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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 이승혜



우리는 늘 아득한 행성과 행성으로 만난다
접점 없는 궤도를 따라 어둠을 밟는다

아버지는 우리가 모두 숨었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잠갔고
어머니는 내 옷의 단추를 모두 잠가주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


아버지들이 고요한 와지를 찾아 헤맬 때에도
어머니들은 밀어가 빼곡한 벽들을 달마다 허물어 내렸다
비밀에 대한 두려움이 비밀을 감춘다
허물지 못한 담장 아래서 왜 우리는 하나같이 악을 쓰며 울었을까

그래서 하루는 잠금쇠와 단추에 대해 물었다
너는 대답을 위해 입술을 누르는 인중을 견뎠다
침묵 사이로 아뜩하게 멀어질 때에야 말없는 속삭임을 들었다

 

우리는 행성과 행성이 만나는 순간을 충돌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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