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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봄봄 / 금시아

 

다행스럽다
벚꽃은 그녀를 기다려 주기나 한 듯
꽃잎을 날리며 반긴다

하회마을에 한 번 가보고 싶구나 하시던 어머니
한여름이서 안 되고
한겨울이어서 안 된다고 한 게 언제인지

참 좋구나.
벚꽃 길 꽃눈 맞으며 휠체어에 앉은 그녀
눈에 매달린 마음이 지친 몸속에서 사금파리처럼 반짝거린다.
고목에도 고가에도 그녀의 숨결이 날아가 앉는다.

턱 높은 정지의 무쇠솥에 묻은 꿈을 만지작거리고
담장 아래 새싹 따라 그녀의 설렘도 연둣빛으로 피어난다.
아버지 따라 시작하던 아득한 신혼길
팔대 독자 남편의 사랑과 시집살이의 한
그녀의 입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

부채 살처럼 퍼지는 햇살 아래
하회탈처럼
그녀가 웃고 있다.

 

 

[수상소감] 는 시간의 상처들

삶의 한순간을 툭 잘라내듯 여러 밤낮을 지새운 울음의 흔적을 툭 던져 놓고는 ` 대학생 해양영토 대장정' 1314일을 떠났다. 50세의 젊은 대학생으로. 14일 동안 두절된 통신망, 몇 번이나 휴대폰의 귓전을 두드리다 되돌아갔을 당선 소식, 많이 놀랐다. 시를 배운지, 2년여, 무엇이 나를 이토록 미치게 만드는가! 거기엔 내 잃어버린 시간과 준비해야 할 시간의 아픔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가 보다. 그 어떤 상처든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울 뿐이다. 늦게라도 꿈을 꾸는 일이 생겼다는 것, 그 꿈을 위해 방송대 국문과 새내기가 된 것, 모든 것이 행운이고 행복이다.

 

[최우수상] 산골 나그네 / 김완수

 

 

키 재듯 산봉(山峯)마다 하늘까지 뻗디디고

외진 길 샘 부리며 굽이굽이 앙탈인 곳

점점이 앉은 인가(人家)만 나그네를 반기누나

 

차오르는 오르막길 풍진(風塵)이 붙들어도

나그네 굳은 심지 눈길 한 번 안 주는데

어디서 인정(人情)을 닮은 풍경(風磬) 소리 아련해라

 

지친 해도 집에 들어 빈 달만 새우는 밤

인가(人家)가 눈짓해도 나그네 맘 정갈하니

소쩍새 촉촉한 울음 산중 가득 스며드네

 

 

[심사평]

기교보다 진솔한 표현 높게 평가

시 중등부= 김유정 작품의 제목으로 공모한 이번 대회는 그 의미가 더욱 살아났다고 보인다.

동명의 작품이 탄생되는 과정에서 미래의 문학인과 김유정 작가의 후예가 예비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응모된 작품을 읽어가면서 작품의 선정 기준을 관념과 기교보다는 진솔한 표현과 정직한 사물 인식에 두었다. 대상을 받은 엄정현의 `'은 천연덕스러운 말투로 꾸밈없이 쓴 점을 높이 보았다. 그 점이 본인의 장점이며 개성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심상 잘 표현

시 고등부= 진부하거나 고답적일 수 있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의 다양한 심상을 표현하고 있어 작품 공모의 뜻을 한층 밝게 해주었다. 특히 원성은의 `소낙비'는 전자기기 속에 갇혀 사는 현대인의 삶을 소나기에 견주어 잘 노래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응모작이 비슷한 생각의 범주를 다루고 있는데 창작의 기본을 생각하며 글쓰기에 정진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상상력 발휘 형상화하는 능력 탁월

■ 시 대학·일반부= 김유정 작가가 쓴 작품의 제목을 시의 제목으로 삼으면서도 원작품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형상화하는 능력들이 뛰어났다. 대상은 상상력과 묘사력이 모두 뛰어났으며 최우수상 역시 시조로서 표현력과 묘사력, 서정성이 뛰어났다.

김유정 문학세계·정신에 닿아 있어

산문 대학·일반부= 김유정의 작품들의 제목을 취한다는 것 외에는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글쓰기가 허용되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이 김유정 문학세계나 문학성과 깊은 관련이 없는 점도 흥미로웠다. 쓰는 사람이 김유정 소설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이 얼마만큼 이루어지고 있었는가 알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셈이다. 독후감이나 문학기행류의 글들은 배제하였다. 대상작이나 최우수작, 우수작으로 뽑힌 글들은 짧은 분량 안에 감칠맛 나는 문장과 가슴 찡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김유정 문학세계와 문학정신에 닿아 있다고 보았다.

- 심사위원 박민수 시인, 윤용선 시인, 김금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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