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준용
툭툭툭, 탁탁탁탁, 도르르탁 도르르탁,
가을걷이에 쿵덕거리는 실레마을 심장 소리다
해거름에 매를 맞는 바싹 마른 들깨
그 깨알들이 태어나는 울음소리다
여기저기 아낙네들의 쉴 새 없는 몽둥이질
온 동네가 들썩거리고
땅을 쿵쿵 울리며 누군가를 불러내고 있다
시커멓게 멍들은 들깨 향
유정의 혼을 부르며 그들을 깨운다
춘호처를, 아내를 팔아먹은 복만이를, 저의 솥을 훔쳐간 근식이를,
응칠이와 응오를, 그리고 점순이와 `나'를.
그들이 어스름에 스믈스믈 깨어나기 시작하자
폐비닐 거두는 농부의 손끝이
괜스레 후들거린다
벌레들이 넘나드는 뽕잎 구멍 사이로
저녁 햇살이 잠시 수작질하는 사이
농부의 눈맞춤 먹고 통통히 살 오른 배추
그 곁에 잔뜩 움츠린 조막만 한 애호박
벌거벗고 덤불 사이에 누운 앙상한 폐건물까지
늦가을 이 저녁 실레마을은
밀레의 명작으로 채색되고 있다
저녁 해를 삼켜 버린 농부와 아낙의 웃음소리에
유정과 그 군단들, 일제히 눈을 뜬다
뚜벅뚜벅 이야기 길 따라
코다리 주막으로 가는 군상들
막걸리 잔을 앞에 놓고 나는 그를 유혹한다
휘청거리던 그 영혼 가만히 나의 팔짱을 끼고
금병산 보름달
빙그레, 주막 창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늘밤, 나는 그의 녹주다.
[수상소감]
나는 이 가을 잠시, 김유정의 연인 녹주다
작년 늦가을 실레 마을 들판은 들깨를 두들겨 터느라 온통 들썩거렸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저녁 노을빛 들판이 김유정을 깨우는 것 같았다. 나는 구석구석 깨어나는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초고를 잡았다. 그리고 계속 퇴고를 하면서 김유정 작품 공모전에 꼭 내고 싶은 작품이구나 생각했다. 뽑아준 심사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 기쁨을 김유정 작가에게 바치고 싶다. 이 가을 잠시, 그의 진한 연인이 된 나는 정말 행복하다.
김유정기억하기 제18회 전국 문예작품공모에서 박정순(경기도 부천시·산문)씨와 준용(춘천시 동내면·시)씨가 대학·일반부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강원일보사와 (사)김유정기념사업회는 지난 7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심사위원회를 열고 김혜수(서울 창문여고) 여희주(서울 장평중·이상 산문) 유병현(안양예고) 전현우(서울 장위중·이상 시) 등 부문별 대상자를 비롯해 모두 49명의 입상자를 발표했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4시 `2011 김유정 소설을 테마로 하는 삶의 체험' 행사가 열리는 김유정문학촌 행사장에서 개최된다.
◇ 대학·일반부
△ 대 상 = 준용(춘천시 동내면)
△ 우수상 = 박민례(대전광역시 중구)
△ 장려상 = 신성자(춘천시 교동) 장서영(서울시 관악구) 김은혜(인천광역시 남동구) 신윤라(춘천시 후평3동) 김영미(춘천시 퇴계동) 이광호(춘천시 우두동) 정성수(전주시 덕진구) 엄가현 (춘천시 후평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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