에 대해 기도하고

시간 속에 공을 놓는다

공은 한없이 느리지만 시간의 결을 타고

반시계 방향으로 공회전하기 때문에

아무리 정확한 타자라도 맞출 수 없다

공에 대한 기도가 시간을 휘는 것이다

그러나 공을 받을 사람은 없고

느씸은 자신이 던진 공을 노려보느라 눈이 충혈된다

공은 젖어 가고 느씸의 눈은 폭발하고

빨간 눈이 흩어지고 흩어진 눈들이 느씸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던진 공은 눈먼 그만이 받을 수 있다

 

납굴증

밤의 소리들이 만질 수 없는 귀를 음각한다

귀 가득 무엇이 이리 무거울까

귀가 뜨거워질 때까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귀는 말라 가고 우는토끼,

몸 안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다

몸을 얻고 나서 몸 밖으로 나오기가 어려워진

이 밤은 누군가의 눈 속 같군

눈알이 염주가 될 때까지

이 밤을 모으고 있는 눈은 누구의 것인지

우는토끼 속의 우는토끼

돌아보는 눈까지 멈추고

한 벌 귀로 남은 밤

 

미결

이것은 관점의 문제가 아니다

긴 귀,

피가 미치지 않을 만큼 긴 귀가 결론을 뒤집지는 못했다

눈알을 반시계 방향으로 굴리며

관점을 덜어 내고 있는

그들의 정신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

없는 귀 가득 명료한 결론들

정신은 없는 귀에 순응하는 것이다

귀가 좁아졌기 때문은 아닐까요?

끊임없이 자신을 듣는 귀 안쪽이 비리다

이름이 너무 길거나 붙일 수 없거나

귀의 기억만으로 그들은 자신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귀가 없다면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눈이 없다면 계속 귀 기울여야겠지만

 

 

 

사자와 형제들

 

 

 

오후 4시의 나는 자꾸 형제가 되는 것이다

 

사자는 모두 암사자

사자는 모두 다섯 마리

 

동남아의 소년들은 왜 내게 형제라고 하는지

얘들아, 나도 밥은 차릴 줄 몰라

오후 4시의 냉장고에 뭐가 잇는지 몰라

저 사자, 사자들 좀 데려다 4시 밖으로 몰아 줄래

 

사자는 모두 암사자

사자는 모두……?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너희는 몇 시를 착시하고 있는 거니

말을 할 때마다 숫자가 늘고 주는

나는 모래알처럼 눈이 나빠지는데

 

큰 불알 작은 불알 큰 불알 작은 불알

마음은 됐고 몸은 함께해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하며

형제가 형제를 출몰하는

형제가 형제를 꿰매는

그거 너희 몸 맞니

너희의 오감을 나눠 담은

오후 4시는 사자보다 늘어지는데

 

얘들아, 함께 도시락을 싸자

도시락을 싸서 도시락을 미끼로 형제를 놓고 오자

이것은 꿈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형제들에게 생애라는 먹이를 주자

 

큰 불알 작은 불알 큰 불알 작은 불알

마음은 됐고 몸은 함께해

 

너희는 누구의 응급한 욕망을 다니는지

너희의 가장 축축한 곳에서

나, 라는 것에 들린 나, 라는 것들이

사납고 응급하게 사자를 몽정하는데

그것이 몇 마리인지는 세어 보지 않도록 하자

우리가 느는지 주는지 말할 수 없다고 해 두자

 

사자는 모두 암사자

사자는 얼굴에 묻은 피를 어떻게 닦나

눈알이 무거워지는 먹이를 어떻게 호리나

 

사자가 시작되는 곳에서

얘들아, 사자가 시작되기 직전에 우리 통째로 마주치자

몇 번을 태어나도 좋지만

우리 계속 하나가 되지는 않은 채

누군가의 생애에서 먼저 이빨 자국을 남기는 미래로

오후 4시의 형제들을 돌려 막자

 

 

 

                     — 시집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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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 / 1972년 강원도 인제 출생. 한양대 국문과 졸업,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2005년 《창작과비평》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으로 제29회 〈김수영 문학상〉수상.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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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감

 

  김경주

 

 

  오늘의 구름을 망칠 수 있는 것은 미친 자의 웃음뿐이다

 

  땅강아지 한 마리

  앞발을 들고 서서

  먼 저녁 하늘을 바라본다

 

  내가 돕는 허공으로

  날이 조금 더 어두워진다

  귀먹은 새처럼

 

  저녁이 날아오는

 

  사이

 

  인간이 여러 개의 문으로 희화화된다 가령 구멍에서 기어 나와 어두워지는 땅에 몸을 비비기 시작하는 땅강아지가 만드는 작은 그늘은 이름은 잊었지만 내가 알던 입술의 색, 구름을 훌렁훌렁 넘어 밤이 오기 전, 인간의 눈 안쪽으로 넘어가야 하는 노을은 색은 잊었지만 내가 외우던 설치식물의 이름을 닮았다

 

  귀먹은 새들을 돕는 나의 바람이 여기 있다

 

  오늘의 피를 망치는 것은

  말라 죽은 땅강아지가 입 밖으로 내놓은 목젖이

  여러 개의 그늘로

  희미해지는

 

  사이

 

  귀먹은 새가 와서 돕는다

 

 

질감 2

 

 

  귀먹은 새가 와서 돕는다

  한밤의 줄넘기를

  쥐가 나는 발가락을

  빛바랜 알약들을

  공벌레를

  그녀의 둔부를

  정오의 햇빛을

  피를 마셔 본 기억을

  욕조 속에 죽은 채

  누워 있던 사생활을

  서식지 없는 문장들을

 

  어젯밤엔 검은 통을 비우고

  오늘 아침엔 붉은 물을 깨문다

  누가 내다 버렸는지 모를

  죽이 골목에 흘러 있는데

 

  외로운 식성을

  이야기하는 밤이 있다

 

  언어에 대해

  피 맛에 대해

  이해를 피하는 표정에 대해

  예리한 숲에 대해

 

  문장을 각오하고

  앉으면

  가장 예리한 세월을

  놓치지 않는 새들

 

  있어

 

  즐겁고 캄캄한

  복도라는 게

 

 

 

   -<시차의 눈을 달랜다> 제 28회 『김수영 문학상』수상 시집-민음사

 

출처 : 시에/시에문학회
글쓴이 : 장혜원 원글보기
메모 :

 

 

획(劃) / 김경주

 

새들이 마주 오는 죽은 새들을 마주칠 때

그들은 서로의 속눈썹을 얼굴로 쓰다듬고 지나간다

 

바람은 그 높이에선 늘 눈을 감는다

 

서로 다른 붓털이 만나서 만들어 가는 하나의 획

 

이상하게 한 획을 긋는 붓에서는 바람 냄새가 난다

 

붓을 삶는다

 

삶은 붓은

혈압에 좋다

 

 

<1>-거울 속 나이테/김경주-

  

    점점 길어지는 평균수명처럼 왼팔은 자랐다. 점점 귀여워지는 세계에 나는 오른팔을 사용한다. 아무도 부도를 눈치 채지 못하지만 나팔꽃은 까만 활명수를 마신 후 내장을 내놓고 죽고 별들은 교포처럼 자신의 배경을 위심하고 있다. 나에겐 '배우자' 가 필요해! 이렇게 일기에 처음 적었던 건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라고 믿는다. 무언가를 적어두고 믿었던 건 한참 후의 일이지만

 

  결국 나는 '기도' 가 막혀 죽을 것이다

 

  내 거울 옆에는 나무가 한 그루 있고 나무는 자신의 나이테를 거울 안으로 옮기는 중이다

 

 

<2>-작은 소설/김경주-

  

  홀수의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골목까지 호각을 불며 뛰어갈 때 첫 페이지에 나오던 사람은 자신의 눈 속에서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사람의 눈을 보았고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사람은 술집에서 가짜 눈알 한쪽과 첫 페이지를 손에 쥔 채 쫓겨난다

 

  동네에서 시계를 잃어버렸는데 그걸 찾기 위해 배낭을 메고 동네가 아닌 전 세계를 떠도는 자의 눈을 생각해 명백하게 충실하지만 가까스로 빗나가는 수태처럼, 시간은 늘 각오하고 움직이는 것 같아 눈부신 신경질이 아름다워질 나이가 되자 나는 해마다 숲에 가서 버려진 피아노를 두들기다가 손목의 시계를 몰래 숨기고 오는 소년이 되었다 그리고 곧 건반의 방식에 대해 관심이 없어졌지

 

  시계공의 아들을 때려 본 경험에 대해 내가 구두 수선공의 방식으로 이야기할 때

  가장 마지막 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소설이 가장 처음에 닿았을 때

 

  홀수의 아이들이 골목에서 돌아와 호각을 주머니에서 다시 꺼내고 입에 대기 시작한다 되감기처럼

 

  문제는 내 이야기의 중간에 문득 사라진 아이들의 상태랄까?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자가 죽은 병사의 가슴에서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발견했을 때 심정이랄까 그때 가서야

  그건 짝수의 아이러니지만 첫 페이지엔 무덤의 묘사만, 마지막 페이지엔 무덤을 여러 개 가진 자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

 

 

<3>-개명(改名)/김경주-

  

    오래 전 문득

   개명을 하고 작명집을 나오는 사람의 표정이 궁금한 오후가 있었다

 

  그때 저녁은 빈 교실 칠판에 분필로 북북 흩어놓던 새 때 같은 거

  그때 기별은 점집 무녀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죽은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보는 거

 

  오래 전 문득

  가계(家系)에  없는 언어로 개명한 후

  묵은 이름을 잊기 위해

  그 이름을 구름으로 옮기고 있을 때

 

  어느 문장 속에 떠오르던 내 무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무덤의 이름이 끝끝내 생각나지 않았다

  그 곡해를

  내 피로 흩어진 한 짐승의 동요(童謠)라고 불렀을 때

  그때 그 동요(童謠)는

  자신을 떠난 한 짐승의 숲이 되었다

 

  저녁에 흰 뼈가 드러나는 바람과 함께

  나는 묻힐 것이다 수십 개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단 하나의 곡마단을 생각해 이 이름을 사용하고 잠든 날엔 저녁 무렵에만 깨어나기로 하고, 이 이름을 잊은 날엔 저녁으로만 만들어진 물병을 뒤집어놓고, 발등에 그린 새의  피를 빼내다가  잠들기로 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저녁의 계명은

  분필로 혼자서 칠판에 북북 흩어놓던 새 때의 분진 같은 거

 

  아무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바닥에 가루로 흘러내린

  그 모래의 이름을 이제

  나는 쓸 것이다

 

  나의 가계엔 내 피가 안 통하는 구름이 있다

 

 

<4>-고래의 저녁이 걸려 있는 화실/김경주-

  

  이 저녁은 ‘고래의 눈 속’이다

 

  비가 내리자 하루 종일 어린 딸들의 머리를 땋아 주던 아버지의 견유주의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 날 어느 곳에도 숨지 못해 눈으로 추방당한 시제는 어느 날 갑자기 눈물이 되어 버린다 이후 비린 세계에만 곧 자신의 눈을 주게 되었는데 그 눈의 진실을 찾기 위해 저녁이 되면 눈을 말리는 사람의 편에 가서 고래는 눕는다 그 저녁은 고래의 눈이다

 

  누군가 내 눈을 만지고 있는 것 같아 눈을 뜰 수 없었던 순간에 대해

 

  매일 누군가의 감은 눈을 만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잠이 들 수 있었던 순간에 대해

  사람이 가장 마지막에 꾸는 꿈은 처음 꿈을 꾸었던 날을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꿈일지도 몰라 바깥소식이라는 게 다 그렇지 처음 눈을 그려 넣었던 도화지 속에 저도 몰래 생긴 눈사람처럼

 

  고래의 저녁엔 수많은 화실 속으로 바닷속 음계가 흘러가고 물방울들이 움직여 고래가 될 때까지 아이들의 붓 끝은 출렁거린다

 

  비가 오는 날 백 번 꾼 꿈이 있어 고래의 등에 탄 눈사람……

  그 눈사람은 고래를 타는 꿈을 몇 번 꾸었을까

 

  이 저녁은 눈사람이 꾸는 악몽이어서 잠시 물린다

  늙은 고래가 눈사람들을 자꾸 뱉어 낸다

 

 

 

 

염전 / 김경주(1976. 7. 14, 출생. 광주)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온다

    물 안에 스며 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물의 저녁이 있다

    멀리 상갓집 밤불에 구름이 쇄골을 비친다

    밀물이 번지는 염전을 보러 오는 눈들은

    저녁에 하얗게 증발한다

    다친 말에 돌을 놓아

    물속에 가라앉히고 온 사람처럼

    여기서 화폭이 퍼지고 저 바람이 그려졌으리라

    희디흰 물소리, 죽은 자들의 언어 같은,

    빛도 닿지 않는 바다 속을 그 소리의 영혼이라 부르면 안 되나

    노을이 물을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노을 속으로 물이 건너가는 것이다

    몇천 년을 물속에서 울렁이던 쓴 빛들을 본다

    물의 내장을 본다  <2007년> 

      [작품해설]     

    바닷물을 끌어다가 삼일 정도 가둬두면 바닥에 소금 알갱이가 뭉치기 시작한다. 가만히 고인 바닷물이 제 안의 소금을 응결시키고 있는 저녁의 염전을 볼 때면 마음이 쓸쓸해지곤 한다.

     

    스러지는 햇빛, 슬어가는 어둠, 남루한 생의 얼룩, 비늘 같은 욕망의 흔적, 서늘한 죽음의 그늘… 흩어져 있던 그리 어두컴컴한 것들이 가라앉곤 했던가.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상갓집 밤불처럼 노을이 내리는 염전. 그곳에서 시인은 소금의 소리, '죽은 자들의 언어'와 같은 그 '희디흰 물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소금의 빛, 그 '몇천 년을 물속에서 울렁이던 쓴 빛'을 본다.

     

    소금의 근원인 '빛도 닿지 않는 바다 속'은 모든 생명의 시원이자 종말이다. 그러니까 존재의 끝과 시작을 듣고 보는 셈이다. 우리의 내장이 이리 어둡고 이리 쓴 이유일 것이다. 물의 내장이 그러하고, 생의 내장이 그러한 것처럼.노을 속으로 바닷물이 건너는 염전에 서면, 죽음과 소멸을 견뎌내는 법을 배우는 것만 같다.

     

    실리고, 스미고, 비치고, 번지고, 가라앉고, 퍼지는 술어의 움직임 속에서 하얗게 증발하는 허공 속 흰 눈같이. 아니 깊은 바다 속 소리의 영혼같이, 아니 아니 온갖 사랑이 밀려왔다 밀려간 사람 속 쓰디쓴 내장같이. "나 없는 변방에서 나오는 그 시간이 지금 내 영혼이다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부재중')라는 그의 시 구절이 떠오른다.김경주(32) 시인은 젊다.

     

    2003년에 등단하여 2007년에 첫 시집을 냈으니 시력 또한 젊다. 한 시인은 "이 무시무시한 시인의 등장은 한국 문학의 축복이자 저주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스무 살 이후, 이 대학 저 대학에서 이 공부 저 공부 하며 밥벌이를 위해 대필작가, 학원강사, 광고일, '야설' 작가까지 했다는 기이한 이력이 인상적이었던가. 수려한 외모에 여행, 사진, 에세이, 영화, 연극을 넘나드는 전방위적 재능이 또 신인류(!)적이었던가. [정끝별 시인]


     

      김경주 시인

      출생  1976년 7월 14일, 광주
      데뷔  2003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등단
      학력  서강대학교 철학과
      경력  청소년 계간지 '풋' 편집위원
      수상  2009년 제28회 김수영문학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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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 박형권

 

 

겨울 상추 좀 먹어야겠다고 지푸라기를 덮어 둔 산 아래 밭에

상추 어루만지러 어머니 가시고

빵 딸기우유 사서 뒤따라 어머니 밟으신 길 어루만지며 가는데

농부 하나 밭둑에 우두커니 서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밭 하염없이 보고 있다

머리 위로 까치 지나가다 똥을 싸 갈겨도 혹시 가슴에 깻잎 심어두어서

까치 똥 반가이 거두는 것인지

피하지 않는다

무얼 보고 있는 것일까

누굴 기다리는 것일까

아무것도 없는 밭에서 서 있을 줄 알아야 농부인 것일까

내가 어머니에게 빵 우유 드리면서 손 한번 지그시 어루만지는 것처럼

그도 뭔가 어루만지고 있긴 한데

통 모르겠다

뭐 어쨌거나

달이 지구를 어루만지듯 우주가 허공을 어루만지듯

그것을 내가 볼 수 없듯이

뭘 어루만지고 있다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어루만지는 경지라면

나도 내 마음 속에 든 사람 꺼내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고

서 있고 싶다

그냥 멀찍이 서서 겨울 밭처럼 비워질 때까지 그 사람의 배경이 되는 것으로

나를 어루만지고 싶다

앞으로는

참을 수 없이 그대를 어루만지고 싶으면

어떤 길을 걷다가도 길 가운데 사뭇 서야겠다

상추 한 아름 받쳐 들고 내려오며 보니 마른 풀도 사철나무도 농협창고도

지그시 지그시 오래 서 있었다

 

 

 

 

우두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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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창원시김달진문학관은 제21회 김달진문학상 가운데 제6회 지역문학상에 김연동 <시간의 흔적>(고요아침·2010), 3회 창원문학상에 박형권 <우두커니>(실천문학사·2009), 5회 젊은시인상에 손택수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2010), 5회 젊은 평론가상에 전도현 <시간의 형상>(서정시학사·2010)을 각각 선정해 수상자로 뽑았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앞서 제21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중 시부문에는 홍신선 <우연을 점찍다>(문학과지성사·2009), 평론부문에는 홍용희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천년의 시작·2010)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내달 4, 5일 이틀간 창원시 진해구시민회관 및 창원시김달진 문학관, 진해구 속천거제 간 배 위에서 열리는 제15회 김달진문학제 기념행사에서 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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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시인 / 정일근

 

 

우리나라 어린 물고기 이름 배우다 무릎 탁! 치고 만다. 가오리 새끼 간자미, 고등어 새끼 고도리, 청어 새끼 굴뚝청어, 농어 새끼 껄데기, 조기 새끼 꽝다리, 명태 새끼 노가리, 방어 새끼 마래미, 누치 새끼 모롱이, 숭어 새끼 모쟁이, 잉어 새끼 발강이, 괴도라치 새끼 설치, 작은 붕어 새끼 쌀붕어, 전어 새끼 전어사리, 열목어 새끼 팽팽이, 갈치 새끼 풀치...., 그 작고 어린 새끼들 시인의 이름보다 더 빛나는 시인의 이름 달고 있다. 그 어린 시인들 시냇물이면 시냇물 바다면 바다를 원고지 삼아 태어나면서부터 꼼지락 꼼지락 그들의 방언으로 시를 쓰고 있다는 것 생각하면 그 생명 모두 시인이다. 참 착한 시인이다.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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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진해 출신인 월하 김달진 시인(1907~89)을 기리자는 취지로 하는 김달진문학상의 여섯 분야 수상작가가 모두 정해졌다. 같은 목적으로 벌이는 제14회 김달진 문학제 일정도 짜였다.

 

20회 김달진 문학상은 지난 4월 일찌감치 정해졌다. 시에 황동규 시인의 시집 <겨울밤 05>, 평론에 최유찬 평론가의 비평집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이 그것이다.

 

5회 월하지역문학상과 제2회 월하진해문학상을 받을 사람은 8월 말 결정됐다. 창녕 출신 이우걸 시조시인의 작품집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와 진해 출신 정일근 시인의 시집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이 제각각 해당된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는 심사평에서 "이우걸의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는 삶에 대한 통찰과 문학적 형상이 잘 어우러진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한 편 한 편의 시들이 주는 울림이 다른 어떤 시집들보다 진폭이 크다. 또한 시조라는 짧은 시 형식 속에 삶의 깊이를 잘 갈무리하고 있으며, 섬세하면서도 자유로운 상상력은 시조가 자유시와 더불어 현재진행형의 형식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정일근의 시는 해를 거듭할수록 자유로운 상상력에 스스로를 놓아두고 놀고 있는 형상이다. 바슐라르가 말한 바와 같이 '시가 정신의 형이상학이라기보다 영혼의 현상학'이라는 명제에 시의 몸을 얹어두고 있다. 보이지는 않으나 보이는 영혼에 불을 밝히고, 존재 인식의 끝자락에서 바람 한 줌을 얻어 시의 피리를 불고 있다"고 했다.

 

월하 지역문학상은 1회 김륭(김영건) 2회 노춘기 3회 이서린 4회 성선경 시인이 받았다. 이번 이우걸 시인 수상은 앞선 수상자들이 40~50대 중견이라는 데 견줘 60'원로급'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를 의식한 듯 이우걸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상이란 귀한 것이고 더구나 훌륭한 심사위원들의 여러 견해가 반영된 결정이라 감동스럽기도 한 것이라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저로서는 이 귀한 상을 받을 적임자가 못 된다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우걸 시인의 수상작품집은 본인 응모가 아니라 추천으로 심사 대상에 들어갔다.

 

월하지역문학상이 경남에서 나거나 경남에 살고 있는 시인이 대상인 한편, 지난해 제정된 월하진해문학상은 진해 관련 문인이 대상이다.

 

이미 서정시인으로 이름이 높은 이번 수상자 정일근은 "진해에서 태어나 말을 배우고 글을 배워 시인이 되었고 진해에서 첫 시집을 묶었다. 그래서 진해는 어머니와 같은 말이다. 누구의 고향인들 어머니 같지 않을까만 진해에 어머니 아직 홀로 살고 계시니 저에게 더욱 사무치는 말이다"면서 "수상의 영광은 가난했지만 빛났던 그 시절에 돌리고, 수상의 기쁨은 그 시절의 가슴 뜨거운 시인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0일 오후 4시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 김달진문학제 기념식에서 치러진다. 특히 이번 문학제는 주민을 위해 소리꾼으로 이름난 장사익 축하공연을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무료로 마련한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20일 오후 5시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지는데 주최 쪽은 "자리가 모자라면 입장을 못할 수도 있으니 일찍 오셔서 자라잡아 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20일 오전 10시에는 제3회 동화구연대회(진해시민회관)와 김달진 생가·문학관 방문(현장)이 이뤄지고 오후 1시에는 제14회 문학심포지엄이 경남문학관 2층 세미나실에서 '지역문학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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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힘 / 이월춘

 

 

세상 그 무엇일지라도
빛 바래지 않으려면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관목, 오동나무, 서까래, 종이까지도
심지어 소리도 그늘이 있어야 맛이 난다

심금을 찢는 대금 소리 맛보며
벗들의 시집을 읽는다
시의 순교자들
그늘의 힘을 믿는다

가슴 속에 절 한 채 넣고 다녀야지
밤새 짓이긴 마음이 보개산 칡즙 같다 


 

 

그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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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김달진 창원문학상 수상작이다. 이월춘의 시 <그늘의 힘>은 존재의 본질, 인생의 깊이를 통찰하고 있다. 장자의 물아일여(物我一如)를 시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김달진 선생의 무위자연사상, 또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사상과 맥을 같이한다. 이월춘은 김달진문학제가 생기기 전에 황선하, 방창갑 선생을 좌장으로 정일근 등과 진해문학회를 창립해 진해문단을 이끈 시인이다. 이들의 노고가 오늘날 진해문학의 밑거름이다.

통기타 가수 강은철이 부른 <삼포로 가는 길>은 웅동 소사리 옆 동네인 명동의 삼포마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삼포마을 뒤쪽 언덕에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가 있다. 김달진문학관과 생가를 뒤로하고 마을을 빠져나오며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 한 발 두 발 한숨만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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