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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 유은주

벚꽃 흐드러진 자리가 난무한 밥알 같다
잘 차려진 밥상을 뒤엎던
어떤 사내의 패기처럼
바람이 주섬주섬 어질러진 찬들을
갈무리하던 아낙같이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봄은 무엇에 성이 났던 것일까
한껏 잘 차려 향기롭게 뽑아 올리더니
와라락
한 달음에 쓸어 버린다
꽃잎은 대지에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계절 속으로 사라진다
그때 그 아낙도 그랬을 것이다
깨진 사기 그릇에 베어나온 꽃잎같은 피가
제 아픔을 다 가져갈 것이라고
눈물을 훔쳐 세월 속에 묻어 두면서
아낙은 또 밥을 지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내게로 오려니…
기다림의 밥이 아랫목에서
이불을 덮고 밤을 지새듯
봄밤은 깊어 떨어진 꽃잎자리 내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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