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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불새 / 강윤순
새는 주검으로 태어났다. 이와 이 사이에서 사각울음으로 탄생했다. 사각지대는 아니었다. 소리도 나지 않았다. 고유번호*1446**, 오 형, 전쟁의 그리메, 화약연기 따라 새가 사라질 때 푸른 구름도 사라졌다. 해도 총총 손을 놓았다 풀들은 온몸으로 땅을 치며 누웠고, 꽃봉오리는 그림자를 땅속에 묻었다.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여 안녕, 그대 목에 걸려있는 나는 안녕으로 삼켜주오, 새를 쫓다 가시철사에 걸린 바람이 하얀 피를 쏟았다. 사이렌은 오작동이라고 머리를 흔들었다. 주인 잃은 깃털은 허공을 떠돌았고, 철모는 남은 온기를 레퀴엠으로 싸안았다. 하얀니와 이팝꽃과 불사조, 멀어질수록 또렷해지는 새소리가, 현충원 목백합나무에 걸려 있었다. 어머니는 당신의 온 핏줄을 뽑아 가지 위에 새 둥지를 만들었다. 언제라도 쉬었다 날으렴, 아버지는 언제까지 뒤돌아서서 어둠으로 에세라이트를 태웠다. 나비효과가 카프리 푸른 동굴을 울렸다. 성당의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방 하나엔 별들로 채워둘게요, 별 하나 별 둘로 깃털을 날릴게요, 온갖 새 노래가 청공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뜰 안 가득히 풀과 꽃들이 웃고 있었다. 전쟁기념관에 죽어도 죽지 않은 수많은 새 눈물방울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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