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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물고기 / 박희연

 

한 겨울 아스팔트에 말라붙은 물고기를 보았다

삭풍을 견디는 힘은 가시에서 비롯하는 듯

물고기는 스스로 살을 발라버리고

가시를 점점 더 가늘게 벼리고 있었다

 

바람은 종종 눈물을 부른다

울음은 뼈를 드러내는 일

골수까지 얼어붙은 바람이 불어야

더 열심히 울 수 있다고

더 열심히 울어야

악착같이 끌어안을 수 있다고

악착같이 끌어안아야

두 번 다시 너를 보내지 않을 수 있다고

물고기는 마지막 비늘까지 떼어내며

아스팔트 위에 굴신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목이 조여 오는 세상

스스로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는

제 몸을 불사르고 청계천을 달린 아이들의 엄마

진도 바다에 영문도 모르고 수장된 아이의 엄마

아직 엄마 젖 주무르기를 좋아하던 어린 날

전쟁터에 끌려가 갈기갈기 찢긴

이제는 늙어버린 여자 아이

광대뼈가 불거지고 손마디가 굵어지고

거죽 위로 두두룩 뼈마디가 솟아오른

더러는 흙이 된 여자들

 

한겨울 아스팔츠 위에 화석처럼 굳어버린 여자들을 보았다

그 버려진 가시 위에 골수처럼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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