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할머니의 갈증 / 최병규
할머니의 방은 천정만 덩그런 창문없는 방
천정에 별이뜨면 안개이불을 끌어다 덮어요
안개이불에는 고향 냄새가 스며있어
밭갈이 암소의 이랴 소리가 안개 속에 꾸역꾸역 피어나요
저녁연기 구수한 된장내가 공해 끝에 걸리면
바깥마당, 병아리를 몰고나온 암탉이 봄볕을 쪼아대죠
저 해류에 밀려오는 하얀 포말끝에 나부끼는 어군들
날카로운 괭이갈배기의 부리에서 한 끼의 끼니가 부서져요
배운적 없어도 생존법칙의 양태가 파도 타듯 익숙하죠
백두가 뿌리 찾아 족보 따라 가 보면 동해의 외로움이 만져 져요
동해의 끝자락에 우뚝 솟은 쇠뿔처럼 외롭지만 당당한
저 민족의 혼불 같은 굳건한 묏부리가 저력으로 박혀있죠
매운 해풍에도 양대의 기상이 눈부시도록 빛나요
바다의 푸른 혈류가 태양 속으로 외로움을 태울 때
푸석푸석한 할머니의 독백 같은 갈증이 샘 솟듯하죠
해저 수만리로 걸어 들어간 해류의 발자국에 지문이 자라요
지문은 두 발에 백두가 낙인한듯 신발이 끼워져 있어요
물속으로 은밀히 내민 난류가 한라의 손을 부여잡고 있죠
해풍이 기침을 뱉을 때면 외로움은 갈증이 샘해져요
방에 이미 비늘이 천정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 같아요
밤새 머물다간 별들의 샘물을 퍼서 건내 주시며
물도 체한다고 천천히 마시라 시던 해무속의 할머니
갈증이 날 때마다 할머니를 불러보면 안개이불 슬며서
걷어낸 손에 어느새 한 바가지의 샘물이 들려있죠
할머니의 손길은 천정에서 쏟아지는 한 줄기 감로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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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독도 / 최정희
독도는 흑등고래의 화석이다
바다 밑 그리움의 지층에서 화석이 된
검은 흑등고래의 주검이다
그것은 백두대간 푸른 탯줄에서 태어났다
동해의 맑은 젖을 먹고 자랐다
바다가 좋아 바다로 갔기에 오래전
다리는 퇴화 되었다
바다를 품는다는 건
외로움 또한 품어야 한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미의 자궁 속에서 듣던 새소리 그리운 날에는
가슴지느러미 밑에 새 한 마리 품고
코끝을 간질이던 풀꽃 향기 그리운 날에는
등솔기 마다 푸른 씨앗을 심었다
그리움의 파고가 높은 날에는
가슴 치는 흑등고래 울음소리 파도에 실려
동해의 작은 해변가 모래사장까지 밀려오곤 했다
눈물은 하얀 포말로 부서져 내렸다
외로움의 깊이만큼 혹은 커다랗게 자라나고
죽어서도 잊을 수 없었던 그리움
마그마 같은 열병, 폭발하듯 융기한 자리에
흑등고래의 주검 화석이 되어 떠올랐다
섬이란 그림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입선] 세계의 등대가 되리라 / 김수호
낚시 줄 당기는 물결
깊고 깊어
아득하구나
바위에 걸터앉아
허공을 손잡고
긴긴 터널 속을 건진다
왕해국 짙게 꽃피우고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넘나드는
축복의 땅
횃불 든 등대
세계를 향한 단군의 녻
모두가 평화롭다 하신 곳
세상을 향한 염원
사람이여
물결마다 전하는
세계의 유일한 등대
그는 그런 곳이고 싶어 한다
◆우수상 △변창산(시·대구) △이숙희(시·서울) ◆특별상 △석귀순(시·대구) △이미순(시·양산)
◆특선 ▲시부문 김점옥(대구) 이선행(서울) 김창석(광주) 남태현(광양) 김순희(포항) 이은정(부산) 김봉섭(남양주) 유지호(인천) 심해량(인천)
◆입선 ▲시부문 이은국(서울) 신중혁(의정부) 제창호(울릉) 정용채(대구) 변선희(대구) 이진희(대구) 서민지(대구) 김영자(김제) 송미선(대구) 권경미(안동) 김재훈(포항) 박종승(대구) 전미경(파주) 이정애(안동) 장태경(대구) 윤민희(오산) 정성수(전주) 김영근(대구) 이말순(대구) 조재호(서울) 이문학(봉화) 곽영석(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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